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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는 학교 때 친구들이 가장 좋다고 한다. 사회에 나와 이런 저런 관계속에서 만들어진 우정이란 그것을 만들어 낸 관계속에 얽혀있는 수많은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고 그만큼 불안정한 상태로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때 생성된 우정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순수한 시절의 관계이기 때문에 힘들고 지친 삶에서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마음속의 안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관계란 나이가 어렸을 때 생성된 것일수록 단단한 경우가 많다. 대학교 때 친구과 고등학생 때 친구보다 못하고 고등학교 친구는 중학교 친구보다 못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은 아니다. 나이가 들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어쩌면 우리는 우정을 평가하고 이용하는 방법들을 배워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 7명의 친구들이 있다. 가가와 사토코를 비롯하여 도도와 사코, 와코와 하나에, 그리고 나미카 까지. 이들은 고등학교 때 부터 대학교 졸업반이 된 지금까지 절친한 친구로 지내온 관계이다. 졸업을 앞둔 친구들 앞에 사코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처음엔 자살로 흐르던 사건은 몇가지 증거들이 발견되면서 타살의 의혹이 생기기 시작하고 사토코와 나미카가 사토의 죽음을 파헤쳐 나가는 상황에서 또다른 죽음이 발생하고 그들의 우정은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과연 우리는 친한 친구하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인지...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견고한 인간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는지... 일련의 살인사건과 그 해결과정에서 보여지는 믿음과 우정과 사랑에 대한 냉소적 시각이 가슴아픈 결론을 이끌어내게 된다.
대학교 졸업반이란 학생이라는 알을 깨고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시기이다. 또한 아무런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은 우정을 길러나갈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기도 하다. 그 시긴에 자신들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굳건한 우정에 대한 거대한 시험에 직면하게 된 7명의 청춘들. 가가의 독백처럼 허물어 버릴 수 밖에 없는 관계를 허물어 버리는 졸업의식을 치르게 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순수한 우정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의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과 그 조금의 변화가 가져오는 비극적인 결과들을 보여 준다. 이제부터는 모든 인간관계가 이해관계와 함께 얽히고 설키게 된다는 현실에 대한 가장 가혹한 교훈을 가르쳐 주는 이야기 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들은 졸업의식을 통해 인간에 대한 믿음 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가져온 비극적 결말을 통해 자신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뼈에 사무치는 교훈을 얻게 된다. 적어도 이 7명의 청춘 - 3명이 죽었으니 4명의 청춘이 되나?-은 그 교훈을 죽을 때 까지 간직하게 될 것이다.
졸업이란 작품의 의미는 '가가 교이치로'의 등장에 있다. '밀실살인'과 '공개살인'이라는 전혀 상반되는 두개의 사건을 정확히 추리해 내는 그의 능력이 발휘되는 첫번째 이야기이다. 자신의 친구들은 물론 자신의 애인마저도 용의자로 가정하는 냉철함을 지녔고 아주 작은 단서에서 사건의 전말을 유추해 내는 명석한 분석력과 치밀한 관찰력을 지닌 이 매력적인 주인공은 이 작품 이후 히가시노 게이고의 일종의 페르소나가 되어 총 7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 중 내가 읽은 이야기는 '악의'와 '붉은 손가락'이 전부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가 나오는 소위 '가가형사 시리즈'를 모두 읽어보고자 하는 욕심을 내 본다. 냉철하기도 하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면을 지닌 이 형사는 게이고가 창조한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