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사랑을 빼앗긴 여자. 요리로 돌아가다
4년간 사귄 남자를 자신의 쿠킹 클래스에 다니던 전직 모델에게 빼앗긴 요리사.
진정한 사랑이라 믿었던 그녀에게 이별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녀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사랑에 빠져 그만두었던 레스토랑으로 돌아간 그녀는 다시 요리에 빠져든다.
이별을 받아들이지도 거부할 수도 없는 현실에서 요리에 빠져든 그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복수를 꿈꾼다.

생소한 요리의 세계. 그 매력에 빠지다.
지금까지 수많은 책에서 요리의 세계를 다루었지만 개인적으로 읽은 기억이 없다.
그래서 요리사라는 직업의 세계가 다루어지는 이 소설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저 배만 부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나에게는
소위 미식가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도 그들의 모습을 유별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대로지만 시각의 변화는 있었다.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요리사의 세계, 요리의 세계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재료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들, 요리사가 요리에 담는 생각들,
그리고 주인공의 삶과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할머니와 할머니의 요리들.

사랑....이별... 그리고 복수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는 이야기는 흔한 이야기이다.
수많은 사랑이야기가 나오고 이 소설도 그 범주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이 책은 이별을 했으나 이별을 거부하는 한 여자의 시각에서 쓰여진 책이다.
이별이란 것이 한 쪽의 일방적인 통보로도 가능한 것이라고 하지만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쪽에서는 너무도 황당한 일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녀가 받은 상처의 깊이는 그가 상상하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지만 
이별을 통보한 그의 입장은 그녀의 상처만으로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별을 거부한다 하더라도 이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던져진 그녀.
이별은 사랑의 끝이 아니라 아픈 기억의 시작이라는 것,
사랑이란 이별을 통보하고 떠나버리면 그만인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
사랑할 때 내 뱉은 사랑의 약속들이 이별의 순간엔 날카로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
그 모든 사실들이 무시무시한 복수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일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이 소설을 이미 수많은 독자들이 읽었고 수많은 찬사들이 붙어진 베스트셀러이다.
초대형 베스트셀러이면서 최근 표절논란의 중심에 섰던 소설이기에 꼭 읽고 싶었다.
그러나 그 기대가 너무 지나쳤기 때문일까?
소설의 이야기는 약하고 소설의 문체는 어지럽다.
소설의 결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고 소설의 에피소드들은 공감이 가지 않는다.
내가 읽을 만한 소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미니홈피에 열광하고 밥을 먹으며 사진을 찍어대는 요즘의 젊은 여자들이 대상이었을까?
그러나 가장 큰 불만은 소설의 말들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 소설과 우리나라 소설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런 문체의 차이이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문학이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가볍거나 쉬워서는 안된다.
평론가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뭔가 애매모호하면서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베스트셀러를 읽는다는 것이 점점 더 힘든 일이 되어가 버리는 느낌이다.
이 소설을 그런 나의 인식을 더욱 강하게 해주는 그런 소설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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