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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2루 주자 - 야구의 추억, 두 번째 이야기
김은식 지음 / 산책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말 그대로 야구의 추억
'돌아오지 않는 2루주자'라는 부재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인터넷 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야구의 추억'이라는 에세이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제목이 그대로 이 책의 내용이 된다. 말 그대로 야구의 추억.
정확히 말해 한국 프로야구의 추억.
더 정확히 말하면 80,90 년대 한국 프로야구의 추억이다.
그 시대에 활약한 프로야구 선수들...
선동렬, 이종범, 이승엽 등등 내노라 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아닌
이제는 그 기억마저 희미해져 가는 잊혀져 가는 영웅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준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들...
20년 롯데광팬.... 그 시대 기억을 다시 더듬다.
난 20년 롯데광팬이다.
비록 원정경기에 목숨을 걸고 다닐 정도의 열정은 사라졌지만
롯데 자이언츠라는 구단에 대한 나 자신의 애증은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20년 롯데 팬으로... 또한 20년 한국프로야구의 팬으로서 이 책은 너무나도 고마운 책이다.
내가 야구에 미쳐있던 시기에.... 정확히 말해 롯데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 시기에
롯데의, 또는 다른 7개 구단의 선수였던 작은 영웅들을
한 가락 굵은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작은 기억으로 서서히 잊혀져 가던 나의 영웅들을
이 책은 지금의 시기에 활발히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있는 영웅으로 끌어다 주었다.
그들이 나에게 남긴 작은 기억들, 그들의 인생에서 결정적 순간이 되었던 경기들.
그 경기들 속에서 나의 젊은 날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아로새겨 놓은 빛나는 기억들까지.
야구에 그리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그 이름들 조차 알 수 없겠지만 나에겐 영웅인 그들의 이야기.
이 책을 읽는 3일정도의 시간동안 난 그 시절로 돌아가 그들과 함께 소리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너무나도 고맙고 소중한 책이다.
돌아오지 않는 2루주자... 그 안타까운 이름.
책의 부재가 되어있는 '돌아오지 않는 2루주자'는 롯데의 임수혁 선수를 대변하는 말이다.
2000년 4월 18일.
잠실운동장에서 벌어진 LG와의 경기에서 2루주자로 나가있던 그는 정말로 갑작스럽게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그 최악의 순간에 현장엔 의사 하나 없었고 단 5분의 산소공급 부족으로 인해
그는 아직까지 9년째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다.
매 경기 3만을 가득 채우고 한시즌 130만명을 불러들이는 롯데의 가장 아픈 손가락.
전국에 퍼져있어 그 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모든 롯데팬들의 가슴 한구석에 패인 깊은 상처.
그 날 현장에서 그 장면을 지켜봐야만 했던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그의 이야기가 가슴을 후벼판다.
의약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다시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없다해도...
롯데팬이라면 누구나 그 2루주자의 홈인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일어나라 임수혁 !!!
작은 영웅들에게서 얻는 희망
98년 IMF 이후 최악의 경제난으로 온통 힘들다는 소리로 둘러싸여 있는 지금의 우리사회.
서민들의 고통은 이미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뚜렷한 족적으로 기억되는 선수가 아닌 작은 물결 하나로 흘러갔던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는
힘들고 지친 우리의 일상에서 조금이나마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전해준다.
그들이 경험한 성공, 좌절, 역경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났던 그들의 용기.
그 용기와 극복의 기록속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