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머리속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지는 작가가 있다. 수많은 다작을 하면서도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정말로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캐릭터로 유쾌한 소동을 벌이는 ’오쿠다 히데오’. 상상의 대륙 차모니아를 창조하여 그 세계에 대한 친절한 안내자를 하는 ’발터뫼르스’ 등. 이 책의 저자인 베르나르베르베르 또한 그런 작가 중에 하나이다. ’타나토노트’ -> ’천사들의 제국’ -> ’신’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리즈에서 사후세계를 탐험하고 ’개미’를 통해서 무심코 지나가고 무시해 버린 개미의 세계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펼치고 ’뇌’를 통해서 인간의 마지막 과제인 뇌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풀어놓더니 ’파피용’에서는 최대 규모의 우주선을 통해서 인간의 구원과 인류의 기원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작품 ’나무’에서 그 상상력의 갈래를 끝까지 밀고나가 놀라운 이야기들은 풀어낸다. 기계가 스스로 의식을 가지고 서로가 소통을 하는 세상의 이야기. 주인의 명령을 거부하고 반란을 일으키는 왼손의 이야기. 20까지밖에 알지 못하는 부족들이 사는 제국의 이야기. 나이 든 노인들을 강제로 없애는 사회의 이야기. 우주인의 사업에 아무것도 모른 채 협력하게 되는 인간들의 이야기 등등. 누구나 한번 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들이지만 누구도 그 극단까지 펼치지 못한 상상들. 작가는 이런 가정들을 극단까지 끌고가서 그 극단에서 기막힌 반전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반전들을 통해서 인간의 문제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있다. 기계 만능에 대한 비판적 시각, 인간 복제에 대한 성찰,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인간들에 대한 비판, 인간의 시각이 아닌 인간 보다 우월한 존재가 바라보는 인간 세상에 대한 비판 등등.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미래의 모습. 우리의 시각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모습. 때로는 너무 무섭고 때로는 너무 우습고 때로는 너무 기가 막힌다. 작가는 이 단편들이 자신이 어린 시절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의 방식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가볍게 취급하기에는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력 속의 세계는 가볍지도 않고 우습지도 않다. 어쩌면 그것이 앞으로의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고 우리가 직면할 운명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단편들은 결국 베르베르의 대표작들의 토대가 된다. 유명한 그의 작품들이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는지 살짝 엿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의 매력에 빠져 읽어 내려갔던 그 작품들의 프로토타입을 볼 수 있는 기회. 이 책은 그런 기회를 제공해주는 베르베르의 작은 서비스 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완벽하게 발전되지 않은 이야기의 뼈대같은 느낌이 있다. 뭔가 더 발전시키고 더 살을 붙여낼 수도 있었을 텐데 단편의 한계로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다. 그런 반면에 이런 작은 상상력의 단서로 독자 스스로의 상상력을 더 펼칠 수 있어서 좋을 수도 있겠다. 이 책 정말 쉽게 헤어날 수 없는 상상력의 바다이다. 그 속에 풍덩 빠져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