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필
존 그리샴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미시시피의 한 작은 마을에서  최악의 오염사고가 발생한다.
크레인 케미칼이라는 대기업에 의한 식수 오염으로
마을 사람들의 전염병처럼 암에 걸리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남편과 자식을 한꺼번에 잃은 한 부인을 위해 페이튼 부부은 소송을 걸고
4년간의 지루한 법정다툼 끝에 4,10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승소를 하게 된다.
천문학적 배상금으로 인해 회사의 존폐의 위기에 몰린 크레인의 투르도 회장은
대법원의 상고를 통해 판결을 뒤집기 위한 모종의 음모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익집단의 이해에 휘둘린 법의 정의
미국이라는 나라는 소송의 천국이라고들 한다.
얼마전 우리 교민이 관련되어 큰 화제가 되었던 바지소송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상식에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소송이 흔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소송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구나 손 쉽게 법에게 호소할 수 있는 그들의 법원시스템이 부럽기도 하다.
그런 미국에서 사법제도의 개혁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무분별한 소송의 남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개혁이라고 하는데
그 배경에는 수많은 이익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이다.
이미 법이 대변하는 정의라는 것은 이익집단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사라진 지 오래이다.
변호사들은 자기가 대변하는 이익집단을 위해 정의를 던져버린 상황에서 이 소설의 의미는 작지 않다.

기존의 존 그리샴과 다른 느낌의 소설
수많은 히트작들을 통해 법정슬리러의 대가라는 호칭을 얻게 된 존 그리샴.
그의 명성은 절대로 헛된 것이 아님은 나 역시도 수많은 책과 영화를 통해서 경험했던 바이다.
그의 소설들은 항상 약자의 편에 서서 법원의 정의가 약자를 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언제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승리하고 그 과정을 법이라는 정의가 돕는 이야기.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그의 다른 작품들의 경향과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다윗의 승리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다윗의 승리 이후를 그리고 있다.
법정의 다툼을 다루는 법정스릴러가 아니라 판사 선거를 둘러싼 정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다윗의 승리로 통쾌함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충격적인 결말을 그리고 있다.
그가 기존의 포맷을 버리고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의 국민으로,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시민으로서의 위기의식 때문이다.
더이상 진실과 정의가 시민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 법이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
그런 위기에 대한 경고의 의미이며 그런 위기를 이겨내고자 하는 나름의 투쟁이다.

그들과 별로 다를게 없는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사법제도는 미국의 그것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야기가 그리는 정치의 모습은 우리의 선거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진실의 단편만을 편집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로 조작하기를 서슴치 않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많은 사건들을 만들어내고 이슈화 하고 논쟁한다.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어떠한 행동도 서슴치 않는 모습을 우리의 모습과 전혀 차이가 없다.
그렇기에 작가가 느낀 위기의식이라는 것이 그대로 우리나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위기가 된다.
불과 2년도 안되어 나라의 모습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지금의 정치세력도 결국 우리의 책임이 아닌가?

다윗은 과연 승리하는가?
소설을 다윗이라고 할 수 있는 미시시피 주민들의 승소에서 시작된다.
수많은 소설과 영화들을 통해 우리가 보아왔던 수많은 정의의 승리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렇다면 과연 다윗은 승리한 것으로 끝나는가? 세상은 그런 해피엔딩일까?
항소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때부터 진짜 싸움은 시작된다.
다윗의 승리는 골리앗에게는 뜻하지 않은 일격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제대로 정신을 차린 골리앗에게 다윗은 결코 승리할 수 없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고 그것이 더욱 현실에서 일어나기 쉬운 것이다.
그렇기에 소설의 결말은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너무도 무서운 것이 되어버린다.
다윗은 과연 승리할 수 있는가? 우리의 사회는 다윗의 승리에 박수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