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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4 (양장) - 제3부 개미혁명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평범한 모범생이었던 쥘리 팽송은 자신을 알아주던 성악선생의 죽음과 함께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에 반항하며 소위 말하는 문제아로 변해간다.
어느날 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갔다가 굴러 떨어진 동굴에서
에드몽웰즈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 가스통 팽송은 산림관리원으로 일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피라미드 모양의 구조물을 발견하고 조사하던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까지 더해저 방황하던 쥘리는 학교에서 '일곱난장이'라고 불리는
아이들과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록 그룹을 결성하면서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지역 문화원의 배려로 첫 공연을 갖게 된 그들은 음악으로 청중과 일치감을 느끼는 경헙을 하게되고
첫 공연의 성공으로 마련된 정식 콘서트 무대에서 또 다시 청중과의 교감에 성공한다.
그 교감을 바탕으로 쥘리는 [백과사전]에서 말하는 '개미혁명'을 이루기로 하고
청중들과 함께 자신들의 학교를 점령하고 이상적인 공통체를 위한 '개미혁명'을 시작한다.
2부 '개미의 날'에서 인간과의 만남에 성공한 병정개미 103호는
어느날 TV에서 자신의 고향인 '벨로캉' 근처의 숲에 팻말이 서는 것을 보게되고
자신의 겨례들에게 그 팻말이 가져올 재앙을 알리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난다.
가는 중에 벨로캉에서 원정을 나온 12개미들을 만난 103호는 그들에 닥친 위험을 설명하고
인간의 문명에서 배운 것을 개미의 문명에 적용하고자 하는 생각을 바탕으로
'손가락 혁명'을 게획하고 12명의 개미들과 함께 손가락 혁명을 위해 벨로캉으로 돌아간다.
가는 도중에 자신의 생명이 다했음을 알게 된 103호는 말벌들의 둥지로 가서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생명의 연장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로얄젤리를 얻는다.
로얄제리를 갖고 여왕개미로 다시 태어난 103호는 12명의 개미들과 함께
본격적인 손가락혁명의 길에 나서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동지들을 만나게 된다.
한 편의 재미있는 추리소설, 과학소설, 철학소설
소설은 가스통 팽송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과 숲속 피라미드의 정체를 풀어가는 추리소설이면서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개미들의 세계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정보통신이 보여줄 수 있는 미래의 혁명의 모습을 담고 있는 과학소설이기도 하고
개미의 눈을 통해본 인간세상의 모습과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 아니라는 성찰을 담은 철학소설이다.
쥘리 팽송과 일곱난장이들의 혁명과정을 통한 성장을 그린 성장소설이면서도
개미혁명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개미문명의 장점을 보여주면 그 교훈을 얻기를 바라는 환경소설이기도 하다.
다 한편의 소설에서 수많은 장르가 보여지고 수많은 사상들이 나열되고
독자가 미처 할 수 없었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숨겨진 지식들을 [백과사전]을 빌러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떠나서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을 손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다는 것이다.
만남... 충돌... 공존의 모색
1부에서 개미문명과 인간문명의 성공적인 만남을 이야기 하고
2부에서는 결국 양쪽 모두 이기지 못한 두 문명의 대결을 이야기 했다면
3부에서는 서로의 장점을 취해서 자신의 문명을 발전시키려는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쥘리 팽송과 여왕개미 103호로 대변되는 두 문명의 대표선수들이
'개미혁명'과 '손가락혁명'이라는 이름의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며 두 문명의 공존의 방법을 제시한다.
손가락 하나로 쉽게 죽일 수 있는 개미라는 생명체에 대한 인간의 자만을 꼬집으며
결국 개미를 닮은 사회를 이상적인 사회로 묘사함으로써 작가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개미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신의 존재와 프랑신의 '인프라월드'를 통해 신 또는 그 이상의 무엇,
개미를 지켜보는 인간들처럼 인간들을 관찰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무엇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있다.
그런 성찰의 결과가 작가의 후속작인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을 거쳐
최신작인 '신'으로 이르는 일련의 시리즈에 대한 동력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 비현실적인...
작가의 의도와 메세지는 분명 의미있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소설에 등장하는 방법론에 따른다면 너무 비현실적이다.
일개 락 콘서트에서 '개미혁명'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은 실소를 머금게 하고
'개미혁명'의 과정에서 그들이 컴퓨터로 이루어내는 일들은 전공자인 내가 보았을 때는 어이없을 뿐이다.
단적인 예로 프랑신의 '인프라 월드'라는 것은 잘 알려진 싸이월드들을 모아서 하나의 세계를 만든 것인데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수많은 인원들도 어쩌지 못한 기획은 단 한명이 며칠만에 만든다는 것 자체는 말이 안된다.
개미들의 세계 또한 비현실성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상상의 자유라 해도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쓰고 불을 사용하는 개미란....
마지막에 나오는 '개미재판'이라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이런 무리한 상상들이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라 할지라도
그 비약의 정도가 심해지니 주제의 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무섭기까지 했던 1,2부의 상상과 비교되니 더욱 아쉬움이 클 수 밖에...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소설... 정말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