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겨울은 판타지의 계절이 되어 버렸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겨울에 개봉하면서 판타지의 붐을 일으켰고
'나니아 연대기'에 이어 작년 겨울에 '황금나침반'까지 영화화 되면서
세계 3대 판타지 문학이 모두 영화화 되었고 올 겨울에는 뱀파이어가 극장을 점령하고 있네요.
국내의 판타지 문학은 그 뿌리가 깊지 않고 인식의 문제도 있어서 발전이 더딘 것 같습니다.
판타지는 '아이들이나 읽는 동화같은 이야기'라는 인식이 있는게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다 큰 어른인 제가 읽었던 판타지 소설들을 몇개 소개할까 합니다.
1. 황금나침반 - 필립 뉴먼
영화가 원작을 망쳐버린 비운의 걸작. 다 큰 어른을 판타지로 끌어들인 작품.
이 책을 읽기 전만 하더라도 저 역시 판타지는 아이들의 소설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게되고 조금 읽어보다 보니 정말로 재미가 있더라구요.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3권의 책을 순식간에 읽어 버렸습니다.
1권당 500페이지가 넘는 총 1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방대한 소설인데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황금나침반을 조정하는 능력을 가진 소녀와 아픈 엄마를 위해 아빠를 찾아나선 소년.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두 아이가 만나는 것은 작가가 상상해 낸 '평행우주'라는 개념이 때문인데
이 '평행우주'라는 개념은 그 후에 수많은 판타지 문학에서 차용되고 있는 개념입니다.
모험의 과정에서 등장하는 집시, 마녀, 갑옷을 입은 곰, 텍스터 등의 개성 강한 캐릭터들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그 소설이 전하는 메세지는 가볍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모험과 여정을 통해 작가는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에서 우리만의 천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제.
재미와 감동, 주제의식이 있는 세계 3대 판타지 중에 하나인 걸작입니다.
영화화가 된다고 했을 때 많이 기대했었는데 헐리웃의 폐혜를 고스란히 담은 졸작이 되고 말았네요.
가장 중심적인 주제의식은 무시한 채 눈요기 위주의 CG의 남발로 인해 원작의 주제를 망쳤습니다.
이것 저것 자르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날려버린 각색은
책의 독자로서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수준이었죠.
영화만 보고 재미없다고 생각하신 분들은 꼭 원작을 읽어보시길 권하는 작품입니다.
2. 야수 - 우에하시 나오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 생각나는 아름다운 이야기.
태초에 신이 내려와서 다스리고 있는 어느 나라가 있습니다.
신의 후손들은 여전히 나라를 다스리고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없습니다. 일본의 천황처럼.
실제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고 나라를 통치하는 것은 대공입니다.
신의 후손들에게는 그들의 권위를 상징하는 '왕수'라는 거대한 새가 있고
대공에게는 그들의 힘을 상징하는 '투사'라는 뱀이 있습니다.
투사 조련사인 엄마와 함께 살던 어린 소녀 에린은 투사에게 엄마를 잃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어미를 잃은 어린 '왕수'를 조련하게 되는 에린.
에린과 어린 왕수의 성장, 대공과 신족의 대립...
소녀의 성장을 그린 성장소설이기도 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 하는 소설입니다.
책 표지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미야자키의 애니가 보여주는 자연과 인물들이 자연스레 오버랩이 됩니다.
다 읽고나면 미야자키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을 한 편 감상하고 난 느낌이 듭니다.
인간에게 길들여져 자연의 능력을 잃어버린 '왕수'들과
강압적이지 않은 에린의 사랑과 정성으로 잃어버린 능력을 찾게 되는 '왕수'.
어린 왕수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에서는 벅찬 감동과 함께
자연은 인간에게 길들여 질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꼭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소설.
3. 테메레르 - 나오미 노빅
나폴레옹 전쟁에 투입된 개성강한 용들의 이야기. 이제껏 이런 용은 없었다 !!!
재작년 여름에 처음 서점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무척이나 망설였습니다.
'피터잭슨이 차기작으로 영화화', '나폴레옹 전쟁에 공군이 있었다'
카피만으로 제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지만 완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완결되지 않은 시리즈는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잘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겨울에 가서야 1권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호기심이 승리했다고 할 수 있죠.
지금은 시리즈의 완결인 6권의 출간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용이 나온 판타지 소설을 참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용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판타지에서 용은 공포의 대상이거나 악의 중심으로 묘사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능이 별로 없는 동물의 수준으로 그리는게 대부분이죠.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용들은 말을 하고 책을 읽고 사랑을 하고 전투를 합니다.
나폴레옹 전쟁의 시대에 용들을 이용한 공군이 있었다는 가정하에 쓰여진 이 소설은
실제 나폴레옹 전쟁사에 용공군의 활약을 적절하게 녹아들게 만들어 실제 역사와 혼돈이 됩니다.
게임 시나리오 작가 출신답게 전투 장면의 묘사는 생생하고 용들의 캐릭터들도 개성이 넘칩니다.
황제의 용 답게 기품을 지닜고 고집도 있으며 리더십을 갖춘 주인공 테메레르와
테메레르의 숙적이면서 냉정하고 강한 카리스마로 나폴레옹을 사로잡은 리엔,
꼭 테메레르의 알을 낳겠다고 스토커처럼 쫒아 다니는 사고뭉치 이스키에르카 등.
개성넘치는 용들이 자신들의 조종사인 인간들과의 우정을 키우며 전장을 휘젖고 다닙니다.
피터잭슨이 영화화를 한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킹콩'에서 보여준 그의 능력이
테메레르를 성공적으로 세상에 선보일 것이란 기대가 큽니다.
비록 완결되지는 않았지만 한권 한권이 독립적인 내용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따로 읽어도 됩니다.
테레레르에 나오는 용들은 우리나라의 뱀처럼 생긴 용도 아니고 공룡의 모습도 아니고
서양의 전설에 많이 등장하는 날개달린 용, 'Wyvern'들 입니다. SK 야구단의 마스코트.
4. 꿈꾸는 책들의 도시 - 발터 뫼르스
이런 소설도 있었다.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가득찬 소설.
'발터뫼르스'라는 작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작가였는데 지금은 그의 팬이 되어 버렸습니다.
독일 소설이 재미 없고 어렵다는 편견을 보기좋게 날려버린 소설입니다.
차모니아 대륙의 린트부름 요새에 사는 공룡시인 '미텐메츠'는 그의 스승인 '단첼로트'로 부터
스승을 한 평생 글을 쓸 수 없을 정도의 희열과 절망을 안긴 원고를 전해 받습니다.
그 원고 하나로 미텐메츠 자신도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희열과 절망을 느끼게 된 미텐메츠는
나머지 인생에 의미를 찾기 위해 그 원고의 작가를 찾아 책들의 도시인 '부흐하임'에 가게 됩니다.
그 곳에서 그는 상어구더기 '스마이크'를 만나는데 무시무시한 야망을 지는 그의 꾀어 넘어가서
부하하임의 지하세계에 갇히는 신세가 됩니다. 목숨을 건 모험의 시작.... 과연 그의 운명은....
이 책에는 많은 인물들이 나옵니다.
주인공 미텐메츠를 비롯하여 악역인 스마이크와 그림자 제왕 호문콜로스,
책 사냥꾼들, 부흐링들, 아이데트들....
만화가 출신의 작가는 친절하게도 그 종족들의 모습을 독특한 그림들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삽화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소설입니다.
미텐메츠의 모험과 그림자제왕의 이야기가 소설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면서
출판업계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재능있는 작가가 출판사의 농간에 넘어가 묻혀버리고 독자들에 의해 다시 살아나고...
읽어나가다 보면 꼭 한번 부흐하임과 그 지하세계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헐리웃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바로 이런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 루모와 어둠속의 기적 - 발터뫼르스
또 다른 차모니아 이야기. 사랑을 찾아 나선 어린 볼퍼티어의 모험담.
농장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살아가던 볼퍼팅어 루모는 이빨이 나기 시작하던 날
악마바위에 사는 외눈박이 괴물들에게 납치되어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같이 잡혀온 이들이 하나씩 외눈박이 괴물의 먹이가 되는 상황에서
루모는 상어구더기 스마이크를 만나게 됩니다.
스마이크에 의해 자신이 차모니아 최고의 싸움꾼인 볼퍼팅어 종족임을 알게 되고
스마이크가 말해주는 차모니아 전쟁사를 통해 싸움의 기술을 익히게 되고
결국 외눈박이 괴물들을 물리치고 탈출을 하게 됩니다.
외눈박이들에게서 탈출한 루모는 꿈속에서 계속 자기가 찾아다니던 '은띠'를 찾아서
볼퍼팅어 종족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찾아가게 되고....
어린 볼퍼팅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차모니아 대륙의 영웅이 되는 이야기 입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보면서 반해 버린 발터뫼르스의 다른 작품을 찾다가 건진 작품입니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차모니아 시리즈의 한편이기 때문에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나오는 종족이 이 책에서도 대부분 나오게 되지만 성격을 다릅니다.
스마이크도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는 악역으로 나오지만 여기서는 착한 인물로 나옵니다.
여전히 작가의 멋진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보다 모험이 더 많이 펼쳐지는 이야기 입니다.
어린 볼퍼팅어가 자신의 잠재력을 키우고 힘을 길러 사랑과 꿈을 쟁취하는 이야기 입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찬 멋진 모험담 입니다. 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소설중에 하나 입니다.
글 재주가 많이 모자라서 소설들의 장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느낌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이 책들은 읽어 봐도 절대로 후회하지는 않는다는 것 입니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아닌 '문학의 어엿한 한 장르'로 판타지가 인식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멋진 작품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 꿈꾸는 책들의 도시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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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나침반 - 전3권 세트
필립 풀먼 지음, 이창식 옮김 / 김영사 / 2007년 11월
36,000원 → 32,400원(10%할인) / 마일리지 1,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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