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사랑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한희선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작년 한 해 나름 많은 책을 읽었다.
특별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었는데도 유독 연애소설은 읽지 않았다.
물론 사랑을 이야기하는 책은 읽었지만 남녀간의 연애를 다룬 책은 읽지 않았다.
그렇게 이제 사랑은 나에게 지나간 이야기이고 다시 오지 않을 추억이다.
그러나 이 책을 받았다. 인터파크에서 이벤트로 걸려서...
그렇게 참으로 오래간만에 집어 든 연애소설. '서른다섯, 사랑'

좋은 집안에 빼어난 미모, 특출한 능력까지.
연봉 2000만엔을 넘어서는 고수입에 부러울 것 없는 소위 '엄친딸' 미호.
그러나 그녀에겐 두살 때 자살한 엄마와 그로 인해 양녀라는 딱지가 붙어있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지로를 만나 7년간의 연애를 했지만
차가운 배신으로 6년간의 이별을 했고 다시 재회하여 2년째를 사귀고 있다.
그러나 헤어지기 전의 뜨거운 사랑은 이미 식어버렸고 왠지 달라진 느낌은 갖는다.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 유지를 만난게 되는 미호.
유지를 만난 이후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미호.
점점 거리감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지로와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하는 유지.
흔들리는 미호의 감정들과 함께 그들 사이의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소설은 지극히 여성적이다.
서른 아홉의 아저씨가 읽기에는 너무도 많은 무리가 생기는 소설이다.
문체 자체도 여성스럽고 그 문체가 그려내는 이야기들도 여성스럽다.
분명히 아저씨 작가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절묘한게 여성의 심리를 묘사할 수 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유지되면서 낮설게 느껴진다.
그래서 읽는 내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읽어내기 힘들었다.

미호가 지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20대 서로의 상처를 다가보며 느꼈던 동질감은 분명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뜨겁고 강렬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
그러나 6년의 헤어짐 후 다시 만난 2년의 시간은 과연 사랑이었을까?
깨끗이 정리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로 만들어진 허상이 아니었을까?

아버지가 원장으로 있던 보육원의 원생이었던 유지.
자기 동생의 생명의 은인이자 고교동창인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친구.
어느날 우연히 다시 마추지게 된 유지에게서 느끼는 설레임은
어쩌면 자기 동생의 생명을 구해주던 그날부터 이미 정해져 버렸던
운명의 강력한 끈이 아니었을까?

단순한 사랑만 이야기 하는 연애소설은 아니다.
사랑, 죽음, 희망, 삶, 용서.... 많은 것을 이야기 하는 책이다.
스토리의 전개는 미호와 지로, 유지의 사랑을 이야기 하지만
미호의 출생의 비밀에 감춰진 이야기를 통해
과거와의 화해와 용서, 죽음과 삶의 의미, 인연의 무서움 등을 이야기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 와서도 작가가 아저씨라는 사실을 전혀 믿을 수 없다.
남자인 내가 읽어서 그렇다면 여자인 우리 마눌이 읽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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