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눈 먼 자들의 도시]였던 공화국 수도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그 사건이 흐른 후 4년.
백색실명의 전염병이 퍼지던 시기에 아무런 역할이 없었던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투표를 한다.
첫번째 투표에서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정확히 오후 4시에 투표소로 향햐고
70% 이상의 사람들이 백지투표를 한다.
정부는 당황한다. 저조한 투표율 보다 그들의 공포에 떨게하는 백색투표 때문에...
결국 선거 당일 날씨의 문제로 억지로 치부하고 재선거를 한다.
그러나 이번에 놀라운 투표율에 무려 87%나 되는 백지투표가 돌아온다.
정부는 이제 완전히 공포에 빠지게 되고 백색투표의 배후를 찾기 위한 행동에 나선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방식의 해결을 위해 심문, 협박, 회유, 호소 등등...
그러나 누구의 입에서도 '내가 백지투표를 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고 정부의 당황은 극에 달한다.
말도 안되는 논리로 계엄을 선포하고 사람들을 압박하지만 그 역시 효과는 없다.
결국 수도를 버리고 도망치는 정부와 정치인들.
경찰도 없고 공무원도 없는 도시에서 그들이 원하는 혼돈이 올 것인가?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눈 먼 자들의 도시]와 연결되고 있다.
그러나 특별히 속편이라는 개념은 없다. 다만 공간적 배경이 같고 '의사의 아내'가 나온다.
그러나 2권의 책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하다.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시각적 경험에 의한 윤리가 사라진 상태의 인간 본성을 보여주고 있다면
[눈 뜬 자들의 도시]에서는 낸 정부가 없어질 위험에 처했을 때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대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전편이 일상에서 우리가 매일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본성을 보여주고 있다면
이 작품은 인간이기는 하지만 특수한 종으로 변화해 버린 '정치인'들의 본성을 보여준다.
전편이 눈이 멀어 보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눈은 분명히 뜨고 있으나 보지 않으려 해서 보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이야기 이다. 

계엄을 경계로 군사초소가 생기고 그 초소를 경계로 나뉜 사람들.
초소밖의 정치인들은 그들이 보려하는 것만 보려하고 보지 않으려 하는 건 보지 않는다.
그래서 초소 안쪽의 사람들, 대부분의 선량한 국민들이 보여주는 놀라울 정도의 인간성은 보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들과 그들이 우상처럼 떠받드는 체제를 궁지로 몰아넣은
'백돌이'를 보려고 한다. 설령 그 백돌이가 실제로 없다고 하더라도 보아야만 한다.
그래서 그들은 초소 안쪽으로 그들의 첩자를 침투시켜 백돌이를 보려한다.
처음에 첩자들도 백돌이 이외의 것은 보지 않으려 하지만
차츰 그들의 눈이 뜨이면서 백돌이가 아닌 인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치인들의 예상을 빗나가는 사건들과 배신(?)들의 연속.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정치인들은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우리가 너무도 분명하게 알고 있듯이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만 본다.
그러니 그들은 눈을 뜨고 있으나 눈이 먼 사람들이다.
그러면 그들과 함께 있는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과연 떳떳하게 '나는 눈이 멀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책에 나오는 사람들도 정치인들의 말이 새빨간 거짓인 줄 알지만
그들이 보는 것에 눈을 감는다. 희생양은 있어야만 한다. 자신들을 위해서...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도 별로 다르지 않다.
우리도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눈도 멀었다.
시골에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코시안'들을 보는 우리의 눈은
우리와 다른 그들의 까만 피부는 보고 있지만 우리와 같은 그들의 빨간 피는 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다른 눈으로 보고 아무런 가책없이 차별을 가한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독히도 눈이 먼 사람이다. 

주제 사라마구의 결론이 너무 부정적이어서 아쉽다.
전편에서 그렇게 희망을 보여주던 사람이 왜 이렇게 암울함으로 끝을 맺었을까?
어쩜 전편의 결말은 이 책의 결말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의 결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는 눈을 뜨고 있는가? 우리는 지독히도 눈이 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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