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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게이고 정통 추리소설로 돌아오다 !!!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룬 회랑정에 이치가하라 가문의 가족들이 모여든다.
대그룹을 창업하여 가문을 일으킨 다카아키의 유산을 분배하는 유언장을 공개하기 위해서...
유일하게 외부인으로 초대받은 나는 6개월 이곳에서 나의 전부인 지로를 잃었다.
동반자살을 시도한 화재사건이라고 하지만 나는 나의 지로가 살해당했다는 걸 알고있다.
그 후 6개월. 복수를 위해 자살로 위장하고 기쿠요부인으로 변장한 채 회랑정을 다시 찾는다.
나와 나의 지로를 죽이려 했고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빼앗은 이들이 여기에 있다....
「용의자 X의 헌신」,「붉은 손가락」,「방황하는 칼날」
3편의 전작에서 미리 범인을 밝혀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나를 매료시킨 작가.
그가 이번엔 정통 추리소설로 돌아왔다. 즉, 범인을 마지막까지 꼭꼭 숨기는 방식의 이야기.
작가의 이름만 믿고 주저없이 선택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피해자이자 탐정이며 주인공인 나의 추리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책은 끝이 나 있었다.
외모지상주의와 돈 때문에 속물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이 작품은 보다 추리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 지적유희를 즐기기 위한 작품.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물들 사이에서 범인을 찾아내야 하는 수수께끼.
그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주인공의 추리와 그녀의 가슴속에 상처가 되어버린 이야기들.
왜 그녀가 그렇게 절박하게 복수를 다짐할 수 밖에 없었는지 왜 그렇게 처절해야 했는지
남자인 내가 여자의 심리를 잘 알수는 없겠지만 그녀의 절박함엔 공감이 간다.
그런 이유있는 복수이기에 그녀를 응원하는 심정적인 동조가 이루어진다.
한정된 인물들이기에 처음부터 한명씩 의심의 눈길로 쳐다보게 된다.
단 한장의 거짓유서로 범인을 움직이게 만드는 설정 또한 탁월하다.
인간의 심리란 참 묘하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은 아니지만 자기들 중 누군가가 범인이라는 생각에
서로 의심하고 서로 불신하게 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마음이란 얼마나 연약한 것인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사건이 하나씩 풀려가면서 뜻밖의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뜻밖의 인묻들이 하나씩 나타나면서 읽는 재미를 더욱 배가 시킨다.
추리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반전 또한 뛰어나다.
처음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었을 때 처럼 강력하게 뒤통수를 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뛰어난 반전이라 할 수 있다.
추리소설이 범하기 쉬운 오류인 반전을 위한 이야기 전개도 없다.
주인공의 추리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반전. 역시 게이고 답다.
어제 오후에 책을 펴서 오늘 아침에 다 읽었을 정도로 몰입감이 최고인 소설이다.
물론 게이고의 작품들이 다 그정도의 몰입도는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이 최고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재미있다.
[렘브란트 반 라인]의 오타가 너무 심해서 '랜덤하우스'라는 출판사를 불신할 정도 였는데
이 책은 오타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놓친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망하지 않을 정도의 작품이다.
즐겁게 읽으면서 게이고가 펼치는 지적유희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