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구해줘'를 읽으면서 기욤뮈소에 반했고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읽으면서 비슷한 내용에 조금 실망했던 나이기에 세번째로 접하는 그의 작품 '사랑하기 때문에'는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이었다. 두 작품과 또 똑같은 형태이면 어쩌나 하는 우려와 그래도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묘사와 빠른 전개,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는 심정. 일단 두 작품과 전혀 다른 구성이다. 환타지적인 인물도 없고 사건의 구성도 다르며 이야기의 전개방식도 다르다. 두 작품이 환타지적인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추리나 스릴러와 비슷한 형식을 취한다. 물론 결론을 보고나면 그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작가는 여전히 운명론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후회를 하고 자책을 하더라도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이고 그 과거의 일들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다는 것. 사람의 힘으로는 운명을 거스르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거기에 더 나아가 하나의 메세지를 더 남긴다. 그것이 운명이었든 사고였든 무엇이었든지 간에 과거의 기억이나 상처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되고 스스로 이겨내고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기억에 대한 망각,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수용, 과거의 기억에 대한 용서... 이런 긍정적인 사고(思考)의 힘으로 모든 과거의 상처는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치유와 극복의 과정을 거치면 인간의 정신은 더욱 강해지고 다가올지도 모르는 충격에 대한 내성을 기를 수 있다는 것. 

 제목이 '사랑하기 때문에'이라서 뭔가 사랑을 이야기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책의 내용에 사랑이 녹아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제목으로 삼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사랑에 할애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속 상처에 대한 치유와 극복이 주된 내용이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제목의 의미가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하긴 '구해줘'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경우도 제목과 내용의 일치는 별로 느끼지 못했지만... 

 사랑하는 딸을 잃고 자책감에 빠져 자신에게 가혹한 형벌을 가하는 남편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아내, 망가지는 딸의 모습을 차마 지켜보지 못하는 백만장자 아버지, 그리고 한 소녀의 불행을 쉽게 보아 넘기지 못한 정신과 의사에 의해 과거의 고통스럽고 가슴아픈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3명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유발한 구성에 마지막에서야 드러나는 진실의 이야기. 기욤의 작품들이 모두 그런 형태를 취하지만 이 작품의 결말이 제일 흥미롭고 재미있다. 사실 마지막에 가서는 살짝 예상할 수 있었지만.. 

 서로 처음 보는 세 사람에게 얽히고 설키는 서로의 인생을 보면서 내가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어쩌면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그들을 알지 못하는데 내 행동이 그들에게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기란 불가능이 아닌가? 그래서 운명론이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어쨋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내 삶의 방식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나의 행동이 타인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것이 세상이 아닐까? 구성원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산다면 보다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판타지가 아니고 판타지적인 인물이 등장하지도 않지만 한편의 판타지를 읽은 느낌이다. 아니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놓고 난 내 가슴속에 따스한 느낌이 남아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해 있다. 물론 책 한권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 현재의 느낌은 편안하고 따스하다. 이런 기분과 감정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모르겠으나 그 시간동안은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 보일 것 같다. 그럼 이 책의 가치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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