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뱀파이어는 참으로 매력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남녀를 막론하고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빼어난 인물을 가지고 있고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힘과 능력을 가진 불사의 존재. 흡혈이라는 어쩔 수 없는 혐오스러운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가지는 매력은 정말 매혹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입장에서 본다면 뱀파이어는 언제든지 자기를 먹을 수 있는 무서운 괴물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뱀파이어와 그들의 먹이인 인간이 사랑을 한다. 참으로 기발하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소재이고 설정이다. 휴일날 무심코 틀어던 영화소개 프로에서 처음 접하고 원작이 있다는 사실에 책을 구입했다. 이 책이 데뷔작이라는 작가는 무섭고 소름끼치는 존재일 수 밖에 없는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너무도 매력적이고 사랑스런 인물로 바꾸어 놓았다. 인간의 피를 먹고 살아야 한다는 숙명을 초인적인 인내로 견디면 인간의 세상에서 인간과 어룰리고자 하는 뱀파이어들. 인간의 역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인간세계 구석에 꾸며놓고 인간들처럼 사랑을 하고 인간들처런 가족을 이루기를 원하는 뱀파이어들. 같은 뱀파이어 종족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인내를 하며 인간과 공생을 꿈꾸는 뱀파이어들. 뱀파이어라고 거부하기엔 너무나 인간적인 뱀파이어들의 이야기 이다. 몇년전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던 [폭풍우 치는 밤에]라는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늑대가 먹이인 양을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 그들의 사랑은 우정이지만 이 책의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이다. [폭풍우...]의 설정보다 한단계 더 나아가기는 했지만 늑대가 느끼는 갈등과 에드워드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같다. 거기에 에드워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곁들여지면서 더 복잡한 고민이 생긴다. 단순히 벨라를 먹는 것을 참는 정도의 갈등이 아니라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갈등. 자신의 사랑이 벨라에게 고통만 줄 수 있다는 심적인 갈등. 그리고 망설임. 전혀 현실이 될 수 없는 이야기 이지만 그들의 갈등이 100% 공감이 간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누군가를 지켜준다는 이야기. 나는 책을 읽는 동안 [터미네이터]를 생각했다. 아마도 이 책을 영화화하는 영화사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맟추었지 않았을까? 하는 고민이 든다. 물론 이 책의 매력중에 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이 [터미네이터]같은 에드워드가 위기에 처하는 벨라를 언제나 구해주는 한편의 액션여화 같은 장면들이지만 이 책의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춘 영화화라면 너무도 많은 매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통해서 드러내는 인간의 나약함과 이기주의. 인간보다 오히려 더 인간적인 뱀파이어들의 뜨거운 가족애. 조만간 개봉한다는 영화가 소설이 이런 매력들을 모두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이미 국내에 2편이 발간되어 있고 미국에서는 3편까지 나와있다고 한다. 작가뿐만 아니라 주인공 에드워드까지 팬클럽을 가지고 있을 정도의 선풍적인 인기라고 하는데 국내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듯 하다. 하긴 우리나라에서 판타지는 성공하지 못하지만.... 언제나 헐리웃의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서 열광을 하면서도 정작 판타지 문학은 외면하는 국내의 현실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해리포터 이외는 성공한 판타지가 없으니.... 1편을 읽고나서 2편과 3편이 기대되는 판타지이다. [폭풍우 치는 밤에]의 설정과 [터미네이터]의 액션이 버무려진 매력적인 소설이다. 내 나이에 맞지 않을지는 몰라도 여러가지 힘든 세상에 잠시 여유를 갖기엔 충분한 소설이다. 매혹적인 뱀파이어의 세상으로 Go Go!!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