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세상 살아가기가 참으로 '팍팍한' 요즘이다.
누구나가 살기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가는 이 시대.
'정말 나보다 힘든 사람들이 있긴 있는 거야?', '왜 나만 이리 힘들어야 해?'
누구에게라고도 할 것 없는 무수한 불평들이 저절로 나오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오쿠다 히데오의 '최악'은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쉼표같은 소설이다. 

커다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37세의 철공소 사장 신지로.
비오는 날과 월요일과 월말을 싫어하는 평범한 23세의 은행원 미도리.
정처없이 삶을 낭비하며 방황하며 살아가는 20세의 날건달 가즈야.
소설을 세사람의 평범한 삶속에 끼어드는 작은 변화가
감당하기 없는 가속도가 붙으며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최악'으로 몰아넣는 과정을
스피디하고 생생한 문체로 마치 내가 주인공인 듯한 느낌이 들게 그려낸다.
소설의 마지막에 신지로가 하는 대사처럼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수 없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쩔수 없이 '최악'으로 치닫는 인생들의 이야기 이다. 

어릴때 부모님이 늘상 하시던 말씀이 있다. '성실함을 이기는 것은 없다'고.
나 또한 그말을 신조로 믿고 항상 내 삶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그 말의 진실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과연 성실함 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걸까?
소설의 결론도 'NO'!! 현재 우리 사회의 현실도 'NO' !!
그래서 이 소설은 잔인하게 사회의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잔인하게 사실적이다. 

순둥이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는 진실.
신지로가 미도리가 가즈야가 순둥이가 아니었다면,
자신의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을 위해 남을 이용할 수 있었다면
악의를 가지고 세상과 사람들을 대할 수 있었다면 그들의 인생이 최악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
그런 마음을 악용하는 사회와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의 인생이 부셔지는 모습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변해 버렸는가? 갈수록 이리도 각박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함과 안타까움에 안스러운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결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는 결론.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결론,
인위적으로 해피엔딩을 만들지 않는 결론은 정말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어설프게 희망을 주겠다는 명분으로 억지로 해피엔딩을 만들었다면 실망이 컸을 것이다.
신지로는 가장 큰 피해자가 되었고 미도리는 가장 좋은 결론을 가질수 있었고
가즈야는 최악도 최선도 아닌 차선의 결론을 얻었다.
조사 과정에서 경찰과 당사자들의 태도 또한 사실적이다.
경찰이 당사자들을 억지로 따뜻하게 대하지도 않고 당사자들이 정직하지만은 아닌...
인위적으로 뭔가를 만들지 않은 결론.. 참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최악'이라는 제목 자체에 이미 주제가 담겨져 있다.
'최악'이라는 것은 더이상 더 나빠질 수 없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들도 '최악'의 상황에서 더 나빠지지 않았다.
옛날과는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다시 살아가기 때문이다.
우리의 세상살이도 다를게 없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최악'이라고 생각되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는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금 사는 삶이 아무리 팍팍하다고 느껴지더라도 조금만 견디면
더 나아진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위로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행복한 미래가 아닌 적당히 나아진 미래를 보여준다.
그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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