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1 (양장) - 제1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개미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조나탕 웰즈는 회사에서 쫓겨나고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그의 삼촌 에드몽 웰즈에게서 집을 한 채 물려 받는다.
그리고 <절대로 지하실로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도 받는다.
어둠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조나탕은 지하실로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고
가족들에게도 지하실에 접근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어느날 애완견이 지하실로 들어가고 애완견을 찾으러 들어가는 조나탕.
그곳에서 그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어떤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결국 그는 지하실에서 실종되게 되고 그의 아내 뤼시 또한 그를 찾아나서다 실종된다.
그들 부부를 찾으러 떠났던 형사와 구조대원들 마저 실종되고 그의 아들은 고아원에 맡겨진다.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서지만 결국 그들과 보안요원까지 실종되는데...
과연 저주받은 지하실의 정체는 무엇일까?

개미들의 세계에 사는 수개미 327호는 동료 개미들과 정찰에 나섰다가
전혀 본 적도 없는 무기에 모든 동료들이 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게된다.
도시로 돌아온 그는 동료개미들에게 그 사실을 전하지만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결국 여왕개미에게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하지만 여왕개미의 반응도 좋지 않다.
혼자서 그 비밀무기의 정체를 밝히기로 생각한 수개미 327호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는 일개미 103683호와 암개미 56호와 함께 의문을 해결하러 나선다.
그런 그들에게 바위냄새를 풍기는 병정개미들이 다가와서 그들의 목숨을 노린다.
그들의 목숨마저 빼앗아가면서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비밀은 무엇이고
비밀무기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개미들의 세계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놀라운 상상력

책에서 묘사하는 개미들의 도시는 인간의 오만함을 비웃을 정도의 문명을 이룬다.
인간의 그 어느 도시보다 잘 정비되어 있는 도로망과 건축양식들,
인간의 어느 체제보다 더 잘 짜여진 분업화와 농경, 수렵 등의 세분화 된 작업들,
인간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자신의 종족에 대한 충성과 희생정신.
겨우 300만년의 역사를 지닌 인간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1억년 개미 문명의 실체들.
그 모든 것이 전적으로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오랜 기간동안 개미를 관찰하고 연구해 온 작가의 과학적인 실험과 논리적 추론에 의한
지극히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놀라운 것이다.


인간의 시각을 버리고 개미의 시각으로 바라 본 세상의 모습.

'6개의 성냥개미로 4개의 정삼각형을 만드는 방법'
소설에서 에드몽 웰즈가 지하세계로 진입하는 입구에 만들어 놓은 문제이다.
그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그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 문제의 답은 결코 평범한 사고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생각의 변화, 관점의 변화가 있어야만 풀어낼 수 있는 문제.
에드몽 웰즈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문제.
결국 그가 원하는 자격이란 기존의 틀에 잡혀있지 않는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문제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소설은 인간의 시각이 아닌 개미의 시각으로 바라 본 세상을 이야기 한다.
인간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소설의 주인공인 불개미들은 갓난아기도 눌러 죽일 수 있는
정말로 하찮고도 하찮은 벌레에 지나지 않지만
개미의 시각으로 본다면 자기들보다 훨씬 작은 존재들 위에서 군림하는 강력한 종족이다.
진딧물을 사육하고 통제하여 꿀물을 얻어내고 버섯을 재배할 수 있으며
전쟁으로 잡아 온 다른 종족의 개미들을 노에로 부리고 곤충들을 사냥하여 단백질을 보충하는
1억년이 넘는 세월동안 존재해 왔고 그 세월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이들.
원폭이라는 사상 최악의 재앙 마저도 굴복시키지 못했던 지구의 진정한 주인.
그것이 바로 개미의 시각으로 바라 본 개미의 모습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 신화의 시작

이 책이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시절에 난 이 책을 읽지 않았다.
독서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었기도 하거니와 지나칠 정도로 열광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파피용>이라는 소설로 베르베르를 처음으로 접했다.
그 때의 충격과 놀라움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만큼 나에겐 충격이었던 작가.
그러나 사람들의 평가는 <파피용>이 베르베르 답지 않은 작품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왜 그런 평가가 나왔을까?
작년에 신작 <신>을 읽기 위해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을 읽으면서
그런 평가들에 대해 조금씩 동의하기 시작했다. 그 작품들이 너무 좋았기에.
그리고 이제 <개미>을 읽고 나서야 그런 평가에 100% 동의할 수 있다.
과연 이 소설이 한 사람의 머리속에서 만들어 질 수 있는 이야기란 말인가?
개미도시에 대한 치밀하고 상세한 묘사는 독자가 개미도시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이 들게하고
다른 개미들과의 전쟁장면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이 박진감있고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스토리와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통렬한 비판.
단순히 재미를 주는 소설이 아니라 개미의 눈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철학이 있는 소설.
왜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했는지, 왜 사람들이 그를 보고 천재라고 했는지 알 수 있다.


문명의 충돌. 그 결과는...?

1편에서는 등장인물과 개미들에 대한 소개와 개미문명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었다.
개미세계와 인간세계가 서로 엇갈리듯 돌아가던 스토리가 1편의 마지막에서 접점을 찾는다.
이제 인간의 문명과 개미의 문명. 2개의 발전된 문명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
그 문명의 충돌이 과연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 것인지
또한 그 충돌이 어떠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인지 다음 편을 빨리 읽어야 겠다.
에드몽 웰즈와 벨로키우키우니 여왕의 첫번째 접점은 어이없이 사라지고
조나탕과 새로운 벨로키우키우니의 새로운 접점이 생겨난 시점.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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