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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의 대발해 - 전10권 세트 (케이스 포함)
김홍신 지음 / 아리샘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2007년 여름을 나와 함께 한 대 서사시.
고구려의 멸망 순간부터 대발해의 멸망까지
300년 가까운 시간을 단 10권의 책으로 이야기 한다는 것은
이미 시작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그 대상이 제대로 된 역사서 하나 남지 않은 발해라고 한다면 더욱더...
그러나 그렇다고 그냥 묻어 버리고 잊어버리기엔
광활한 대륙을 누비며 '중화'라고 외치는 오만한 그들을 섬뜩하게 했던,
고구려의 대통을 이어 북방을 오령했던 발해의 조상들에게
우리는 커다란 죄를 짓고 사는 것이기에
누군가는 언젠가는 했어야만 했던 작업이었다.
그리고 우리세대에 그 일을 해낸 작가가 있었다는 건 어쩌면 행운일 것이다.
김 홍신.
솔직히 인간시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재미는 있었다.
문학을 좀 안다는 비평가들이 통속소설이라 비난했다지만
그의 이야기는 재미 있었고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인간시장이 우리 사회의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그리고 있었기에
난 그의 이야기를 애써서 외면 하려고 했던것 같다.
그가 8년간의 산고 끝에 '대발해'를 가지고 왔다는 소리에
인터넷 서점에서 바로 검색하고 10권을 모두 주문했다.
내가 워낙에 역사소설을 좋아하는데다 연초 읽었던 '남한산성'이 너무 좋았기에
역사소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있었다.
게다가 인기를 끈 드라마 '대조영'을 보면서 발해의 역사에도 관심이 있었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구입했다.
여름이 지나가는 2달 가까이 책에 빠져 있었다.
회사 업무에 매달려 살다보니 퇴근해서 책을 또 펴기는 힘들었고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만 읽다보니 2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2달 동안 난 온전히 발해의 백성이었고 황제였으며 장군이었다.
김홍신의 문장을 재미 있으면서 부드럽고 때론 힘이 넘치며
때론 에로틱하며 때론 구슬펐다.
나도 그의 문장에 따라 때론 힘찬 발해의 장군이 되고
때론 외롭고 힘든 발해의 황제가 되며 때론 슬픈 사랑의 주인공이 되어
발해의 300년 역사를 따라 흘러 갔다.
10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가슴속에 응어리진 한이 남는다.
그토록 강력한 북방의 패자였던 그들인데
후손에 길이길이 기억하고 자랑해야 할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인데
어찌하여 우리는 그 영광을 지키지 못하고 우리것이라 말하지 못하고
이렇게 힘없이 오만한 중국의 역사왜곡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지...
이 책의 모든 내용이 발해의 역사가 아니란걸 안다.
역사의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는 오늘에 다시 발해의 역사를 복원하는건
어쩌면 정말로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도는 언제나 있어야 한다.
역사학자들이 외면하다면 이렇게 작가라도 나서야 한다.
김홍신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어느 역사학자와도 이 소설을 가지고 토론할 수 있다' 라고...
이제는 역사학자들이 나서야 한다.
그들은 진정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어찌하여 그들의 노력이 한 작가의 노력보다 못하단 말인가?
이는 그들의 직무유기 때문이다.
애써 외면하고 찾으려 하지 않았기에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발해는 언제나 그곳에 서 있는데 역사학자들이 찾지 않는 것일 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적을 가진 역사학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을 읽고서 터무니 없다고 비평하고 싶다면
그 논거를 위해서 더욱 더 발해를 연구하기를 바란다.
그렇게라도 그들이 발해의 역사를 더듬기 시작한다면 이 책의 소명은 이미 다한 것이리다.
나의 가슴속에 발해를 심어준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새로운 발해의 역사를 가질 수 있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