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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평점 :
팍팍한 세상, '하악하악' 견뎌보자 !!
거친 숨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하악하악]
제목부터 뭔가 팍 끌리는 느낌이다.
게다가 작가는 '기인'의 이미지가 강한 이 외수.
많은 기대를 가지게 했는데 카페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다.
절반의 여백과 길지 않은 문장속에 담긴 여유로움.
치솟는 물가, 미국 소고기 파문, 부자로 도배된 내각...
하루 하루 점점 더 견디기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이외수가 견디는 방법은?
책의 절반은 여백으로 채워 놓았다.
한 장의 지면도 아까워 빽빽하다 못해 어지럽게 지면을 채워놓는 요즘 책들.
책을 처음 열었을 때 본문보다 더 많은 여백을 보면서 여유가 느껴진다.
꼭 복잡한 내용을 어지러운 말들로 표현하지 않아도
단 몇줄, 심지어 단 한줄의 문장과 여백만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힘든 세상 웃음마저 없다면 어찌 살겠소.
사이사이 숨어있는 유머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또다른 무기이다.
외롭지 시리즈, 닥쳐 시리즈,...
작은 미소가 묻어나기도 하고
출근길 지하철에서 민망할 정도의 박장대소나 터져 나오기도 한다.
개그맨들이 웃기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이외수님의 삶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상에 가미된 유머 감각으로
의도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웃음을 베이게 만든다. 기분이 좋아진다.
에술가로서의 자부심, 그리고 소통
이 외수는 작가라기 보다 예술가다.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문학을 예술이라 여기는 사람이다.
작가와 예술가의 차이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글을 읽어가다 보면 스스로를 예술가로 생각하는 작가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 고생했던 젊은 시절도
악플과 비평아닌 비평으로 도배되는 지금도
에술이라는 벽안에 스스로를 감추기 보다 세상과 소통하려는 작가의 모습이 보여진다.
나 조차 알지 못하는 '흠좀무', '듣보잡', 등등의 인터넷 용어를 사용하는 작가.
분명 다른 작가와는 다른 모습이 보인다.
가슴 속 영원한 안식처를 연상하게 만드는 편안한 세밀화들.
물론 책의 주인공은 작가 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책 만큼은 예외이다.
이 책의 반 이상을 채우고 있는 세밀화들.
잊혀져가는 우리의 민물고기들을 그리 세밀화들이
책 전반에 걸쳐 편안한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고
때로는 글을 돋보이게 만들고 때로는 스스로 빛을 내면서
책을 전반적인 품격을 높혀 놓았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은 작가 뿐만 아니라
세밀화를 그린 '정태련'님도 함께해야 한다.
시골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이 없는 나 조차도
그림을 보면서 어린시절 가끔 내려갔던 시골 개울가의 기억이 떠오르게 한다.
그런 편안함이 배경으로 있었기에 작가의 글도 더 좋았던 것 같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흔히 지옥철이라고 부르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다니는 내가
사람들로 움직일 틈도 없는 복잡한 공간에서 작은 짜투리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꺾이고 비틀어지는 허리의 비명소리를 감내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120% 공감되는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고 생활 속 작은 웃음에 나도 모르게 미소짓고
때로는 참을 수 없는 박장대소에 얼굴이 뻘개지게 웃음을 참아야 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그런 나의 Re-Action에 신기한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한 일.
이 책. 참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