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이 유럽대륙을 지배하던 시대. 전투기가 없던 시대이니 당연히 공군은 있을 수 없던 그 시대 그 전쟁에 공군이 등장한다. 비행기 대신 다양한 크기와 능력을 지닌 용들을 타고.... 테메레르의 세계에서는 더이상 용은 상상의 동물이 아니다. 인간과 함께 살아가며 인간을 위해 싸운다. 인간과 같이 말을 하고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판타지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 세계. 그러나 작가의 능력은 전혀 의심없이 그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어떻게 용을 타고 전쟁을 하는지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 아주 당연한 일이고 늘상 그래왔던 일이라는 듯이 자연스럽다 못해 천연덕스럽게 판타지의 세계를 보통의 세계라고 우기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폴레옹 시대의 전쟁을 역사적 사건틀과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하면서 용을 이용한 공군의 존재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끼워넣는다. 정말 기발한 상상이고 탁월한 능력이다. '피터 잭슨'이 영화화한다는 문구 하나에 기대를 걸고 선택한 책인데 정말 뜻밖의 수확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걸 '거저 주웠다'고 해야 하나? 소설을 읽는 동안 '피터 잭슨'이 만들어줄 영화의 장면들이 머리속으로 그려진다. 친절하게 책의 앞부분에 그려준 용에 대한 그림들이 그 상상을 더욱 쉽게 해준다. 언제 개봉할런지 벌써부터 기대가 가득하다. 등장하는 인간과 용들의 개성이 너무도 뚜렷하고 캐릭터가 분명하다. 얼떨결에 용비행사가 되어 해군에서 공군으로 바뀐 로렌스는 매사 정확하고 판단이 빠른 장교의 모습과 테메레르에 대한 애정을 가진 부드러운 모습, 가문과의 갈등(아버지와의 갈등인가?)에 따른 반항적인 모습이 공존한다. 테메레르는 아직 어린 용의 귀여운 모습과 조금은 급진적인 사고를 가진 혁명적인 모습과 귀한 품종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고귀한 성품과 로렌스를 향한 애정과 전투에서의 용맹함이 뭉쳐져 독특한 캐릭터를 형성한다. 이밖에 나오는 인물들 하나하나의 개성이 살아있어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이어진다. 500 페이지 가까이 되는 적지않은 분량인데 쉽게쉽게 읽혀져서 분량의 부담을 못 느낄 정도이다. 1권의 내용은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만남, 공군으로서 훈련을 쌓으며 서로간의 애정을 다지는 모습,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과 그 전쟁에서의 테메레르의 활약상 등이 그려진다. 나폴레옹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긴 '트라팔라스 해전'과 '도버 해전', 그리고 역사상에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영국상륙작전으로 이야기를 맺는다. 1권은 어찌보면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만남과 성장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절대로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다. 작가의 데뷔작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어쩌면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판타지)을 해댈 수 있는지? 용을 어떻게 타고 어떻게 전투할지에 대한 상상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용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을 비판하고 그러면서 재미를 잃지 않는다. 외국소설이라 읽기 힘들거라는 편견을 불식시키며 책에 빠지게 만드는 스토리 텔링은 감히 시드니 셀던 이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런 작가가 나오다니... 당분간 이 작가에 빠지지 않을까? 총 6권의 시리즈 중 첫 작품이라니 6권까지 어떻게 기다릴지 모르겠다. 책을 읽을 때 마다 뭔가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전혀 그런 부분을 찾지 못하겠다. 재미있다. 꼭 판타지 팬이 아니라도, 용을 믿지 않는다 해도 이 책만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너무 재미 있으니까... ^^ P.S : 영화 '황금나침반'은 정말로 원작을 망쳐 버렸다. 그러나 '피터 잭슨'이라는 이름만으로 이 책을 망쳐지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빨리 그가 만든 영화를 보고 싶은건 이 책의 매력이 너무 많아서 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