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싶은 그들만의 세계사 - 망각의 20세기 잔혹사
정우량 지음 / 리빙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읽은 날짜 : 2009년 1월 11일 ~ 2009년 1월 15일
나의 평점 : 95점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비밀은 하나씩 있다.
그 비밀들은 대부분 긍정적이긴 보다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거나 자신의 상처를 건드리는 기억들.
그렇다면 개인이 아닌 국가의 입장에서 감추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숨기고 싶지만 결코 숨겨지지 않는 20세기의 잔혹한 세계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의 공산당 혁명에 의해 본토에서 쫓겨나 타이완으로 물러간 국민당 정부.
그들에게는 '역사의 패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측은하게 여기는 시선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이 타이완으로 넘어오면서 저지는 2.28 학살이라는 참혹한 범죄.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타이완의 통합을 방해하고 있는 원죄가 있었다.

홀로코스트는 독일의 나치정권이 유대인을 말살하기 위해 저지를 극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해자 독일, 피해자 유대인의 도식으로 파악하고 있는 홀로코스트.
그러나 거기엔 독일만이 아니라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참여했다는 사실.
심지어 교황 마저도 '신에 뜻에 맡긴다'는 변명으로 묵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유럽인들에 대한 인식은 180도 변경되게 된다.

이처럼 이 책에 나오는 역사들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이다.
불과 몇 십년 전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잊혀지고 있는 역사.
제발에 저린 가해자들이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말살하여 지우려고 하는 역사.
그러나 결코 잊혀져서는 안되는 역사. 그리고 잊혀질 수도 없는 역사.

책을 읽는 동안 인류가 동족에게 저지른 저지른 참혹하고 부끄러운 역사에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어디론가 도망쳐 버리고 싶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진정 인간의 본성에는 '자기파괴'의 본능이 숨쉬고 있는 것일까?
자?? 없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는 일부 선진국들의 태도엔 분노가 느껴진다.
그러나 결코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되는 역사이기에 이 책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나처럼 그들의 의도대로 변경된 시각에 의한 세계사만을 인식하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이 책과 같은 책들이 많이 나와서 잊혀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것은 분명한 진리이다.
우리가 살지 않았던 시대의 일들은 결국 역사가의 기록에 의해서만 알 수 있고
그 역사가란 사람들은 결국 승자의 입장에 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되지 않고 왜곡되고 지워져 가는 치부에 대한 기록은 더욱 필요하다.
지금은 너무 어린 아들이 좀 더 크고 세계에 대한 시각을 가지게 되었을 때
꼭 한번 권하고 싶은 책이다.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이라는 한 민족에 대해 독일인과 유럽인,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류 전체가 저지른 극악이었다.
유대인의 학살 현장이었던 폴란드 오슈비엥침을 비롯해 
예루살렘의 야드 바셈 언덕, 미국 수도 워싱턴 DC, 
그리고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세워진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죄없이 죽어간 유대인들의 영혼을 달래는 제단인 동시에 
두 번 다시 그와 같은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뼈 속 깊이 새기는 학습장소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다름 아닌 홀로코스트의 희생자인 유대인들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불법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저지르고 있는 살상행위를
'작은 홀로코스트'라고 부른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p.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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