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테라피 - 심리학, 영화 속에서 치유의 길을 찾다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원장의 테라피 시리즈 3
최명기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당장 가까운 서점에만 가도 열에 일곱 손에 잡히는 것이 심리학 서적입니다. 전문가 없이도 자기 분석'이 가능해진 것인데요. 덕분에 심리적 문제를 자각하고 적극적으로 치유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미술치료, 독서치료, 드라마치료, 놀이치료, 최면요법 등... 치유 기법도 다양해지고 있고요. 그러고 보면 치유'라는 것이 그렇게 거창하고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는 이 책에서 영화'를 자기 치유의 한 방편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기 분석'을 통해 문제를 자각하고 치유책을 찾더라도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려운데요. 등장인물의 심리적 문제와 삶의 태도를 통해 공감과 깨달음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영화야말로 강력한 자기치료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영화는 고통을 잊지 못하는 자들의 이야기다. 절대고독 속에서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고통을 통해서다. 절대고독의 상황에서는 아무런 기쁨이 없다. 여느 사람들은 즐거움과 기쁨을 통해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절대고독에 사로잡히면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존재가 주위에 전혀 없다. 따라서 과거가 주는 고통을 통해서만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술에 취하여 살다가 꿈꾸듯 죽다- 취생몽사:「동사서독」 중에서)

 

 

     책에 소개된 영화들은 제작년도나 장르 내용 면에서 일관성 없이 (아마도) 저자의 개인적 취향에 의해 선별된 것들인데요. 대부분 영화들이 대중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천국의 아이들> <거짓말의 발명>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같은... 개중에는 잘 알려진 영화들도 없진 않은데요. (왕가위 감독 영화는 세 편이나 소개됩니다) 뭐, 어쨌든 대부분의 영화들이 아주아주 오래된 흑백영화이거나 그도 아니면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예술영화들이라는 것. 하지만 책을 읽는 데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하품날 정도로 지루한 영화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말이죠. 한 편의 영화마다 서너 쪽 정도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영화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심리적 문제를 집어내고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향해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영화의 세세한 줄거리를 생생하게 옮겨 놓아 마치 영화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부분도 있고. 영화를 책으로 읽는 색다른 묘미가 있네요.

 

 

     사람들은 세상에 올바른 행동의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기준에 맞춰 타인의 행동을 판단한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린다고 하고, 실제로 가능하지 않은 생각에 대해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은 올바르지 않다. 그래서 뭔가 소리가 들린다고 환자들이 말하면 가족들은 그것은 네 귀에만 들리는 헛소리라고 한다. 환자가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에 대해 말하면 그런 엉뚱한 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환자에겐 그것이 진실이다. 그것이 사실이다. 모든 치료의 시작은 환자의 말에 대해 거짓이라고 규정짓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미친 사랑의 기적: 「브레이킹 더 웨이브」중에서)

 

 

     천국과 지옥', 나와 너', 선과 악',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다섯 개의 주제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책에는 마음속 갈등과 상처로 어려움을 겪는 영화 속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우리 대신 웃거나 울고 싸우고 다치거나 병들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그들 영화 속 인물들은 우리 안에 숨겨진 또 다른 얼굴을 반영하는데요. 그들을 만나는 동안 불편함보다는 위로 받는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크고 작은 심리적 문제들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했는데요. 무엇보다도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책 곳곳에 스며 있어요. 이야기를 읽는 건 난데, 누가 내 마음속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괜찮다 괜찮다, 하고 다독이는 듯한.

 

 

     "맞아도 죽어도 혼자인 것보다는 낫다." 야쿠자가 된 제자와 동거를 하면서 야쿠자의 여자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마츠코가 하는 독백이다. (...) 거듭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스스로 소외된 상태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손을 내밀고, 그 내미는 손이 식어 있는 내 가슴을 뛰게 할 정도로 뜨겁다면 거부하지 못한다. 하지만 너무 뜨거운 손은 나중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게 된다. (태어나서 죄송한:「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중에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심리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면서 심리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가장 좋겠죠. 이미 본 영화들이라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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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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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말을 해야지 말을 해야지 가릴 것 하나 없이 말을 해야지

 

 

 

    김광석의 노래를 맨 처음 들은 것이 언제였나. 타지에 나와 낯선 사람들과 어설프게 관계를 맺어가던 스무 살 무렵이었던 것도 같고. 초등학생 때 학원 가던 버스 안에서였던 것도 같고. 아니, 어쩌면 대여섯 살 때 엄마 자주 듣던 라디오에서 나오던 노래를 흘려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즤지지익 끊기고 늘어지던 노래 테잎처럼 아슴아슴한 기억이지만, 그 노래들만은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경쾌한 듯 단조로운 선율을 타고 흐르는 낮고 힘있는 음색. 김광석,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노래가 <그녀가 처음 울던 날>입니다. 이렇게나 경쾌한 리듬 속에 슬픔이 흐르는구나. 그 노래를 들으면 마냥 좋고 외롭고 슬프고 미안한 마음이 복합적으로 피어오르다 스러졌습니다. 그 석연치 않은 감정이 저는 좋아서 몇 번을 연하여 들은 기억도 나네요. 노래의 힘'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온몸으로 느끼면서요. 사실 저는 서태지와 에쵸티 세대... 이른바 응사~ 응칠세대'입니다. 중학생 때까지는 가요를 많이 들었습니다. 서태지나 에쵸티도 듣고 신승훈 이장우 공일오비도 들었는데요. 대부분의 노래가 그 시절을 지나오면서 잊혀졌습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때 입던 옷들처럼 이제는 입을 수 없는 옷 같은 노래들 사이에서 김광석의 노래는... 고향집 같아요. 진부하지만 그렇게밖에 표현 못하겠습니다. 크고 작은 삶의 모퉁이를 돌아나올 때마다 그의 노래를 찾게 되네요. 고마운 일입니다. 다행이에요. 잃어버린 수많은 노래들 속에 잊히지 않는 노래가 있다는 것.

 

      부르고 또 불러도 아쉬운 노래들을 다시 불러봅니다.  - 서(序) 일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이십 년 가까이 되었군요. 그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가 남기고 간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으니까요. 요즘 큰 화제를 낳고 있는 히든싱어'에서 올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주인공도 김광석'입니다. 산 사람보다 더 살아있는 가수 김광석. 그가 죽고 오랜 시간이 지나 티븨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가 부르는 노래와 꼭 닮은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언죽번죽 말을 이어가면서 간간이 웃고 농담도 던지는 그는 그저 내 나이 또래 젊은이였습니다. 내가 사십 오십이 되어도 그는 그 나이에 머물러 있겠지요.

 

    스물아홉. 열 손가락을 모두 오므렸다 폈다 다시 오므려야 할 내 나이가 조금 한심스러운 밤.  - <다짐> 일부

 

 

    그는 어떤 사람이었나. 노래하는 김광석의 얼굴을 볼 때마다 문득문득 궁금했습니다. 의문의 죽음, 그를 둘러싼 수많은 루머들만이 유령처럼 떠돌아 다니더군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그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오래 전 그의 노래를 처음 들은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그는 내가 아주 잘 아는 익숙한 사람 같다는 느낌. 그러므로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은... 인사도 없이 훌쩍 떠난 옛친구에게서 받은 때늦은 편지 같이 여겨집니다. 반갑고 설레는 한편 두렵기도 했고요. 편지를 열기도 전부터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이 마음에서 훌훌 풀려나가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서연이가 날 무서워한다. 난 그 아이의 애비다. 무조건, 그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 비록 날 상심하게 할지라도, 심지어 날 배신하더라도 난 그 아이를 사랑한다, 사랑할 것이다, 사랑할 수밖에 없다. 허나, 아이는 날 무서워하고 아이답게 솔직히 나를 싫어한다. 난 무척 상심한다. (...) 서연이와 친해지고  싶다. 마음으로.      

 

                                                                                                - <사랑의 꼭짓점> 일부

 

 

     김광석이 남긴 육필 원고( 짧은 메모, 일기, 편지, 노랫말 )들을 모아 엮은 이 책은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와는 또 다른 감동을 전해줄 것 같은데요.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리워하고... 외로운 인간 김광석의 목소리가 녹아 있습니다. 이제 나도 그의 나이가 되고 보니 공감 가는 부분이 많네요. 오래 들어온 그의 노래에 실린 정서와 크게 어긋나지도 않고요. 책 전반을 휘감는 정서는 그리움'입니다. 그의 문장을 따라가면서 생각했어요. 우리를 흐르게 하는 것은... 그리움'이구나. 절망도 희망도 사랑도 미움도 그 뿌리는 그리움'이구나.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리움 때문에 죽기도 하는구나.

 

        금이가 날 기다리듯 나 또한 금이를 기다립니다.  - <깊이> 일부

 

 

      일견 사색적이고 감상적인 문장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생활'이 보입니다. 아내와 딸 서연에 대한 애정, 군에서 죽은 형과 어머니에 대한 애잔한 마음, 동료 가수들과의 우정,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돈 걱정. 한편 김광석은 생활의 익숙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다짐하는데요. 생활과 이상 사이에서 불안하게 줄타기하는 가장 김광석의 면모가 엿보입니다.

 

     보고 싶은 아내에게. 당신이 떠나는 날부터 지방이다 서울이다 정신없이 바빴다. 당신 없으면 잘돼가는 일이 정말 없다. 뭘 해도 재미없고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신경 쓸 것투성이고 여러 모로 당신이 필요하다. 객지에서 몸 아픈 것처럼 힘든 게 없는데 연락도 자주 못해 미안하다.문득문득 생각나서 전화해보면 잘 연결이 안 되더라고. 서연이는 키도 컸고 더 건강해져서 할머니가 따라다니기 바쁘다. 엄마 어딨니 하면 양손을 하늘로 쭉 뻗으면서 어! 어! 해. 처음엔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핑 돌더라고. 그동안 충실하지 못한 내가 밉기도 했고.

 

                                                                                                            - <아내에게> 일부

   

 

      젊었을 때 많이 사랑하고 많이 이별하세요. 언젠가 티븨에 나온 김광석이 말했습니다. 아무 말도 아닌데 울컥했던 기억이 나네요. 김광석은 역시 책에서도 같은 말을 다르게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인의 특별한 사랑담도 몇 번 언급되고요. 책의 마지막 장은 미공개 노랫말들이 실렸는데, 꽤 많습니다. 몇몇 노래들은 노래 작업 중에 있다고 하는데요. 노랫말 중에도 사랑을 다루는 것들이 많습니다. 김광석은 책에서 이야기합니다. 아프지 않은 사랑 없고 아프지 않은 생이 없다고. 아파서 이별하지만 아프니까 또 사랑하게도 된다고. 그리고 김광석은 인사합니다. 행복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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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1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두행숙 옮김 / 걷는나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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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적 상처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또는 악의적으로)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는데요. 몸에 난 상처와 달리 약을 바를 수도 새살이 돋는 것을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큰 구멍이 뚫리고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다친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나치는 경우도 있고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다친 마음은 어떤 식으로든 아픔을 호소하게 됩니다. 상처를 의식하는 경우라도 올바른 치유책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히려 상처를 키우거나 평생 지울 수 없는 흉을 안고 살게도 되는데요. 그렇게 생긴 마음의 상흔은 자존감을 손상시키고 애먼 사람을 공격하거나 아예 관계를 단절하는 경우까지 몰아갑니다. 상처의 악순환인 것인데요. 어떻게 하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지금 소개하는 책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누가, 그리고 어떤 일이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가는 상처받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상처받았다는 것은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했다'가 아니라, 그 행위 때문에 '나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따귀 맞은 영혼》의 저자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 법을 다룬 책인데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책입니다. 이번 책에서도 역시 '따귀 맞은 영혼' 즉 상처 입은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조언과 위로,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요. 분량이나 내용 면에서 《따귀 맞은 영혼》의 부록 내지는 요약본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상처'의 발생 원리와 순환 구조를 설명하고 상처에 휘둘리지 않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법을 제시합니다.

 

    불교에는 '두 번째 화살에 맞지 말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이 준 상처에 죄책감과 분노를 얹어 더 큰 상처를 받지 말라는 뜻이다. 첫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자신을 깎아내리고 엉뚱한 사람에게 분풀이를 하며 또 다른 상처를 만드는 것은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따귀를 맞으면' 누구나 아프고 수치스럽고 화가 납니다. 스윽 어루만지는 것으로 아픔을 견디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내가 한 대 맞았으니 너도 한 대 맞아야지"하고 달려드는 이도 있습니다. 공평하게 한 대씩 맞으면 간단하게 문제가 해결될까요. 복수는 결국 또 다른 상처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라고 이 책은 경고합니다. "내가 더 세게 맞았으니 네가 한 대 더 맞아야겠다"면서 상처를 되풀이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와는 반대로 나는 맞아도 싸다,면서 분노를 자신에게 돌리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이렇게 내면에 쌓인 분노는 엉뚱한 데서 폭발해서 크고 작은 문제를 만들게 됩니다. 상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마음이 상한 원인이 무엇인지, '나의 문제'와 '너의 문제'는 무엇인지 인지하는 것, 무조건 남 탓도 내 탓도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책에서는 조언하고 있습니다.

 

     나의 분노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아픔을 주었을까. 우리는 항상 나만 상처받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상처를 걱정하느라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상처의 근원을 치유하려면 나의 상처를 돌아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차단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 

 

     32년 간 상처 받은 사람들을 상담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공감을 끌어내고 있는데요. 책을 읽는 누구라도 어느 부분에서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이건 내 얘기야. 하고 마음을 돌아보는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상처 없이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우리는 누구나 상처의 희생자이면서 가해자로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상처 받았다고 호소하는 희생자는 많은데 그 많은 가해자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무고한 희생자라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책에서는 강조합니다. 마음의 상처는 감정의 문제라 희생자와 가해자를 분명하게 나누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한 대 맞았으니 너도 한 대 맞아야겠다, 하는 복수심이 작용하기 때문인데요. 내가 아프면 다른 사람도 아프다는 것을 생각하고, 어느 한 사람은 "내가 때려서 아팠겠구나"하고 손을 내밀 때 비로소 상처의 악순환을 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요. 그러려면 상처를 이겨내는 힘을 길러서 나'를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우선이겠는데요. 책에서 제시하는 스물 다섯 가지 처방이 도움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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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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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 같습니다. 해부대에 오른 남자들은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들의 심경이 궁금해지는데요. 한순간 사로잡혀 납작하게 마취된 개구리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들이 이런 책 읽을 리 없겠지요. 읽는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 같고요. 할 얘기도 참 없나 보다,고 책장을 탁 덮어버릴 겁니다. 그것이 남자들의 생존법이라면 닫힌 책장처럼 무감한 남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애쓰는 것은 여자들의 생존법.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자들에게는 여자가, 여자들에게는 이런 책이라도 있어서.


     남자가 이르고자 하는 내면의 감정에 도달하도록 안내해줄 사람은 여자밖에 없다. 오직 여자만이 부드러운 공감의 손길을 건넬 수 있다. 남자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친밀한 관계에 있는 여자가 도와주어야 한다. 남성들이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들어서야 하는 정신적 상태는 오직 여성들만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올해만 서너 권 정도 남자 심리를 다루는 책을 읽었는데요. 이 책이나 저 책이나 모든 책에서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이 남자의 감정 결핍'이었습니다. 생물학적, 사회적 요인에서 남자는 표현은 물론 감정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인데요. 남자의 허세, 야망, 성욕, 충동성, 중독, 공구나 자동차 집착 같은 남성성과도 밀접한 관련를 맺는다는 것이 남자 심리 분야 책들의 일관된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책에서 다루는 내용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데요. 지금까지 읽은 책들과는 다르게 막연한 감정들이 뭉클 솟는 걸 느낍니다. 김형경의 책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 남자들의 자화상이 있지요. 우리 정서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그들'. 언제나 어깨에 힘 팍팍 주고 다니던 독단적이고 보수적이고 허세에 찬 우리 아버지들의 숨은 진실을 풀어내는 그 방식이 감동적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친척 집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아버지는 친척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과학 지식을 전수해주시는 것과 같은 말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친척 아주머니에게 할 말이 있으면 서랍 같은 것을 열었다 닫거라. 그러면 아주머니가 돌아보실 거고, 그때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된다." 아버지가 들려주신 대화의 기술은 열두살짜리가 듣기에도 어딘가 이상했다. 아주머니에게 할 말이 있으면 그냥 아주머니에게 말하면 되지, 왜 서랍을 열었다 닫아야 한다는 걸까. (본문 중에서)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소심하고 연약한 아버지의 불편한 생을 통해 김형경은 거의 장애 수준으로 느껴지는 남자들의 감정 표현 문제가 실은 그들만의 이상한 생존법이라는 것을 설명하는데요.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입니다. 김형경은 소설가다운 기억력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정서적인 공감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확실히 전문서적보다 이야기 전달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자들은 이제 외부에서 여자를 찾아다니기보다 자기 내면에서 여성성을 찾아내야 한다. 남성다움의 가면 밑에 억압해둔 여성적 요소를 되살려내어 의식 속으로 통합해야 한다. 그것이 근본적으로 행복하고 평화로워지는 길이다. (본문 중에서)

 

     김형경은 이 책에서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고, 무엇을 느끼는지 원하는지도 모르고, 알기를 원하지도 않는(두려워하는) 남자의 나약함과 숨은 의존성을 이야기하는데요. 인간적 연민이 담긴 따뜻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영화나 소설 신화, 정신분석 이론, 작가의 개인적 회상 등 흥미로운 소재들을 곁들이고 있어 누구라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역시 남자들은 안 읽을까요. 책의 부제가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인데요. 여자는 물론 남자들도 한 번쯤 읽어봐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이해도 배려도 생겨나는 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남녀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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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 우리 내면에 숨은 무의식의 정체
김현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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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에서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 꿈의 세계에서는 거침없이 펼쳐집니다. 귀신에게 쫓기다 하늘로 날아올라 위기를 모면하는가 하면 칼에 찔리거나 높은 곳에서 추락해도 죽지 않습니다. 죽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미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요. 사람들 앞에서 알몸이 되어 돌아다니거나 알몸이 된 누군가를 훔쳐보기도 합니다. 엄청난 액수의 돈을 땅에서 줍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돈을 훔치기도 하지요. 유명인과 데이트를 하거나 대통령과 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꿈의 이미지는 왜곡되거나 과장된 것이 많고 대부분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한 체험이 주를 이루는데요. 보통사람들은 꿈이 보내는 메시지, 즉 꿈의 내용이 대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꿈을 연구한 이론서나 해설서를 읽어본 사람이라도 자신의 꿈에 관심을 갖고 그 메시지를 해독해 보려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요. 광범위하고 전문적인 용어로 가득한 이론서를 온전히 이해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꿈에 적용하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꿈의 세계는 너무나 무궁무진하고 황당무계하고 지극히 개인적이니까요. 돼지꿈 똥꿈은 무조건 대박, 신발을 잃어버리면 이별할 징조, 크게 울면 경사... 따위의 틀에 박힌 해몽은 개인의 무의식이 보내는 신비한 메시지를 해독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꿈의 언어를 통역해 주는 전문통역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젯밤 꿈'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명확하게 전달해 주는 통역사가 있다면 우리는 좀 더 원활하게 꿈에, 무의식에, 나 자신에 가 닿을 수 있을 텐데요.

 

 

        다 함께 꿈의 언어를 배우자. 진실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본문 중에서)

 

 

     모 라디오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장식했던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에서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은 청취자의 꿈을 직접 분석해주었는데요.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꽤 인기를 끌었던가 봅니다. 당시 청취자들의 꿈 사연과 분석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개미가 되거나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처럼 엄청난 거구로 변한 꿈, 조폭마누라가 되어 남편에게 무지막지한 폭력을 행사하는 아내의 꿈, 옥상에 널어놓은 색색의 팬티들 중에 빨간 팬티만 사라지는 꿈, 매일 밤 군인이 되어 중국군과 싸우는 남자의 사연 등. 다른 사람의 꿈을 훔쳐보는 재미가 톡톡하네요. 신발을 잃어버리거나 추락하거나 훔치거나 머리를 감거나 용변을 보거나... 이런 꿈을 다들 꾸는구나. 우리가 흔히 꾸는 꿈에서는 공감도 되고요. 물론  책의 핵심은 공감과 재미보다는 꿈의 메시지입니다.

 

 

    광기와 이성이 서로 결합하길 원해. 새끼 양과 늑대가 나란히 앉아 평화롭게 보고 있어. 긍정과 부정이 함께하고 있어. 정반대되는 것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있어. 눈물과 웃음은 하나야. 사랑하는 마음도 하늘에 닿고, 그에 저항하려는 마음도 그만한 높이야. 두 마음은 서로 뒤엉켜 있고 서로를 놓아주지 않아. (본문 중에서)

 

 

    김현철은 이 책에서 친절한 꿈 통역사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꿈의 언어를 풀어내고 꿈의 속성을 설명합니다. 소설이나 영화 음악 등에 얽힌 꿈 이야기나 일반인이 평소에 궁금해하던 꿈의 전형적인 상징 같은 것들을 개인적이고 특수한 꿈에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 기이하고 애매모호한 꿈을 명확하고 간략하게 풀어내는 솜씨에 감탄하게 되는데요. 그 방식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관심 있어하는) 꿈 해몽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횡재나 불운을 점치는 식의 미신적인 관심을 갖고 이 책을 펼친 사람이라면 실망하기 딱 좋겠습니다. 김현철은 이 책에서 우리 본능이 그리는 자화상'으로서의 꿈, 내면의 결핍과 상실을 채우고 의식과 무의식의 균형을 추구하는 꿈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또 다른 자아(들)이 묻혀 있는 저 깊은 지하(무의식)세계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인데요. 다른 사람의 사연과 그 분석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꿈이 작동하는 방식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수 있겠습니다.

 

   정신이 치료되는 과정은 굳이 딴 데서 찾을 필요 없습니다. 꿈이 치료하는 방식을 고스란히 따라하면 됩니다. 소위 '무의식의 의식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 ㅡ 훔치거나 뺏기거나 줍거나 주거나 죽거나 울거나 웃는 사람. 연인, 친구, 스승, 조상, 귀신... 심지어 곤충까지도 또 다른 자아의 발현이라는 것이 책 전반에서 강조하는, 어쩌면 책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현실에서 해소하지 못한 갈등이나 표출하지 못한 감정, 외면했던 욕망을 꿈은, 무의식은, 우리 안의 또 다른 자아는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욕구불만인 사람은 꿈속에서 탐식하거나 물건을 훔치고, 현실이 갑갑한 사람은 하늘을 날고, 계속 길어지는 머리칼을 감으면서 소녀는 여성성에 저항하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억누르거나 폄하된 욕망, 인격의 일부를 꿈은 꾸준히 보여주면서 의식과 무의식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인데요. 꿈의 내용을 되새기면서 그 느낌을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마음의 치유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내 꿈의 주인은 나, 그 꿈을 풀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나, 꿈의 언어를 가장 정확하게 해독할 수 있는 것 또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이 책은 쉽고 명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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