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테라피 - 심리학, 영화 속에서 치유의 길을 찾다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원장의 테라피 시리즈 3
최명기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당장 가까운 서점에만 가도 열에 일곱 손에 잡히는 것이 심리학 서적입니다. 전문가 없이도 자기 분석'이 가능해진 것인데요. 덕분에 심리적 문제를 자각하고 적극적으로 치유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미술치료, 독서치료, 드라마치료, 놀이치료, 최면요법 등... 치유 기법도 다양해지고 있고요. 그러고 보면 치유'라는 것이 그렇게 거창하고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는 이 책에서 영화'를 자기 치유의 한 방편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기 분석'을 통해 문제를 자각하고 치유책을 찾더라도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려운데요. 등장인물의 심리적 문제와 삶의 태도를 통해 공감과 깨달음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영화야말로 강력한 자기치료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영화는 고통을 잊지 못하는 자들의 이야기다. 절대고독 속에서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고통을 통해서다. 절대고독의 상황에서는 아무런 기쁨이 없다. 여느 사람들은 즐거움과 기쁨을 통해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절대고독에 사로잡히면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존재가 주위에 전혀 없다. 따라서 과거가 주는 고통을 통해서만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술에 취하여 살다가 꿈꾸듯 죽다- 취생몽사:「동사서독」 중에서)

 

 

     책에 소개된 영화들은 제작년도나 장르 내용 면에서 일관성 없이 (아마도) 저자의 개인적 취향에 의해 선별된 것들인데요. 대부분 영화들이 대중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천국의 아이들> <거짓말의 발명>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같은... 개중에는 잘 알려진 영화들도 없진 않은데요. (왕가위 감독 영화는 세 편이나 소개됩니다) 뭐, 어쨌든 대부분의 영화들이 아주아주 오래된 흑백영화이거나 그도 아니면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예술영화들이라는 것. 하지만 책을 읽는 데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하품날 정도로 지루한 영화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말이죠. 한 편의 영화마다 서너 쪽 정도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영화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심리적 문제를 집어내고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향해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영화의 세세한 줄거리를 생생하게 옮겨 놓아 마치 영화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부분도 있고. 영화를 책으로 읽는 색다른 묘미가 있네요.

 

 

     사람들은 세상에 올바른 행동의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기준에 맞춰 타인의 행동을 판단한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린다고 하고, 실제로 가능하지 않은 생각에 대해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은 올바르지 않다. 그래서 뭔가 소리가 들린다고 환자들이 말하면 가족들은 그것은 네 귀에만 들리는 헛소리라고 한다. 환자가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에 대해 말하면 그런 엉뚱한 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환자에겐 그것이 진실이다. 그것이 사실이다. 모든 치료의 시작은 환자의 말에 대해 거짓이라고 규정짓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미친 사랑의 기적: 「브레이킹 더 웨이브」중에서)

 

 

     천국과 지옥', 나와 너', 선과 악',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다섯 개의 주제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책에는 마음속 갈등과 상처로 어려움을 겪는 영화 속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우리 대신 웃거나 울고 싸우고 다치거나 병들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그들 영화 속 인물들은 우리 안에 숨겨진 또 다른 얼굴을 반영하는데요. 그들을 만나는 동안 불편함보다는 위로 받는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크고 작은 심리적 문제들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했는데요. 무엇보다도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책 곳곳에 스며 있어요. 이야기를 읽는 건 난데, 누가 내 마음속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괜찮다 괜찮다, 하고 다독이는 듯한.

 

 

     "맞아도 죽어도 혼자인 것보다는 낫다." 야쿠자가 된 제자와 동거를 하면서 야쿠자의 여자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마츠코가 하는 독백이다. (...) 거듭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스스로 소외된 상태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손을 내밀고, 그 내미는 손이 식어 있는 내 가슴을 뛰게 할 정도로 뜨겁다면 거부하지 못한다. 하지만 너무 뜨거운 손은 나중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게 된다. (태어나서 죄송한:「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중에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심리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면서 심리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가장 좋겠죠. 이미 본 영화들이라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