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수는 앉은 자리에서 곡에 노랫말을 붙이고
어느 시인은 북적이는 전철안에서도 시를 썼다고 하는데
노래가 짠해서도 아니고 시가 안쓰러워서도 아닌데
그저 오늘같은 바람이 불고, 변변하지 못한 청춘이 가여운 날에는
선/운/사/에 가/고/싶/습/니/다.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떠나실 거에요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 선운사, 송창식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것은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선운사에서, 최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