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여행기 (1)-태국에서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를 가다


  7월 31일 드디어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책임지고 표를 구하기로 한 후배의 실수로 제 날짜에 출국을 할 수 있을지 없을 지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기다리다가 우여곡절 끝에 태국 돈무앙 공항에 저녁 8시 20분에 도착하는 표를 구해 갔다

 

  비행기 안에서 첫날 여행할 앙코르 유적지에 관한 자료를 읽었다. 돈무앙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 수속을 밟고 카오산 만남의 광장에 도착하니 9시 40분 쯤. 이곳에서 만나기로 만나 함께 여행하기로 한 일행 둘을 찾으니 열쇠만 맡겨놓고 놀러 나가고 없다. 나도 긴팔 면티 하나가 필요해서 짐만 방 안에 넣어두고 면티를 사러 나갔다 돌아오니 은희씨랑 희진씨가 와 있다. 희진씨는 통화할 때 느꼈던 대로 착하게 생겼고, 은희씨는 야무지게 생겼다. 새벽 3시 30분에 캄보디아 국경까지 가는 차를 첫차가 있어 그것을 타기 위해 2시 정도에 일어나서 출발하면 되겠지 했는데 은희씨 어디서 듣고 왔는지 지금 한국서 캄보디아로 배낭여행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 시간에 가면 첫차를 못 탈지도 모른단다. 그런면 일정에 차질이 생길텐데.그래서 1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스톱워치를 가지고 있던 내가 12시 30분에 두 사람을 깨우기로 했다.  남은 시간은 겨우 1시간 30분정도.

 

  자는둥 마는둥 나는 12시에 일어나 대충 짐을 챙기고 12시 30분에 두 사람을 깨워 택시를 탔다. 북부 터미널에 내린 시간이 1시30분쯤,그런데 대합실 안에서 한국 사람들이 제법 많다. 아란야쁘라텟 가는 창구 앞 맨 바닥에 현지인 3명이 줄을 선 것인지 차례대로 널부러져 자고 있어 우리는그 뒤로 배낭을 차례대로 놓고 비닐을 깔고 앉았다. 그러자 대합실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한국에서 다들 저녁에 돈무앙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타고 와서 바로 터미널로 온 사람들이었다.그래서 대충 의자에 앉아 눈도 부치고 이런저런 정보도 교환하고 있었다)이 하나둘 배낭을 놓기 시작해 금방 배낭 줄이 제법 길게 늘어졌다.

 

  2시 30분쯤 되자 매표원이 들어왔다. 164밧을 주고 아란가는 버스 표를 사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웬버스 한대가 시동을 걸고 있었다. 바깥에 표시된 것은 아란 가는 것이 아닌데 아란 가는 차란다. 그리고 아직 시간도 다 되지 않았는데 곧 갈 것 같다. 그래서 바깥에 있는 글자를 가르키며 ‘아란’가는 것 맞냐고 제차 확인을 하고 차를 타고 있으니 글쎄 시간도 안 됐는데 차가 출발을 한다. 참 별일도 다 있다. 작년 치앙마이 갈 때는 8시 30분에 출발한다는 차가 9시 30분이나 되니 슬금슬금 출발하더니 일찍 출발하는 차는 또 처음보네.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몰리는 때라 배차시간을 당긴건가.   어제 밤 한잠도 못찾는데 하품은 연달아 나오는데도 잠은 안 오고 뜬 눈으로 5시간을 달려 아란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20밧을 주고 쌀국수 한그릇을 사 먹고 태국 출국수속과 캄보디아 입국 수속을 밟기 위해 캄보디아 국경마을 뽀이뻿으로 갔다. 수많은 경험자들의 조언에따라 전대도 앞으로 돌려 매고 가방도 한 번 더 점검하고 국경을 넘어가는데 아무일이 안 생긴다. 싱겁다. 거지떼들의 극성으로 순식간에 가방이 열린다는데 그날따라 불교 행사가 있어서 그것을 본다고 정신이 팔려서 그런지(그런데 아니었다. 여행마치고 돌아올 때도 지나치게 달라붙는 아이들은 없었다. 구걸을 하는 아이들이 있긴 했지만 피해를 줄 만큼은 아니었다. 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과민 반응이 아니었나 싶다)거들떠 보는 아이들도 없고, 경찰이 옆에 있는데도 비자 발급 비용을 사기 친다는 사람들도 없이 5분만에 가뿐하게 제 값에 비자를 받고 국경을 통과했다.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을 오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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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성 녹차밭과 낙안 읍성 그리고 선암사를 다녀와서 -

                                          (2004년 9월 26일)


  제법 오래 전에 안동 하회 마을을 가을에 간 적이 있다. 울 안밖으로 가지마다 노란 감을 매단 감나무가 늘어졌고 담장 밑으로 당국화(과꽃)랑 금잔화 국화 같은 내 어릴적 고향 화단에서 흔히 봤던 꽃들이 줄지어 피어있었다. 여름 한철 닭벼슬 같이 꼿꼿하게 피어있던 맨드라미도 씨를 품고 빛을 바래 가고 있었고.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낙안 읍성을 가보고 싶었다. 하회 마을의 그 아름답던 가을이 생각나서.

 

  부산에서 7시에 출발했다. 먼저 들린 곳은 보성 녹차밭, 친구는 드라마 촬영지였던 보성 차밭에 대한 기대가 컸다.

  작년 여름 한창 보성 차밭을 배경으로 나온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을 때 내가 가르치는 아이 중에 한 명이 보성차밭을 다녀와서 견학 기록문을 쓴 적이 있다.그 아이는 차밭 이랑이랑이 초록 파도가 일렁이는 것처럼 보이더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참 멋진 표현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와서 보니 그 아이 표현이 딱 맞다.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차밭풍경

 

  차밭을 돌아 보고 내려와 점심을 먹고 낙안 읍성에 갔다. 가을의 낙안 읍성은 내가 기대했던 대로다. 읍성 안에서 사람들이 살고 계신데 참 평화롭다.뜰에는 내 어릴적 흔하게 볼 수 있던 노란 키다리꽃, 맨드라미, 채송화,당국화가 지천에 피어 있고 초가 지붕에도 담에도 조롱박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감나무에는 노란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가지를 늘여뜨리고 있고, 밤나무에는 밤송이가 입을 턱턱 벌리고 매달려 있다.

 읍성 담을 따라 반 바퀴 정도를 돌다가 마을로 내려갔다. 짚불 공예, 도예 공방, 천연염색하는 곳, 전통 가옥체험, 장승만들기 하는 곳과 같은 다양한 체험장이 많다. 볼거리도 놀거리도 많다. 토요일,아이들을 데리고 체험 학습을 하면 참 좋겠다

  어느 집 사립문도 참 예뻤다. 담쟁이 덩굴이 듬성듬성 얽어놓은 대나무 사립문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며 그냥 지나가는 친구를 불러 사립문 좀 보고 가라고 했더니 안에서 그 소리를 듣고 예쁜 남자도 안에 있으니 보란다.  


담쟁이 덩굴이 멋스러운 사립문

  연못도 예쁘다. 연못마다 조경이 다르다. 배롱나무가 옆으로 길게 누워 연못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한폭의 동양화 같은 작은 연못도 있고, 연꽃 같지는 않고 노란 목화 꽃 같이 생긴 꽃이 연못 가득 피어 있는 곳도 있다.


연못에 비친 배롱나무가 더없이 아름다운 연못

  옛날 우리 조상들은 짚으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 썼다. 멍석, 가마니, 징채,닭이 알을 품을 때 들어앉아 있던 집,망태....마을을 가로 질러 가는 길에는 동네 어른들이 나와 짚으로 이런 물건을 만들고 계셨다. 옛날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과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은 가마니 짜기와 같은 것은 직접 체험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덤으로 마을 어른들이 떡방아를 찢어 금방 만들어 주시는 인절미도 얻어 먹고 왔다.

  담 주변에 있는 집들과 마을을 가로질러 가며 옆에 있는 집들만 봤는데도 시간이 모자란다. 다음 가을에는 이 곳만 하루를 잡아 보러 와야 될 것 같다.

 

  오는 길에 선암사를 들렀다. 십수년 전에 송광사를 구경하고 조계산 능성을 넘어 선암사를 왔던 생각이 난다. 대가람 송광사를 보고 왔던 터라 선암사를 보고 소담스럽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그런데 오늘 보니 제법 큰 사찰이다. 그 유명한 ‘뒷ㅺ’도 보고 내려오니 4시. 차가 밀리지 않아 예정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부산에 도착했다. 추석 앞 연휴가 길어서 어영부영 보낼 것 같아 차가 밀리더라도 여행을 감행했더니 가뿐하게 다녀왔다. 좋다.


우리 나라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뒷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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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층에는 2층에 비해 우리 나라 작가들의 작품에 많이 전시되어있다.

  김성룡씨가 볼펜으로 그린 ‘평행’ 시리즈 중 한 그림은 어디서 많이 본듯하다. 피카소의 ‘키스하는 두 사람’과 분위기가 많이 닮았다. 그리고 세일러 복을 입은 소녀의 반항적은 모습을 담은  작품은 기성세대들의 억압에 짓눌러 분노의 차원을 넘어 세상을 향해 피를 토하며 절규하는 그림이다. 급격하게 변해가는 세상과 발 맞추어 걸어가는 청소년들과 너무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을 기성세대와의 갈등은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긴가, 기성세대인 나는 그림을 보는 순간 가슴이 서늘해졌다.

 

  송상희의 그림은 ‘굳세어라 금순아’는 유년 시절부터 정숙한 한국의 딸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 여성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항상 정숙하고 바른 몸가짐을 교육 받은 여성이 화장실에 가서 조차 바른 자세로 꼿꼿하게 앉아 있다. 발목에는 의자와 연결된 족쇄가 채워져 있다. 나는 그 의자 등받이 위에 두 팔꿈치를 올리고 엑스 표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다. 내가 투사 같다.

 


족쇄, NO

  조습씨의 ‘무제’ 시리즈는 복장 자율, 두발 자율화가 되기 전 세대들의 추억이 묻어 있다. 놀러 갈 때 의례이 기타를 들고 가고 고고춤을 추고 놀던 촌스럽지만 정겨운 풍경들, 작품성을 떠나 추억 속의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이새별의 작품 ‘스커스, 오! 스커스’도 재미있는 작품이다. 사면에 장미, 백합 같은 꽃들이 만발해 있고 그 속에 우리 나라 역대 대통령들과 유명인사(남자)들의 우스꽝스런 모습도 보인다. 간간히 박근혜 같은 여성들의 모습도 보이고. 그런데 왜 사람들이 다 꽃 속에 둘러 쌓여 있나?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유명 인사들을 참 모습 아니라 허상이란 말인가. 유머러스하게 표현된 유명인사들의 모습이  스커스다.


스커스 오! 스커스

 

  오후에 늦게 가는 바람에 폐관하는 시간까지 봤지만 전시된 작품을 제대로 다 보진 못했다.특히 1층과 올림픽 동산에 전시된 작품은 대부분 못봤다.

  이번 미술 전시회는 2002년 미술 전에 비해 영상 작품이 많은 것 같다. 그것도 상영 시간이 제법 긴 것들이어서 제대로 다 보려면 오전에 일찍와서 하루종일 보거나 두 세 번의 나들이를 해야 될 것 같다. 아쉬워서 나는 끝나기 전에 시간을 내서 한 번 더 오기로 했다.

  작년에 비해 관람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전시물이 줄어들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작품을 만드는 단계에서 부산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 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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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노을지는 하늘을 좋아한다. 저녁 무렵 주황색으로 물드는 하늘을 보면 출렁이던 가슴이 잠잠해 지고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오늘 가슴이 서늘해 지는 노을을 봤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가 그린 ‘절규’라는 그림을 보고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기를 하다가 문득 보게 된 하늘 빛,

  “선생님 저기 그림 같은 노을이 져요.”

  정말 영도 뒷산으로 화산이 폭발한 것 같기도 하고 소름이 끼칠만큼 붉게 그려놓은 뭉크의 ‘절규’속 노을 같기도 한 저녁놀이 지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노을이었다. 뭉크의 ‘절규’를 보고 난 뒤라 웬지 섬뜩했다.

  아이들이 뭉크의 그림을 보고 오늘 저녁 겁이나서 잠 못자겠다고 걱정을 하고 있던 터라 나는 그 느낌을 애써 감추며

  “어머 저렇게 이쁜 노을은 처음 본다. ”

라고 했다. 다행히 겁에 질려 있던 아이는

  “뭉크의 그림을 안 봤으면 진짜 예쁘다고 생각했을 텐데.”

이랬다. 

  오늘 같은 날을 烏飛梨落이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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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나 인것'을 읽고


 '내가 나 인 것'                                                                   


-  Who am I?  내가 나지 그럼 누구?  


히데카즈는 공부 잘하고 모범생인 형과 누나, 아이 같지 않은 영민함을 지닌 동생 사이에서 늘 어머니로부터 " 너는 형편 없는 애."라는 소리를 듣는 아이다.


 어느 날 자신이 없어져도 눈도 깜짝 안 할 것 같은 가족들을 두고 가출을 한다.  몇 시간만 가출 했다가 돌아올려고 했는데 얼떨결에 제법 먼 도시로 가게 되면서 방학을 그 곳에서 보내게 된다.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하지만 그 곳에서 히데카즈는 자기가 누구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엄마가 늘 말씀 하신 거처럼 자기가 그렇게 쓸모 없는 못난 놈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고..  늘 자신감이 없어 쭈뼛거리고 반항을 일삼던 아이가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히데카즈 엄마는 아주 많이 놀란다.


  아이들이 성장해 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질 때 . 뭐하나 내 세울 것이 없어 늘 공부 잘하는 아이와 비교를 당하는 주눅 든 아이들에게 이 책은 권하고 싶다.


  나는 누가 뭐래도 나니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당당하게 사랑할 때 남도 나를 무시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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