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에는 2층에 비해 우리 나라 작가들의 작품에 많이 전시되어있다.

  김성룡씨가 볼펜으로 그린 ‘평행’ 시리즈 중 한 그림은 어디서 많이 본듯하다. 피카소의 ‘키스하는 두 사람’과 분위기가 많이 닮았다. 그리고 세일러 복을 입은 소녀의 반항적은 모습을 담은  작품은 기성세대들의 억압에 짓눌러 분노의 차원을 넘어 세상을 향해 피를 토하며 절규하는 그림이다. 급격하게 변해가는 세상과 발 맞추어 걸어가는 청소년들과 너무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을 기성세대와의 갈등은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긴가, 기성세대인 나는 그림을 보는 순간 가슴이 서늘해졌다.

 

  송상희의 그림은 ‘굳세어라 금순아’는 유년 시절부터 정숙한 한국의 딸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 여성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항상 정숙하고 바른 몸가짐을 교육 받은 여성이 화장실에 가서 조차 바른 자세로 꼿꼿하게 앉아 있다. 발목에는 의자와 연결된 족쇄가 채워져 있다. 나는 그 의자 등받이 위에 두 팔꿈치를 올리고 엑스 표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다. 내가 투사 같다.

 


족쇄, NO

  조습씨의 ‘무제’ 시리즈는 복장 자율, 두발 자율화가 되기 전 세대들의 추억이 묻어 있다. 놀러 갈 때 의례이 기타를 들고 가고 고고춤을 추고 놀던 촌스럽지만 정겨운 풍경들, 작품성을 떠나 추억 속의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이새별의 작품 ‘스커스, 오! 스커스’도 재미있는 작품이다. 사면에 장미, 백합 같은 꽃들이 만발해 있고 그 속에 우리 나라 역대 대통령들과 유명인사(남자)들의 우스꽝스런 모습도 보인다. 간간히 박근혜 같은 여성들의 모습도 보이고. 그런데 왜 사람들이 다 꽃 속에 둘러 쌓여 있나?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유명 인사들을 참 모습 아니라 허상이란 말인가. 유머러스하게 표현된 유명인사들의 모습이  스커스다.


스커스 오! 스커스

 

  오후에 늦게 가는 바람에 폐관하는 시간까지 봤지만 전시된 작품을 제대로 다 보진 못했다.특히 1층과 올림픽 동산에 전시된 작품은 대부분 못봤다.

  이번 미술 전시회는 2002년 미술 전에 비해 영상 작품이 많은 것 같다. 그것도 상영 시간이 제법 긴 것들이어서 제대로 다 보려면 오전에 일찍와서 하루종일 보거나 두 세 번의 나들이를 해야 될 것 같다. 아쉬워서 나는 끝나기 전에 시간을 내서 한 번 더 오기로 했다.

  작년에 비해 관람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전시물이 줄어들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작품을 만드는 단계에서 부산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 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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