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청량산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었다. 그래서 학생들 중간고사 기간만 벼르고 있었다. 9월말 드디어 10월 6,7일 휴강 결정.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과 청량사 산사 음악회를 보러 가기로 했다. 서둘러 숙박업소 예약하고 답사 아웃트라인 잡고, 그래서 안동으로 떠났다. 그런데 그 아름답다는 청량사를 낮엔 못 보고 밤에 보고 왔다. 덕분에 지금도 꿈결에 다녀온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 별빛 나들이도 그렇고 하늘에 떠 있는 것 같던 암봉들도 그렇고.
6일 여행은 목적은 저녁 7시에 있다는 청량사 산사회음악회. 그래서 35번 국도변에 있는 문화재들을 보고 5시쯤 도착해서 밝을 때 청량사를 돌아보고 장사익과 ‘별빛 나들이’를 할려고 했다. 그런데 봉정사에서 어느 대학 건축과 교수님과 그 일행들을 만나 함께 다니며 설명을 듣느라 청량사 입구에 늦게 도착을 했다. 그랬더니 식당 앞에도 줄, 청량사 입구에도 줄이 끝간데 없이 이어진다.
어찌어찌하여 청량사에 도착, 가파른 길을 오르며 음악회 시작을 알리는 타악기 소리를 들었다. 어두컴컴한 그 길을 오르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청량사를 싸고 있는 암봉들이 하늘에 걸려있다. 무릉도원을 오르는 것 같다. 함께 가던 일행은 낮에 본 제비원 부처님 같단다. 그러고 보니 그
런 것 같다. 밑에 숲은 어둠에 휩싸여 있는데 숲 위 암봉만 빛을 받아 밝으
니 밝은 암봉은 불두 같고 그 밑 어두컴컴한 숲은 부처님 몸체 같다. 볼수
록 신비롭다. 낮에 와서 주변 풍경 안 둘러 보길 잘했다.

(청량사 유리보전, 이곳에 종이로 만든 약사여래좌상이 계셨다. 그래서 병이 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정성드려 기도를 하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유리보전 앞 삼각우송,청량사 밑 어느 마을 농부가 말을 지독하게 안듣는 뿔 셋 달린 소를 스님께 보시를 했는데 청량사 짓는데 필요한 자재를 다 운반해 주고 절이 준공되기 하루전에 죽었단다. 그래서 스님이 이곳에 묻었더니 뿔 세개 달린 소를 닮은 소나무가 났단다)

(심검당,2002년에 지은 건물로 지금은 강원으로 쓰고 있단다)

(산신각, 산신각 안 벽화는 평범했다. 커다란 호랑이가 왼쪽에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파계사 산신각 벽화 속 호랑이는 아주 익살스러웠는데...)

(안심당,대중과 스님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란다)
수많은 사람들을 따라 음악 소리 들리는 곳을 찾아 올라가니 공연 오신 분들은 보이지 않고 대형 화면 앞에 사람들만 와글거리고 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무대는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장사익씨 얼굴이라도 함 봐야겠다는 생각에 위로 올라가려 했지만 더 이상 갈 수가 없단다. 그래도 올라가는 사람들을 따라 인파를 헤치고 범종각 옆 쯤 올라왔을까 너른 터에 앉은 사람들이 고개를 뒤로 꺾어 위를 보고 있다. 나도 고개를 돌려 위를 보니 무대 꼭대기랑 공연 중인 아카펠라 그룹 머리 부분이 보인다. 그런데 더 이상은 못 올라간단다. 사람들이 이미 돗자리를 깔고 빽빽하게 앉아 있어 가다가는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밟고 가야될 것 같다. 앉아 있는 분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있는 사람들에게 화면 안 보인다 앉아라고 성화여서 대충 그 쯤에서 주저앉았다. ‘실제 공연 모습 못볼바엔 집에서 텔레비전 보지 어쩌구저쩌구...’ 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험한 말을 하는 사람들은 없다. 다들 그쯤해서 포기하고 줄줄이 앉아 아카펠라 그룹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드디어 장사익씨가 나왔다. 척추와 목을 쭈욱 빼고 올려다 봤다.
“ ....아줌마, 희망 한 단 얼마예요?
희망요? 저도 몰라유. 채소나 한 단 사가셔유~”
마음을 뒤흔드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무대가 안보여도 좋다. 그런데 웬일? 공연 중간 쯤, 위에서 공연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갈길이 걱정스러워서 인지 내려오기 시작했다.그런데다 우리 뒤에 앉았던 이들이 자리를 챙겨 일어난다. 웅성웅성 우왕좌왕 아무래도 자리를 옮겨야 할 것 같다. 위를 쳐다보니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인다. 그럼 올라가볼까? 그래서 인파를 헤치고 위로 올라갔다. 장사익씨의 몸짓이 훤히 보인다.

이번 산사 음악회 주제였던 별빛 나들이를 떠날 시간, 모든 조명이 꺼지고 수많은 이들이 손에 든 촛불만이 흔들리는 밤, 하늘을 올려다본다. 잠시 동안 산사는 정적이 감돌고, 들떴던 마음이 차분해 진다. 밤 하늘에 뜬 별들을 쳐다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장사익씨가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부른다.
‘나 그대에게 드릴 게 있네
오늘 밤 문득 드릴 게 있네
.....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가득 드리리~‘
수백개의 촛불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기분이 참 묘하다. 밤 하늘을 올려다 보며 ‘나’를 본다. ......나들이 할 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