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를 두 번 보고 싶다고 생각한 첫 영화.

전문가들의 평이야 어떻든 참 좋은 영화다. 풍경을 보는 재미로 인해 지루하지 않고,  에드워드(잭 니콜슨 분)와 카터 (모건 프리먼 분)의 대화는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살아갈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영화를 보고 지하주차장을 내려와서도 잘 살아야 겠다는 것, 지금부터 무엇을 우선에 두고, 그렇게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될지,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왔다갔다 했다.  

 

  ‘버킷 리스트’의 ‘버킷’은 ‘죽는다’의 속어라고 한다.  ‘양동이를 걷어차다’(Kick the Bucket)라는 표현이 미국 속어로 ‘죽는다’는 뜻이란다. 에드워드와 카터는 어느 날 날벼락 같은 시한부 삶 선고를 받고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함께 행했다.   '어느 날 날벼락을 맞고'가 아니라 양동이를 걷어차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려 보니 숙연해진다.

두고 두고 내 삶에 영향을 끼칠 주옥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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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와서 고야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 보니 ‘고야의 그림에는 에스파냐 특유의 니힐리즘이 짙개 배여있다.’라고 나와 있다.   니힐리즘이란 절대적인 진리나 도덕 ·가치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8세기 말, 종교 재판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련의 일들과 로렌조 신부를 보니 고야가 ‘절대적인 진리나 도덕. 가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허무주의에 빠질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네스라는 여성이 술집에서 돼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신부가 유대교인이라는 의심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채 종교 재판에 회부된 이네스는 유대교인이라는 자백을 강요받으며 견딜 수 없는 심문을 당한다. 그 과정에서 신부들이 바라는 대답, 유대교인이라는 거짓 자백을 하고 그 자백을 증거로 삼아 돼지 우리 같은 동굴에 벌거벗겨 다리와 손에 수갑을 채워 가둔다.  

  

   딸이 종교 재판에 회부되자 이네스의 아버지는 고야를 통해 로렌조 신부를 소개 받아 딸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그 과정에서 딸이 심문을 받고 유대인이라는 거짓자백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네스 아버지는 로렌조 신부에게 심문이 이성을 마비시켜 거짓 자백을 할 수 밖에 없도록 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딸은 부당한 상황에서의 거짓 자백을 했으니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달라고 한다.  

 

  신부 로렌조가 하느님의 말씀대로 사는 사람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이네스는 더 이상 불행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그러나 안타깝게도 로렌조는 직업이 신부였을 뿐이었다. 동굴 감옥에 갇힌 이네스를 찾아간 로렌조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께 부탁해 보자며 기도를 하다가 색정을 누르지 못하고 겁탈을 하고 급기야 임신을 시킨다.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프랑스 혁명의 여파가 스페인에도 미치고 프랑스가 스페인을 침략, 지배를 하게 된다. 그로 인해 없는 죄도 만들어 종교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혔던 사람들이 풀려나게 된다. 눈부신 햇살을 쬐며 집으로 돌아온 이네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가족 모두가 목숨을 잃은 것을 알게 된다. 기억을 더듬어 이네스는 고야를 찾아온다. 세상에는 자기와 자신의 딸 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감옥에서 낳은 아이가 어디 있는지 찾아달라고 한다. 실성한듯한 이네스의 말을 반신반의 하지만 스페인에서 추방된 후 프랑스 혁명군 간부가 되어 돌아와 스페인을 혁명과 이성으로 바꾸어 보겠다고 날뛰는 로렌조를 찾아가 이네스가 감옥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로렌조는 자신의 더러운 행위가 탄로 날까봐 이네스가 정신이 이상해져 횡설수설한다는 말로 덮으려 하고. 

 

   우여곡절 끝에 창녀로 살아가는 알라시아라는 처녀가 이네스의 딸임을 알게된 고야는 이네스와 만나게 해 주려고 애를 쓰지만 이번에도 로렌조의 방해로 결국 만나지 못한다. 유일하게 남은 피붙이를 찾고자 하는 소망조차 로렌조로 인해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이다. 

 

  부유한 상인의 딸로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살던 이네스가 어느 날 말도 안되는 이유로 종교 재판을 받고 실성한 여인이 되어 불행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의 줄거리에 ‘고야의 유령’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는 이네스가 고야의 그림 모델이자 영원한 뮤즈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고 고야의 그림 몇 점을 보니 그림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그리고 본인 의지와는 무관하게 굴러가던 이네스의 삶의 수레바퀴를 보며 알 수 없는 삶 앞에 겸손해야 겠다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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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에 난 이 영화평을 보니 이스라엘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란다. 지금은 앙숙 관계에 있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집트 경찰 악단이 이스라엘 작은 마을에 예기치 않게 하룻밤을 보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데. 암튼 구미가 당겼다. 83분자리 영화라 금방 끝났다.

 

 표를 예매하고 영화관에서 제공하는 영화안내 포스터를 보니 독특한 인물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밴드 주자들을 다들 잔뜩 굳은 표정으로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앞을 응시하고 있는데 멀쑥한 키에 냉소적인 표정의 젊은 악단(영화를 보니 남의 연애질 코치도 잘하고 연애도 잘하는 할레드였다)만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껄렁하게 서서 일행과는 반대 방향을 보고 있다. 아무래도 한마음으로 뭔가 하려는 일행들에게 찬물을 끼얹을 것 같은 인물이라 관심이 간다. 이 인물 내 예측을 배반하진 않았는데 관심은 할레드가 아니라 악단장 투픽의 행동과 대사에 쏠렸다. 

 

  해체 위기에 처한 이집트 경찰 악단이 이스라엘 아랍 문화센터 개관 축하공연을 하러 왔다가 영어 발음을 잘못 알아들어 ‘벳 하티크바’라는 시골의 작은 마을에 도착을 하게 된다. 내일 공연인데, 이 공연을 성공리에 마쳐야 해체 위기를 면할 수 있는데, 하필 이들이 도착한 마을에는 하루에 버스가 한번 밖에 오지 않는 외진 곳이다. 오도가도 못하고 하룻밤을 이 낯선 땅에서 보내야 할 처진데 가진 건 이집트 돈 밖에 없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마을의 카페 여주인 다나는 당황스러워 하는 이들에게 하룻밤을 묵어갈 수 있게 해 준다.악단장과 할레드는 자신의 집에, 몇몇은 마을 청년들에게 부탁해서 잠자리를 잡아 준다. 카페 문을 닫고 집으로 온 다나는 악단장 투픽에게  시내 데이트를 제안한다. 솔로인 다나는 (하는 일에 완벽을 기하려는 모습에서 어찌 보면 답답해 보일 만큼 고지식해 보이긴 하지만) 인간적인 투픽에게 다가가려하는는데 사랑하는 부인이 자식의 자살로 인해 병을 얻고 죽은 뒤 자신의 잘못으로 부인이 죽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투픽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데이트 중에 다나가 투픽에게 어떤 음악을 연주하냐고 묻는다

  ‘ 우린 클래식한 아랍전통음악을 연주’한다고 한다. 그러자 다나는 -움 쿨톰- 같은 거? 경찰이 웬? 이라고 의아해 한다. 그러자 투픽은 ‘경찰도 영혼을 가진 인간’이라고 말한다. 참 멋진 대사다. 다나의 신청으로 식당에서  ‘움쿨통-‘KOL SHEE HELO’이 흘러나왔다.가볍지 않고 뭔가 깊은 여운을 주는 투픽과 참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투픽이 다나가 마음에 없는 건 아닌것 같은데 마음을 쓰다듬어 주려는 다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어긋날 것 같다.아니나 다를까 밤을 함께 보내는 인물은 할레드였다.

 

 다음날, 마을에 한 대뿐인 공중전화로 대사관에 자신들의 처지를 알린 악단원 ‘카말’의 노력으로 아랍문화센터로 데려다 줄 차가 도착한다. 다나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는 투픽의 표정에 아쉬움 같은게 비친다. 다나 또한 미안함( 다나는 토픽과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지만 자신의 일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투픽은 낼 공연을 염려하며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 사이 한 집에 머물던 할레드와.... )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듯한 얼굴이고. 다나와 투픽의 감정도 하룻밤 해프닝으로 끝난다. 이 영화 참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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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 사계절 1318 문고 15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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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의 주인공은 피렌체 상인의 부인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 부인의 모습에는 레오나르도가 소속돼 있던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부인이었던 베아트리체의 모습이 담겨 있다? 왜? 답은 살라이한테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내용의 절반 이상이 베아트리체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모나리자의 주인공이 베아트리체가 아니라 왜 피렌체 상인의 아내일까 의아했다.

  비밀은 책 내용거의 끝날 무렵에 나왔다.  레오나르도의 작업장을 지키고 있던 살라이는 자화상을 그려 달라고 데려온 피렌체 상인의 아내 얼굴에서 자신이 인간적으로 좋아했던 베아트리체의 모습 ‘자신이 예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아 가는 법을 터득한 사람이라는 것, 이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서 은은한 아름다움을 갖게 되었다는 것, 기쁨을 주는 법과 고통을 주는 법을 아는 여인이라는 것’ 을 발견하고 레오나르도에게  초상화를 그리도록 주선했기 때문이다.

 

살라이와 레오나르도의 대화에서 레오나르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왼손 잡이였다는 것, 실제로 관찰한 것이 아니면 의견을 내 놓지 않는다는 것,늘 머릿속에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어 현재를 느긋하게 즐기지 못한다는 것,섬광처럼 번쩍이며 훌쩍 도약하는 격력함이 부족하고 자의식이 아주 강했다는 것. 그래서 거짓말쟁이긴 해도 현재에 충실하고 물감들만큼 다채로운 기질을 가지고 있던 살라이가 레오나르도의 작품 활동에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는 것.

 

 레오나르도가 살라이에게 밀라노 성 밖에 있는 농지의 반을 유산으로 남긴다고 했다는데 그럴 만 했다. ‘위대한 작품이란 모름지기 중요한 것이 잘 포착되어 있으면서 그 속에 격렬한 느낌이 약동하고 있어야 하는데’ 살라이로 인해 위대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으므로.

 

물론 이것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진 이야기지만 그럴듯하다. 이 책을 쓴 작가는 거짓말쟁이 살라이보다 더 탁월한 거짓말쟁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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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 큰언니랑 연곡사를 갔을 때 ‘ 매화가 피면 참 아름다운 절’이겠구나 했었다. 그런데 매화 필 무렵 연곡사엘 가자는 지인들이 있어 때맞춰 다녀왔다. 지난 번 여행 때 감기 기운이 있던 언니가 서두르는 바람에 미처 못보고 온 문화재도 있어 보기로 했다.

연곡사는 요란하게 불사를 하지 않아서, 지리산 자락에 순하게 안긴 듯 자연에 거스름이 없어서 마음에 담긴 사찰이다.  너른 터에 띄엄띄엄 앉아 있는 요사채와 대웅전 해우소 , 삼신각,범종각 같은 몇 개의 건물이 보는 이의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한다.

  연곡사 가는 길은 지리산 품 속으로 들어간다. 3월 초만해도 산과 들이 푸스레한 생기만 돌 뿐 회색빛 이었는데 그 사이 노란 산수유와 매화가 만발해서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연초록 잎이 산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연곡사 앞에 차를 세우고 일주문을 들어가며 보니 대웅전 오르는 길에 선 매화나무들이 활짝 꽃을 피워 은은한 매화향이 온 몸을 휘감는다.


안도현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꽃 바깥으로  뱉어내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것이

몸 속에 있기 때문에

꽃은 핀다

솔직히 꽃나무는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게 괴로운 것이다
........

.....

불과 20여일만에 이렇게 활짝핀 매화를 보며 감탄을 하다가 문득

나도 ‘꽃이 허공으로 꽃대를 밀어올리듯’ 이 봄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야 겠지 싶다.

 

매화 나무들 사이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선 연곡사 3층 석탑이 보인다. 함께 간 지인은 3층 기단인 독특한 이 탑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돌이 이상하단다’ . 천년이 지난 석탑 몸돌 군데군데 뭔가가 번쩍거리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연곡사 뒤 북부도 보러 가는 산길에서 봤던 그 돌들도 금가루 같은 것이 묻어 있는 것처럼 반짝 거렸는데 탑을 구성하고 있는 돌도 그 돌들과 비슷하다. 지리산 자락과 탑이 어우러진 풍경은 탄성을 자아내는데 이상하게 사진을 찍으면 잡히지 않는다. 

(연곡사 3층석탑-3층 기단에 3층 석탑인 독특한 탑이다)


  경내를 둘러보니 군데군데 만발한 하얀 매화들 사이에 발그레한 홍매화도 보이고  대웅전 앞 마당에는 늙은 산수유 두 그루가 노란꽃을 피워 벌떼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은 뜰에는 쑥이랑 머위 같은 봄나물도도 고개를 제법 쑤욱 내밀고 있고, 큰 개불알꽃, 양지꽃 같은 봄 꽃들도 피어나 절 안에 환하다. 꽃샘 추위가 몰아치던 3월초, 회색 나무들 사이로 몇 째의 건물만 오롯이 앉아 있는 듯 했는데 봄기운이 연곡사의 표정을 바꿔 놓았다. ‘참한 사찰이네’ 했더니 곱고 아름다운 사찰이다.





범종각 옆 노란 산수유 아래서 사진도 찍고 대웅전 앞에서 지리산자락을 배경 삼아 사진도 찍고 한참을 이리저리 경내를 거닐다가 동부도와 북부도를 보러 갔다.


(동부도탑비 앞 모습-탑신은 없고 거북등딱지 양쪽에 새 날개를 달고 있다. 등 무늬도 새날개 무늬를 새겼다.)


(동부도-도선국사 부도비로 추정된단다)


(북부도)

 


(북부도 옥개-기와골을 섬세하게 파놓았다)

 

북부도를 보고 내려 오는 길에 지난 번에 보지 못한 서부도와 몇 기의 부도, 동백 나무 아래 선 고광순 순절비를 보고, 부도비를 보았다. 부도비 비신은 없고 귀부와 이수만 남았다.커다란 거북 등껍질에 가운데 다양한 꽃 무늬를 새겨놓아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느낌을 준다.


(서부도와 주변에 있는 몇기의 부도들, 서부도는 고려시대 작품이다)


(고광순의병 순절비 주변 동백 나무들-안내판을 읽다가 문든 고개들어 붉은 동백을 보니 동백조차 애닯픈 느낌이다)

 

봄날의 연곡사, 볕바라기하며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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