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 큰언니랑 연곡사를 갔을 때 ‘ 매화가 피면 참 아름다운 절’이겠구나 했었다. 그런데 매화 필 무렵 연곡사엘 가자는 지인들이 있어 때맞춰 다녀왔다. 지난 번 여행 때 감기 기운이 있던 언니가 서두르는 바람에 미처 못보고 온 문화재도 있어 보기로 했다.
연곡사는 요란하게 불사를 하지 않아서, 지리산 자락에 순하게 안긴 듯 자연에 거스름이 없어서 마음에 담긴 사찰이다. 너른 터에 띄엄띄엄 앉아 있는 요사채와 대웅전 해우소 , 삼신각,범종각 같은 몇 개의 건물이 보는 이의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한다.
연곡사 가는 길은 지리산 품 속으로 들어간다. 3월 초만해도 산과 들이 푸스레한 생기만 돌 뿐 회색빛 이었는데 그 사이 노란 산수유와 매화가 만발해서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연초록 잎이 산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연곡사 앞에 차를 세우고 일주문을 들어가며 보니 대웅전 오르는 길에 선 매화나무들이 활짝 꽃을 피워 은은한 매화향이 온 몸을 휘감는다.

안도현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꽃 바깥으로 뱉어내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것이
몸 속에 있기 때문에
꽃은 핀다
솔직히 꽃나무는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게 괴로운 것이다
........
.....
불과 20여일만에 이렇게 활짝핀 매화를 보며 감탄을 하다가 문득
나도 ‘꽃이 허공으로 꽃대를 밀어올리듯’ 이 봄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야 겠지 싶다.
매화 나무들 사이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선 연곡사 3층 석탑이 보인다. 함께 간 지인은 3층 기단인 독특한 이 탑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돌이 이상하단다’ . 천년이 지난 석탑 몸돌 군데군데 뭔가가 번쩍거리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연곡사 뒤 북부도 보러 가는 산길에서 봤던 그 돌들도 금가루 같은 것이 묻어 있는 것처럼 반짝 거렸는데 탑을 구성하고 있는 돌도 그 돌들과 비슷하다. 지리산 자락과 탑이 어우러진 풍경은 탄성을 자아내는데 이상하게 사진을 찍으면 잡히지 않는다.

(연곡사 3층석탑-3층 기단에 3층 석탑인 독특한 탑이다)
경내를 둘러보니 군데군데 만발한 하얀 매화들 사이에 발그레한 홍매화도 보이고 대웅전 앞 마당에는 늙은 산수유 두 그루가 노란꽃을 피워 벌떼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은 뜰에는 쑥이랑 머위 같은 봄나물도도 고개를 제법 쑤욱 내밀고 있고, 큰 개불알꽃, 양지꽃 같은 봄 꽃들도 피어나 절 안에 환하다. 꽃샘 추위가 몰아치던 3월초, 회색 나무들 사이로 몇 째의 건물만 오롯이 앉아 있는 듯 했는데 봄기운이 연곡사의 표정을 바꿔 놓았다. ‘참한 사찰이네’ 했더니 곱고 아름다운 사찰이다.


범종각 옆 노란 산수유 아래서 사진도 찍고 대웅전 앞에서 지리산자락을 배경 삼아 사진도 찍고 한참을 이리저리 경내를 거닐다가 동부도와 북부도를 보러 갔다.

(동부도탑비 앞 모습-탑신은 없고 거북등딱지 양쪽에 새 날개를 달고 있다. 등 무늬도 새날개 무늬를 새겼다.)

(동부도-도선국사 부도비로 추정된단다)

(북부도)

(북부도 옥개-기와골을 섬세하게 파놓았다)
북부도를 보고 내려 오는 길에 지난 번에 보지 못한 서부도와 몇 기의 부도, 동백 나무 아래 선 고광순 순절비를 보고, 부도비를 보았다. 부도비 비신은 없고 귀부와 이수만 남았다.커다란 거북 등껍질에 가운데 다양한 꽃 무늬를 새겨놓아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느낌을 준다.

(서부도와 주변에 있는 몇기의 부도들, 서부도는 고려시대 작품이다)

(고광순의병 순절비 주변 동백 나무들-안내판을 읽다가 문든 고개들어 붉은 동백을 보니 동백조차 애닯픈 느낌이다)
봄날의 연곡사, 볕바라기하며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