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에 난 이 영화평을 보니 이스라엘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란다. 지금은 앙숙 관계에 있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집트 경찰 악단이 이스라엘 작은 마을에 예기치 않게 하룻밤을 보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데. 암튼 구미가 당겼다. 83분자리 영화라 금방 끝났다.
표를 예매하고 영화관에서 제공하는 영화안내 포스터를 보니 독특한 인물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밴드 주자들을 다들 잔뜩 굳은 표정으로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앞을 응시하고 있는데 멀쑥한 키에 냉소적인 표정의 젊은 악단(영화를 보니 남의 연애질 코치도 잘하고 연애도 잘하는 할레드였다)만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껄렁하게 서서 일행과는 반대 방향을 보고 있다. 아무래도 한마음으로 뭔가 하려는 일행들에게 찬물을 끼얹을 것 같은 인물이라 관심이 간다. 이 인물 내 예측을 배반하진 않았는데 관심은 할레드가 아니라 악단장 투픽의 행동과 대사에 쏠렸다.
해체 위기에 처한 이집트 경찰 악단이 이스라엘 아랍 문화센터 개관 축하공연을 하러 왔다가 영어 발음을 잘못 알아들어 ‘벳 하티크바’라는 시골의 작은 마을에 도착을 하게 된다. 내일 공연인데, 이 공연을 성공리에 마쳐야 해체 위기를 면할 수 있는데, 하필 이들이 도착한 마을에는 하루에 버스가 한번 밖에 오지 않는 외진 곳이다. 오도가도 못하고 하룻밤을 이 낯선 땅에서 보내야 할 처진데 가진 건 이집트 돈 밖에 없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마을의 카페 여주인 다나는 당황스러워 하는 이들에게 하룻밤을 묵어갈 수 있게 해 준다.악단장과 할레드는 자신의 집에, 몇몇은 마을 청년들에게 부탁해서 잠자리를 잡아 준다. 카페 문을 닫고 집으로 온 다나는 악단장 투픽에게 시내 데이트를 제안한다. 솔로인 다나는 (하는 일에 완벽을 기하려는 모습에서 어찌 보면 답답해 보일 만큼 고지식해 보이긴 하지만) 인간적인 투픽에게 다가가려하는는데 사랑하는 부인이 자식의 자살로 인해 병을 얻고 죽은 뒤 자신의 잘못으로 부인이 죽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투픽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데이트 중에 다나가 투픽에게 어떤 음악을 연주하냐고 묻는다
‘ 우린 클래식한 아랍전통음악을 연주’한다고 한다. 그러자 다나는 -움 쿨톰- 같은 거? 경찰이 웬? 이라고 의아해 한다. 그러자 투픽은 ‘경찰도 영혼을 가진 인간’이라고 말한다. 참 멋진 대사다. 다나의 신청으로 식당에서 ‘움쿨통-‘KOL SHEE HELO’이 흘러나왔다.가볍지 않고 뭔가 깊은 여운을 주는 투픽과 참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투픽이 다나가 마음에 없는 건 아닌것 같은데 마음을 쓰다듬어 주려는 다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어긋날 것 같다.아니나 다를까 밤을 함께 보내는 인물은 할레드였다.
다음날, 마을에 한 대뿐인 공중전화로 대사관에 자신들의 처지를 알린 악단원 ‘카말’의 노력으로 아랍문화센터로 데려다 줄 차가 도착한다. 다나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는 투픽의 표정에 아쉬움 같은게 비친다. 다나 또한 미안함( 다나는 토픽과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지만 자신의 일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투픽은 낼 공연을 염려하며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 사이 한 집에 머물던 할레드와.... )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듯한 얼굴이고. 다나와 투픽의 감정도 하룻밤 해프닝으로 끝난다. 이 영화 참 깔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