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이 무슨 효녀야? 돌개바람 14
이경혜 글,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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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이야기 딴지걸기’라는 부제에 끌려 구입해서 읽은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옛이야기 고쳐쓰기를 할 때 심청에게 딴지 걸기를 했던 터라 이 작가는 어떻게 딴지를 걸고 있나 궁금했었다. 그런데 딴지를 참 천연덕스럽게 걸었다. 팥쥐나 뺑덕어멈 같은 옛이야기 주인공들에 대한 편견이 와장창 무너진다

‘선녀와 나무꾼에겐 아이들도 있다고! ’

나는 미처 아이들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다. 선녀가 아이 둘을 데리고 훌쩍 하늘나라로 갔을 때 홀로 남겨진 나뭇꾼이 참 황당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나무꾼이 선녀 옷을 숨긴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지만. 그래서 선녀가 1년에 한 번 아이들을 데리고 땅으로 내려와 나무꾼을 만나고 가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정말 기가 막혔겠다. 아빠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안 아이들은 당연히 울고불고 난리가 낫겠지. 그러자 옥황상제는 나무꾼을 하늘로 불러 올린다.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불러올려 살게 했다면 싱거웠을 텐데 통과의례(시험)를 거쳐 하늘나라에서 살게 한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아빠가 시험을 통과하는데 아이들이 힘을 보태는 모습도 흐뭇하다.

‘심청이 무슨 효녀야?’

‘심청전’ 딴지 제대로 걸었다. 아이들도 심청전의 등장인물로 딴지를 걸곤 하기 때문에 흥미있게 본다. 작가가 그린 뺑덕어멈은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게 아닐까 싶을 만큼 개연성이 있다. ‘인정머리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행실 또한 바르지 못한 몹쓸 사람으로 알고 있는 얄미운 뺑덕어멈이 개관천선을?’ 아니다. 남편 잃고 혼자서 애지중지 키우던 딸까지 잃고 나자 반쯤 얼이 나가 되는 대로 살게 되다보니 그랬다나. 거기다가 자식을 잃고 가슴앓이를 해 본 사람인지라 심청을 잃고 한평생 슬픔에 잠겨 살 심청 아비 입장을 생각하고 이 아비를 두고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러 가려 할 때 몰래 심청인냥 분장하고 뱃머리에 오르는 것도 뺑덕어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뺑덕어멈은 횡령죄로 붙잡혀 가야 마땅한 죄인인데 이야기를 이렇게 바꾸고 보니 인간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인물이 되었다.

 

 ‘알고보면 팥쥐도 가엾어!’

 

 팥쥐, 가엾기는 커녕 남들이 뭐라거나 말거나 개성 넘치는 행복한 처녀다. 그리고 콩쥐,팥쥐라는 이름을 짓게 된 유래가 재미있다. 그리고 콩쥐가 착한 처녀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팥쥐가 다른 앞에서 기죽는 법 없고 어른말에 꼬박꼬박 말대꾸 하는 처녀로 자라게 된 까닭도 그럴 듯하다. 착한 콩쥐는 복을 받고 못된 팥쥐는 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둘다 자신들의 특성을 살려 장한 일을 해 내며 행복하게 살게 이야기를 풀어나간 점도 좋다. 옛이야기 책에서는 못생기고 성질이 나쁜 것이 팥쥐의 전부인 것 처럼 그렸지만 이 책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팥쥐의 개성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우렁이 엄마가 우리 엄마라면!’과 ‘이 도령이 암행어사가 안 됐으면?’은 앞 의 세 이야기에 비해 아이들이 썩 흥미있어 하진 않는다. 어른이 내 입장에서 보면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이나 아이들 입장에선 동화적인 매력이 덜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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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마이클 매커디 판화,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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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땅도 아닌 남의 땅, 그것도 메마르고 헐벗은 황무지에 몇십년 동안이나 묵묵히 나무를 심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러한 행동만 놓고 보면 지극히 부질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부피에가 이러한 일을 할 때 얼굴에 행복이 넘쳤다고 한다. 무엇이 부피에를 행복하게 했을까?

 

 엘제아르 부피에는 혼자서 풀 한포기 물 한 방울 구경할 수 없던 메마른 땅에 도토리를 심고 자작 나무를 심었다. 몇 년 동안이 아니라 수십년동안이나 그렇게 했다. 아무도 살지 않던 땅에 나무들이 자라나자 새들이 날아오고 짐승들이 살러오고 시냇물이 흐르고, 모든 것이 풍요로워 졌다. 그러자 떠났던 사람들도 하나둘 돌아왔다. 엘제아르 부피에는 그렇게 엄청난 일을 하고도 사람들에게 생색을 내지 않았다.

 

 대니얼 길버트는 ‘공통적으로 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는 미래의 목표보다는 현재의 상황에 완전히 빠져있는 순간이다’라고 했다. 남이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상관없이 나무를 심고, 그 나무들이 자라 무성한 숲이 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부피에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다. 정신적인 가치보다 물질적인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아이들 눈에 부피에의 삶은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부피에가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생각은 더 할 것이다. 하지만 나무를 심는 일로 인해 부피에 자신이 행복해 했으니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가 꿈꾸는 삶이 나만이 아닌, 나도 타인도 행복해 질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해 한 번 쯤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책이다.  더불어 내가 살아온 삶과 살아갈 삶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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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전통 과학 시리즈 3
강영환 글, 홍성찬 그림 / 보림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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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라 그런지 지식과학류의 책에 흥미가 없는 4학년 아이는 지루해 했다. 그런데 5학년 아이들에게 읽어보게 했더니 집이 발달해 온 과정까지는 대부분이 재미있게 본다. 5학년 사회 책에 전통집에 관한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역별 집 구조가 다른 까닭이나 재료가 다른 까닭 등 학교에서 배운 내용에 깊이를 더해 집이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 왜 집이 움막에서 초가집, 한옥으로 발달해 왔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전통 집을 짓는 방법이나 다양한 전통 집의 구조 등을 그림과 글을 통해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집이 발달해 온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느낀다. 우리 조상들이 움막이나 초가집의 단점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 과정을 통해 발달한 것은 무엇인지,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슬기로운 사람들인지.그런데 집짓기 부분은 좀 지루해 한다. 한옥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그려보게 했더니 서양집이 아닌 한옥의 장점과 서양집을 장점을 혼합해서 그렸다. 전통 집에 관한 심화 학습을 위한 책으로서 손색이 없다. 이 책을 읽고 전통 한옥 마을로 체험학습을 가 보는 것도 좋다. 물론 이 때도 이 책이 요긴하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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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비룡소의 그림동화 60
아나이스 보즐라드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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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에 한국 전쟁이 일어났던 달이라 저학년과 함께 볼 ‘전쟁’ 관련 동화책을 고르다가 읽은 책이다. 아이들이 읽기 전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읽어보니 그저 그런 책이었다. 그런데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꼼꼼하게 들여다보니 의외로 괜찮은 책이다.

 

 우리 나라 남북한처럼 파랑나라와 빨강나라가 있었다. 파랑나라 왕의 아들이 쥘 왕자는 용기도 있고, 아버지가 걱정하시는 것을 덜어주기 위해 파비앙에게 한판 결투를 신청하기도 한다. 그런데 파란나라 왕자 파비앙은 파랑나라와 빨강나라가 날마다 전쟁을 하거나 말거나, 파랑나라 왕인 아버지가 어떻게 하면 전쟁에 이길까 머리를 싸 매고 걱정을 하거나 말거나, 아무 생각없이 날마다 나무 위에 올라가서 골똘이 생각하는게 일이다. 

 

 

이런 파비앙을 보고 아이들은 어리버리 왕자라고 했다. 쥘이 지루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한판 결투를 신청했을 때 크고 힘 좋은 말을 타고 씩씩하게 나온 쥘과는 달리 자그마한 양을 타고 마지못해 나온 듯한 모습으로 전쟁터에 나온 것을 보고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재미있어 한다. 여기까지 보면 파비앙은 쥘 왕자에게 질게 뻔하다. 그런데 뒤에는 의외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자 아이들이 놀란다.

 

도무지 일을 낼 것 같지 않은 이 어리버리한 왕자가 큰 일을 낸다. 나무 가지 위에 앉아 골똘이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 파랑나라와 빨강나라의 전쟁을 종식 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파비앙을 보면서 지혜는 자기 안에서 나온 다는 것과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지혜로운 생각을 하는 것은 자신과 타인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것을 느낀다. 휘리릭 읽으면 그저 단순한 그림책이 지나지 않지만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어보니 아이들에게 의외의 즐거움과 재미를 주면서 생각 또한 자라게 한다. ‘지혜는 깊은 생각에서 나온다’는 의미를 저학년 아이들에게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게 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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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사코의 질문’이라는 동화책에는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졌을 당시 상황을 묘사한 이야기 한 편이 나온다. 내용 중에 마사코가 할머니와 함께 기차를 타고 히로시마에 있는 원폭 희생자 위령탑에 가면서 ‘왜 하필 미국이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떨어뜨렸는지’ 묻는다. 그 때 할머니는 그 당시 일본이 태평양지역 여러 나라를 식민화 하기 위해 전쟁을 끊임없이 벌이면서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 대신 “그야 우릴 만만하게 봤어 그렇지.”라고 대답 한다. 마사코의 할머니가 대답을 빙빙 돌리며 회피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마사코의 할머니가 왜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것 같니?"라는 질문을 했다. 그 때 한 아이가 이랬다. 

  “선생님, 제가 일본 갔을 때 어떤 일본 할머니가 저에게 왜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겠어요.”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랬다.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갔다가 오사카에서 전철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단다. 그 때 바깥으로 보이는 신기한 도시 풍경에 정신이 팔려 밖을 보고 있었는데 일본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걸어왔단다. 일본 만화 광인 이 아이는 정식으로 일본어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지만 대충 일본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었는데 이 할머니께서 어디서 왔느냐고 묻더란다. 그래서 한국서 왔다고 하니 이렇게 작은 아이가 일본어를 하는 건 처음본다고 하시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란다. 몇몇 아는 단어로 서로 대화를 하다가 할머니께서 내릴 무렵 이 아이에게 “미안하다”라고 하시더란다.

  

이 아이는 할머니께서 왜 뜬금없이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하시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단다. 그런데 ‘마사코의 질문’이라는 책을 읽어보니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중 10%가 한국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았고, 일제 강점기 우리 조상들에게 몸쓸 짓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고 나니 그 할머니께서 왜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사코의 할머니가 손녀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건 일본이 한 짓을 사실대로 알려주기가 부끄러웠기 때문일 거라고 했다. 마사코 할머니가 사실을 덮어두려 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인데. 그러면서 전철에서 만났던 그 할머니처럼 일본이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우리에게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아이를 보면서 여행이, 좋은 책이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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