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코의 질문’이라는 동화책에는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졌을 당시 상황을 묘사한 이야기 한 편이 나온다. 내용 중에 마사코가 할머니와 함께 기차를 타고 히로시마에 있는 원폭 희생자 위령탑에 가면서 ‘왜 하필 미국이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떨어뜨렸는지’ 묻는다. 그 때 할머니는 그 당시 일본이 태평양지역 여러 나라를 식민화 하기 위해 전쟁을 끊임없이 벌이면서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 대신 “그야 우릴 만만하게 봤어 그렇지.”라고 대답 한다. 마사코의 할머니가 대답을 빙빙 돌리며 회피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마사코의 할머니가 왜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것 같니?"라는 질문을 했다. 그 때 한 아이가 이랬다. 

  “선생님, 제가 일본 갔을 때 어떤 일본 할머니가 저에게 왜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겠어요.”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랬다.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갔다가 오사카에서 전철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단다. 그 때 바깥으로 보이는 신기한 도시 풍경에 정신이 팔려 밖을 보고 있었는데 일본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걸어왔단다. 일본 만화 광인 이 아이는 정식으로 일본어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지만 대충 일본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었는데 이 할머니께서 어디서 왔느냐고 묻더란다. 그래서 한국서 왔다고 하니 이렇게 작은 아이가 일본어를 하는 건 처음본다고 하시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란다. 몇몇 아는 단어로 서로 대화를 하다가 할머니께서 내릴 무렵 이 아이에게 “미안하다”라고 하시더란다.

  

이 아이는 할머니께서 왜 뜬금없이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하시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단다. 그런데 ‘마사코의 질문’이라는 책을 읽어보니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중 10%가 한국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았고, 일제 강점기 우리 조상들에게 몸쓸 짓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고 나니 그 할머니께서 왜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사코의 할머니가 손녀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건 일본이 한 짓을 사실대로 알려주기가 부끄러웠기 때문일 거라고 했다. 마사코 할머니가 사실을 덮어두려 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인데. 그러면서 전철에서 만났던 그 할머니처럼 일본이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우리에게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아이를 보면서 여행이, 좋은 책이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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