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천사의 눈물을 보았다.’ 를 읽고

 

이 책은 세 3세계 어린이들의 실태를 알 수 있는 책이자, 그 나라가 그러한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는 역사적인 배경을 알 수 있는 책이다. 거기다가 가슴 저 밑 바닥에서 잠자고 있던 선한 마음까지 일깨워 준다.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권장도서였던 이 책을 방학동안 중 3학년 학생들에게 읽어보게 했다. 평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감성적인 책을 싫어하는 한 아이는 책 제목을 보고 벌써 “이런 책은 읽기 싫은데요.” 했다. 그래서  그랬다.

  “ ‘천사의 눈물’이라는 단어 때문에 그런 모양인데 그것 때문에 이 책 읽어라는 거 아니거든. 미얀마나 스리랑카, 우간다 같은 나라들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는 역사적인 배경이 나오니까 그걸 위주로 봐라.네가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세상을 이해하는 데 아주 도움이 되는 책이다”

  마지못해 이 책을 빌려 간 아이랑 1주일 후에 수업을 했다.

  “샘, 돈 벌면 우간다 애들 좀 도와야 겠어요.”

  “잉~ 네가 천사의 눈물을 봤단 말이지.역쉬~”

 

  이 아이는 한국영재학교에 원서를 넣을 수 있을 만큼 공부를 잘한다. 그런데 같이 공부하는 여자 아이들한테 “니 진짜 인정머리 없네.” “잘 난 척 좀 그만해라.”는 소리를 수시로 듣는다. 그런데 이 아이는 이기적인 아이가 아니다. 자기 속을 있는 그대로 내 보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다 보니 오해를 받는다. 어떤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도 이 녀석이 삐딱선을 타서 찬물을 끼얹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마다 난 그런다.

  “나는 니가 아무리 삐딱하게 굴어도 네가 괜찮은 애라는 걸 알거든.”

   이 책을 읽고 와서 이 아이가 우간다 아이들을 도울 것이라는 말을 듣고 놀라는 여자 아이들에게 그랬다.

  “봐라. 내가 그랬제. 얘 속에 천사가 많이 살고 있다고.”

 

  또 다른 아이는 방학 때도 학원 숙제 때문에 너무 힘들었는데 이 아이들보니 자기는 배부른 투정을 하는 것 같단다.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한번쯤 읽어 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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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 지 몰라요.’를 읽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 초등학교 다닐 때 여자친구보다 남자 친구랑 어울려 놀길 좋아하던 아이가 있다. 남자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 사소한 감정 싸움을 하지 않기 때문에 훨씬 담백하게 놀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아이가 올해 여중에 입학했다. 이 아이가 졸업한 초등학교에 다녔던 대부분의 여자 아이는 이 학교를 갔고 한 반에서 4,5명 정도의 여자아이들만 남녀 공학인 중학교로 진학을 했다.  

  

그런데 지난 6월 이 아이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학교를 안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여중을 계속 다니느니 자퇴를 하겠다고 했단다. 겨우 설득을 해서 학교에 데려다 주고 와서 나한테 전화를 한 것이었다.

  “샘 말은 잘 들으니까 이야기 좀 해 보셔요.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을 찍어 강퇴하는 경우 외엔 같은 구에 있는 학교로 전학은 안된다고 하네요. 그럼 해운대 쪽으로 전학 시켜야되는데 통학 길이 너무 멀어서 그것도 걱정이네요.”

  수업을 하다가 다른 말 끝에 꼬리를 잡아 넌지시 물어봤다. 2학기부터 자기가 다니는 학교는 쳐다보기도 싫단다. 이유를 들어보니 어른인 내가 생각하기엔 어느 학교 가도 다 겪을 수 있는 사소한 일들 때문이었다. 그래서 “ 그건 어디가도 마찬가지일텐데.네가 가고 싶어하는 00학굔 안 그런 것 같지. 똑같애. 조금 덜하고 더하고의 차이지.” 라고 했다.그래도 여중에서 3년을 견딜 자신이 없다고 했다. 아이들이 말이 너무 거칠고, 사소한 것을 꼬투리로 잡아 순식간에 이상한 아이로 만들곤 하니 견디기 힘들단다.

 

   그러던 중에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 지 몰라요.’라는 책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하이타니 겐지로가 쓴 책으로 ‘친구’,‘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 ‘제비역’ 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모두 자아 정체성 혼란을 겪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이야기들이다. 이 아이에게 ‘제비역’을 읽은 느낌을 물어봤다.  
  “지금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가 제비역이라고 생각하며 견뎌볼까 생각중이에요.”

 

 또래들 보다 수준 높은 책도 무난히 읽어내고, 책을 깊이 있게 읽어내는 지라 ‘제비역’을 읽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역시 제대로 읽었다.

  “오호~ 잘 생각했다. 살다보면 수많은 제비역을 거쳐간다. 네가 정말 거치고 싶지 않은 역도 거치게 될 것이고 오래오래 머무르고 싶은 제비역도 거쳐가게 될 것이다. 지금 네가 다니는 학교도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거쳐가야만 할 제비역이라고 생각해라.”

  지금 2학기, 죽어도 못 다니겠다는 그 학교에 다니고 있다. 여전히 학교에 대한 불만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지만 한 권이 책이 이렇게 아이 마음을 다독일 수도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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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운조루랑 사도리 석불을 보고 화엄사를 가는 길에 먹음직스럽게 생긴 연잎 대통밥을 광고하는 플랫카드를 봤다. 대통에 인삼 한 뿌리랑 밤, 붉은 대두 몇 개를 넣어 만든 밥도 먹음직스러워 보이고,  ‘화엄사 별식, 무한지대 큐 추천 맛집!’이라는 글도 믿음직스러워 점심은 ‘ 이 밥’을 먹기로 결정했다. 

  화엄사랑 금정암, 구층암 답사를 마치고 우리가 봐 둔 ‘그 집’에 연잎 대통밥을 먹으러 갔다. 두 사람은 먼저 자리를 잡고 4인분 식사를 시키고, 나랑 나머지 한명은 뒤에 조금 늦게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광고 덕분인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들랑날랑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앉자 마자 밥 2개와 반찬이 차려졌다. '생각보다 빨리 나오네' 했는데 서너 테이블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사람 둘이가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우리 상을 쳐다봤다. 눈치 빠른 일행 한 명이 아무래도 저 사람들이 밥이 우리 한테 잘못 온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서빙 하는 아가씨를 불렀다.

“아가씨, 이거 2인상 아니예요? 두부도 2개, 도토리 묵도 2개, 아무래도 2인상 같은데. 그리고 저기 두 사람이 우리 보다 먼저 왔거든요. 저쪽으로 갈 상이 우리한테 온 것 같은데요.”

 

그랬더니 서빙 하는 아가씨가 부랴부랴 우리 앞에 놓았던 음식을 그 쪽으로 옮겼다. 그런데 연인인 듯한 두 사람이 벌떡 일어나더니 밥을 그대로 두고 나가버렸다. 괜히 우리가 민망했다.

  조금 있으니 우리보다 늦게 온 옆 데이블에 상이 먼저 차려졌다. 가만 보니 서빙 하는 사람들이 우왕좌왕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의아스런 눈길로 서빙 하는 아가씨를 쳐다보고 있는데 이번엔 우리 테이블에 반찬이 나왔다. 3인상이었다. 옆 데이블에 6명이 앉아 있어 3인상,3인상이 가고 우리 테이블에 4인상이 나와야 하는데 옆 테이블에 남은 3명에게 4인상이 나왔다. 그래서 우리가 서빙하는 아가씨에게 옆 테이블을 보면서 그랬다.

“아가씨, 이거 3인상 아니에요?”

자기도 어이가 없는지 그냥 웃었다.

실소를 날리며 밥을 먹으면서 우리끼리 그랬다.

“정말 우리가 일어나서 나가야 되는 거 아니가? 대통밥을 먹어, 말어?”

“그리고 대통밥이 이게 뭐야?  플랙카드엔  그렇게 요란하게 광고해 놓고 설렁하기 이를데 없이 대두 몇 개만 넣어 지어주고.”

무한지대 큐에 나온 밥집이라고 여기저기 요란하게 플랫카드 걸어놨더니 그  프로 나올때만 그렇게 밥을 지었던 모양이다. 씁쓰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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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행 에피소드 하나-문수산장이 귀곡산장?

8월 15.16일 함양.남원, 구례 일대로 여행을 갔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15일이 3일 연휴가 시작되는 날인지라 차가 많이 밀렸다. 어찌나 밀리던지 부산에서 창원 언저리까지 가는 데만도 3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런데다 가는 길에 계획에 없던 구형왕릉 표지판을 보고 거길 들렀다가 가는 바람에 함양 벽송사와 남원 실상사를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백장암에 도착했을 때는 어둑어둑했다.   

 

  아쉬운 대로 어둠에 묻힌 백장암 탑이랑 부도를 보고 729번 도로를 타고 가다 저녁을 먹으러 간 시간이 8시30분쯤. 하룻밤 자기로 예약해 놓은 곳이 지리산을 넘어가야 하는 구례군 토지면에 있는 문수사 밑에 있는 산장이었다. 걱정이 돼서 식당 가기전에 네비를 찍어봤다.  9시 50분정도에 도착하는 것으로 찍힌다.그럼 밥을 먹고 가면 11시? 넘 늦게 지리산을 넘어가긴 그렇긴 한데 우쨌든 점심을 차 안에서 대충 해결했던지라 배가  아주 고팠다. 늦게 도착하더라도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토종 삼계탕을 시켰다.  배도 고프고 시간도  늦고

했으니 빨리 나오는 산채 정식을 먹었으면 되었을 것을 몸 보신(^^)한답시고 토종 삼계탕을 시켰더니 기다려도 기다려도 나오질 않았다.식당 쪽으로 고개를 쭈욱~ 빼고 기웃거리고 있으니옆에서 삼계탕을 드시고 계시던 아저씨게 이랬다.

  "한 시간쯤 기다려야 될걸요.우리도 한 시간 기다려서 먹었는데"

   배도 고프고 갈 길은도 먼데...우째 이런 일이.

 

  우여곡절 끝에 식사를 끝내고 9시도 훨씬 넘은 시간에 뱀사골에서 달궁계곡을 지나 861번 도로를 타고 성삼재를 넘었다. 산 속을 한~~~참을 달리고 달려 재를 넘어오는데 밤이 이슥해서인지 도로 위엔 우리가 탄 외에 지나가는 차량이 별로 없었다. 장난기가 발동했다.

 

  “... 지리산이 예전에 빨치산 근거지였잖아. 빨치산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생긴 건 알제. 그 때 총각들이 그렇게 죽었단다. 그런데다 지리산 산행하다 죽은 총각들도 많단다. 그 혼령들이...”

 

  그러자 공기 너무 좋다고 창문을 활짝 열고 달리던 처자가 재빨리 창문을 올렸다. 그리고 서늘한 침묵이 흘렀다. 그래서 또 장난을 쳤다. 


  “만약에 총각 귀신이 나타나서 우리 차 앞을 딱 가로 막고 나는 뽀뽀도 한 번 못해보고 저승 가긴 너무 억울하다. 이러면서 뽀뽀한번 해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래?” 
  그랬더니 세 처녀가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그 중 한 명이 이런다. 
  “우린 아줌마예요.이러지 뭐.”

  그러자 나머지 2명의 처녀들 “맞다맞다”이러면서 손뼉을 친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아줌마라도 괜찮아요. 이러면 어쩔건데?”

  그러니까 다른 한 처자가 이랬다.

  “그럼 할머니라고 해야하나?”

  암튼 총각 귀신을 물리칠 딱 한 마디를 생각하느라 고심을 하고 있을 때, 착한 처자 하나는 “그냥 소원 들어  주죠 뭐.” 이런다. 

 

  이런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며 남원에서 지리산을 넘어 구례 토지면으로 온 시간이 10시 30분쯤. 예약해 놓 문수 산장에선 우리가 밤이 이슥해도 안오니 바리바리 전화를 했다. 마을들이 이어진 길을 지나 네비 안내 따라 문수 산장이 있다는 문수 계곡 가는 길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산 밑으로 띄엄띄엄 불빛이 보였다. 계곡을 한참 들어갈 때까지. 그런데 어느 순간 울퉁불퉁한 길이 나오더니 산밑 마을에서 보이던 불빛이 안보였다. 그 불빛 중 어느 집이 우리가 잘 집이려니 하고 들어가다 불빛이 끊이니 간담이 서늘해 졌다.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 만이 사방을 둘러쌓다. 그 속을 뚫고 산모퉁이를 도는데  무서움이 슬금슬금 몰려오기 시작했다.


  ‘문수 산장이 있긴 있는 건가? 혹시 귀곡 산장?’

불빛이 안 보이니 이젠 무서움을 넘어 공포감이 엄습하며 오만가지 생각이 일시에 들끓었다. 
  ‘괜히 총각 귀신 이야기를 해 가지고, 진짜 총각 귀신이 나오는 거 아니가? 어쩌구 저쩌구...’ 
  아~~~ 그런데 네비가 거의 다 왔다는 표시를 할 무렵 불빛이 보였다. 귀곡 산장은 아니었다. 휴~

  

(그런데 이 무슨 조환지! 금방 딴 생각이 든다.
   '환타지 한편을 완성할 뻔 했는데 ...^^'
  그런데다 산장에 도착하자 마자 한 처자가 이랬다.
  "언니, 총각 귀신 이야기 마져 해죠." 

  헉~사람 마음은 우째이리 변덕스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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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사



조선통신사가 왔을 때 숙소로 제공하기도 하고 조선과의 외교 실무를 담당하던 관저로도 쓰였다는 사찰이다.10대 도주 쇼 사타쿠니의 부인 니시야마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지금도 이  곳에는 사전에 예약을 하면 숙박을 할 수 있다고 한다.내부에 들어서서 보니 정원이 아담하고 예쁘다.





모모래와 돌로 산수를 표현한다는 일본식 정원 모델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그런데 법당 안으로 들어갈 순 없다. 사전 허락을 얻어야 한다. 만송원처럼 이곳에도 일본인들의 납골묘가 가문별로 정리되어 있다.



오전에 이즈하라 시내를 걸어서 유적지를 돌아보고 대마도 여행을 마쳤다. 올 때 이즈하랑 항에서 배를 탔는데 부산까지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즈하라 항)

(이즈하랑 항 건너편 마을 모습)


(이즈하랑 항 입구에 서 있는 도로표지판.한국인들이 대마도를 많이 찾다보니 한글 겸용 표지판이 군데군데 보인다)

 

돌아와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다닌 곳을 기억해 보니 이즈하라 마을 구경한 것 외엔 제대로 기억나는게 없다. 메모를 제대로 하지 않은데다 가이드따라 우루루 몰려 다니다 보니 내 나름대로 본 게 없어 더 그런 것 같다. 다음에 4명 정도 일행을 맞춰 자유여행으로 자분자분 한번 더 둘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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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8-08-0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세한 여행기 잘 봤습니다. 대마도에 느긋하게 다녀오고 싶어지네요.

다솜 2008-08-04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감사합니다. 마음 맞는 사람과 더불어 느긋하게 쟈유여행을 다녀오면 좋을 것 같은 곳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