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 지 몰라요.’를 읽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 초등학교 다닐 때 여자친구보다 남자 친구랑 어울려 놀길 좋아하던 아이가 있다. 남자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 사소한 감정 싸움을 하지 않기 때문에 훨씬 담백하게 놀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아이가 올해 여중에 입학했다. 이 아이가 졸업한 초등학교에 다녔던 대부분의 여자 아이는 이 학교를 갔고 한 반에서 4,5명 정도의 여자아이들만 남녀 공학인 중학교로 진학을 했다.  

  

그런데 지난 6월 이 아이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학교를 안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여중을 계속 다니느니 자퇴를 하겠다고 했단다. 겨우 설득을 해서 학교에 데려다 주고 와서 나한테 전화를 한 것이었다.

  “샘 말은 잘 들으니까 이야기 좀 해 보셔요.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을 찍어 강퇴하는 경우 외엔 같은 구에 있는 학교로 전학은 안된다고 하네요. 그럼 해운대 쪽으로 전학 시켜야되는데 통학 길이 너무 멀어서 그것도 걱정이네요.”

  수업을 하다가 다른 말 끝에 꼬리를 잡아 넌지시 물어봤다. 2학기부터 자기가 다니는 학교는 쳐다보기도 싫단다. 이유를 들어보니 어른인 내가 생각하기엔 어느 학교 가도 다 겪을 수 있는 사소한 일들 때문이었다. 그래서 “ 그건 어디가도 마찬가지일텐데.네가 가고 싶어하는 00학굔 안 그런 것 같지. 똑같애. 조금 덜하고 더하고의 차이지.” 라고 했다.그래도 여중에서 3년을 견딜 자신이 없다고 했다. 아이들이 말이 너무 거칠고, 사소한 것을 꼬투리로 잡아 순식간에 이상한 아이로 만들곤 하니 견디기 힘들단다.

 

   그러던 중에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 지 몰라요.’라는 책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하이타니 겐지로가 쓴 책으로 ‘친구’,‘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 ‘제비역’ 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모두 자아 정체성 혼란을 겪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이야기들이다. 이 아이에게 ‘제비역’을 읽은 느낌을 물어봤다.  
  “지금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가 제비역이라고 생각하며 견뎌볼까 생각중이에요.”

 

 또래들 보다 수준 높은 책도 무난히 읽어내고, 책을 깊이 있게 읽어내는 지라 ‘제비역’을 읽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역시 제대로 읽었다.

  “오호~ 잘 생각했다. 살다보면 수많은 제비역을 거쳐간다. 네가 정말 거치고 싶지 않은 역도 거치게 될 것이고 오래오래 머무르고 싶은 제비역도 거쳐가게 될 것이다. 지금 네가 다니는 학교도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거쳐가야만 할 제비역이라고 생각해라.”

  지금 2학기, 죽어도 못 다니겠다는 그 학교에 다니고 있다. 여전히 학교에 대한 불만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지만 한 권이 책이 이렇게 아이 마음을 다독일 수도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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