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운조루랑 사도리 석불을 보고 화엄사를 가는 길에 먹음직스럽게 생긴 연잎 대통밥을 광고하는 플랫카드를 봤다. 대통에 인삼 한 뿌리랑 밤, 붉은 대두 몇 개를 넣어 만든 밥도 먹음직스러워 보이고, ‘화엄사 별식, 무한지대 큐 추천 맛집!’이라는 글도 믿음직스러워 점심은 ‘ 이 밥’을 먹기로 결정했다.
화엄사랑 금정암, 구층암 답사를 마치고 우리가 봐 둔 ‘그 집’에 연잎 대통밥을 먹으러 갔다. 두 사람은 먼저 자리를 잡고 4인분 식사를 시키고, 나랑 나머지 한명은 뒤에 조금 늦게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광고 덕분인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들랑날랑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앉자 마자 밥 2개와 반찬이 차려졌다. '생각보다 빨리 나오네' 했는데 서너 테이블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사람 둘이가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우리 상을 쳐다봤다. 눈치 빠른 일행 한 명이 아무래도 저 사람들이 밥이 우리 한테 잘못 온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서빙 하는 아가씨를 불렀다.
“아가씨, 이거 2인상 아니예요? 두부도 2개, 도토리 묵도 2개, 아무래도 2인상 같은데. 그리고 저기 두 사람이 우리 보다 먼저 왔거든요. 저쪽으로 갈 상이 우리한테 온 것 같은데요.”
그랬더니 서빙 하는 아가씨가 부랴부랴 우리 앞에 놓았던 음식을 그 쪽으로 옮겼다. 그런데 연인인 듯한 두 사람이 벌떡 일어나더니 밥을 그대로 두고 나가버렸다. 괜히 우리가 민망했다.
조금 있으니 우리보다 늦게 온 옆 데이블에 상이 먼저 차려졌다. 가만 보니 서빙 하는 사람들이 우왕좌왕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의아스런 눈길로 서빙 하는 아가씨를 쳐다보고 있는데 이번엔 우리 테이블에 반찬이 나왔다. 3인상이었다. 옆 데이블에 6명이 앉아 있어 3인상,3인상이 가고 우리 테이블에 4인상이 나와야 하는데 옆 테이블에 남은 3명에게 4인상이 나왔다. 그래서 우리가 서빙하는 아가씨에게 옆 테이블을 보면서 그랬다.
“아가씨, 이거 3인상 아니에요?”
자기도 어이가 없는지 그냥 웃었다.
실소를 날리며 밥을 먹으면서 우리끼리 그랬다.
“정말 우리가 일어나서 나가야 되는 거 아니가? 대통밥을 먹어, 말어?”
“그리고 대통밥이 이게 뭐야? 플랙카드엔 그렇게 요란하게 광고해 놓고 설렁하기 이를데 없이 대두 몇 개만 넣어 지어주고.”
무한지대 큐에 나온 밥집이라고 여기저기 요란하게 플랫카드 걸어놨더니 그 프로 나올때만 그렇게 밥을 지었던 모양이다. 씁쓰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