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노처녀에 대한 편견
어제 나와는 막역한 사이인 후배 (28. 여) 가 전화를 했다. 그녀가 전화를 건 이유는 요즘 목하 열애중이라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만난지는 이제 한 석달쯤 되어가는데 일이 잘 되려고 그러는지 벌써부터 결혼말이 오간다고 했다. 유달리 결혼을 빨리 하고싶어 했던 그녀는 결혼 주선업체인 듀오에도 가입을 하고 소개팅과 미팅으로 온 주말 스케줄을 꽉 채웠었기에 나는 그녀의 연애질에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건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이런 말을 했다.
'하나 걱정인건 그 사람 누나가 서른이라는 거야. 언니. 생각해봐 서른 먹도록 시집도 안갔으면 얼마나 꼬장꼬장 하겠어? 거기다 그 사람 말로는 누나가 되게 말랐다네. 정말 가지가지 하지 않우? 원래 마른것들이 성격도 나쁘잖아'
나는 올해로 꼭 서른이고 아직 이 나이 먹도록 시집도 가지 않았으며 마른 편에 속한다. 물론 그녀가 나 들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겠지만. 나는 갑자기 세상이 나를 이렇게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을 기다리느라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한 싱글이기에 그러고 있다고 생각을 할 것이고. 잘 먹긴 하지만 좀처럼 살이 붙지 않은 체질의 소유자라고 좋게 생각을 해 주겠지만. 내가 가진 조건들만 나열했을때 과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을 해 줄까? 어쩌면 이 순간에도 나는 누군가의 입에서 시집도 안가고 속만 지지리도 썩이고 거기다 성격이 나빠 마르기까지 한 박씨네 첫째딸로 신나게 씹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엔 좀 이른 시간이긴 하다만은...)
후배는 곧 내 심상찮은 침묵에 '어머. 언니도 서른이죠? 미안해요. 진짜 아무 생각없이 그랬어... 에이 언니는 아니지 내가 잘 아는데..' 하며 나를 위로했지만. 이미 나는 머리속으로 저 위의 문장들을 다 생각하고 난 이후였다. 후배의 말에 기분이 나쁜건 아니지만 뭐랄까 단지 나이 때문에 내가 가진 모든 성향이나 조건들이 최악으로 해석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씁쓸했다.
근데 그러고 보니 나도 과거에 노처녀들에 대해 똑같은 평가를 내렸던것 같다. 고등학교때 유달리 깐깐한 가정 선생님을 두고 저러니 여태 시집을 못갔다는둥. 늙으면 어느정도 살집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 배짝 마른 꼴을 봐라. 그건 다 성질이 더러워서다 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던것 같다. 그리고 그 노쳐녀 여선생의 나이는 불과 지금의 나와 두어살 정도 밖에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
노처녀 혹은 노총각들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이 다 비슷비슷하다. 그들은 결혼을 하지 않은것이 아닌 못한것이며 자신의 선택이 아닌 못할 수 밖에 없는 중대한 결함 내지는 결격사유 때문이라고 평가받는다. 물론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이야 그렇게까지 가혹하게 말을 하지는 않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쉽게 저런 말들을 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그려지는 노처녀 노총각들도 비슷비슷하다. 전부 성질은 뭐같이 더럽고 고집도 쌔다. 마르면 마른대로 성질이 더러워 결혼을 못했고 뚱뚱하면 뚱뚱한대로 외모를 가꾸지도 않고 퍼져 있으니 결혼을 못한거다. 조건이 괜찮으면. 조건이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오죽 사람이 못났으면 결혼을 못했을까 하고, 또 조건이 나쁘면 그런 조건을 가졌으니 결혼을 못한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오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서른이라도 그저 이십대가 아님을 살짝 슬퍼했을 뿐. 저런 편견들에 해당사항 있음의 주인공이 될줄은 몰랐다. 하지만 나라고 뭐 용빼는 재주가 있겠는가. 이제 한살 두살 나이를 더 먹으면 먹을수록 저런 편견들은 굳고 굳어서 돌덩어리 처럼 딱딱해 질 것이다. 어디가서 성질이라도 좀 부릴라치면 시집을 못가서 성질만 더러워졌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고 성격 좋게 헤헤 거리면 저렇게 천하 태평이니 시집을 못갔다는 소리를 들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가 연애를 하는건 참으로 기쁘지만. 그래서 그 남자와 결혼도 하고 알콩달콩 잘 살면 정말로 좋겠지만. 그 시누이 될 여자는 어떨까? 자기가 미래의 동생 와이프로 부터 그런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알까?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에게도 기대거나 짐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을 집안의 우한 내지는 골칫꺼리로 생각한다. 우리 엄마가 올해는 기필코 나를 시집을 보내겠다며 여기저기 선자리를 알아보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딸이 둘 있다면 몇 살이냐고 물을 것이고 그 중 맏이는 나이가 벌써 서른이라는 말을 들을때 사람들은 전부 엄마를 안되었다는 혹은 걱정이 많으시겠다는 눈빛으로 볼 것이다. 사실 나는 결혼을 한 여자 못지않게 엄마에게 걱정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끼치지 않고 살고 있지만 단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 만으로 그 모든것은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계속 결혼을 하지 않으면 과연 얼마나 더 많은 편견 속에서 살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런 편견에 속하지 않기 위해 결혼을 할 수는 없는거 아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세월은 너무 빨리 흐른다. 지금 이런 생각을 딱 스물 일곱 정도에만 했더라도 지금쯤이면 어떤 선택을 하건간에 확고한 내 생각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겠지만. 나는 언제나 청춘이라고 믿었고, 또 언제나 어리기 때문에 결혼 같은건 아주 먼 미래에나 생각해야 하는줄 알았었다. 시간을 딱 몇년 전으로 돌릴수 있다면 나는 결혼에 대해 더 많이 또 더 깊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들어도 끄떡없는 내가 되어 있거나 아니면 결혼해서 유부녀가 되어 있거나 아무튼 확실한 내가 되어있을텐데... 지금의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이다. 하긴 뭐 내 인생은 언제나 이렇게 어중간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음. 게으른건 확실히 자랑이 아니다. 그게 육체건 정신이건 말이다.
알라딘 인기서재 주인장 플라시보님의 글.
내용이 가슴을 후벼파서 퍼왔다.
내 맘대로 좋은 책 빼고는... 남의 페이퍼는 처음 퍼온다..
마땅한 카테고리가 없어서 잡설에 넣었지만 이 글은 절대 잡설이 아니다!
난 서른이라 불리는 스물아홉에 싱글 6년차.
엇그제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오윤아가 친구들에게 저녁때 뭐하냐고 문자를 보내니
다들 남자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야해서 그녀와 있지 못한다고 답을 보낸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겁니 많은 남자들을 만나왔지만 한동안 혼자 보냈던 시간이 있었던
그녀는 혼자 방황하다 김정민을 우연히 만나 외로워 죽겠다고 오열한다.
"야 이것아.
너는 일에 미모에 잘나갔던 과거씩이나 가지고 있지 개뿔도 없는 나는 어째야 하는거냐."
라고 생각했더 나.
이 글을 보고 퍼오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