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두빈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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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없음.
※ 다소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서평을 썼음. 그 시각의 농도는 심히 옅은 편이지만 읽는 이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없기를 기도할 뿐.

 

신을 향한 인간의 천착은 끊임이 없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신에 대한 갈증의 농밀함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 알고, 경험하며, 믿는 수많은 종교의 이면에는 신을 찾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갈망이 담겨있다.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의 종교성은 어쩌면 인류역사의 마지막까지 계속될 것이다.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신과 인간은 언제나 공존한다는 명제에 동의하게 된다. 이를 풀어서 보다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전지전능한 신의 절대성은 시간의 구속을 초월하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언제나 현재의 시간대에서 통합된다. 반면 철저하게 시간에 구속된 인간은 항상 현재로 존재하는 신과는 다른 시간의 성질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즉, 신은 언제나 현재의 시간으로 존재하면서 과거의 인간을 만나고, 현재의 인간을 만나며, 미래의 인간을 만난다. 

  2년 만에 새로운 장편소설을 들고 돌아온 파울로 코엘료는 『포르토벨로의 마녀』를 통해 신의 여성성을 탐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모성의 근원과 그 본질을 탐구하고 싶었고, 이 사회가 왜 신의 여성성을 속박해왔는지 묻고 싶었다, 라고 말하는 작가 코엘료의 고백에서 신을 향한 인간의 목마름, 그리고 신과 공존하고 있는 현재적 인간을 새삼 목도하게 된다.  

  이러한 코엘료 자신의 의지가 철저하게 반영된 듯, 그의 신작 『포로토벨로의 마녀』는 우리가 흔히 인식해왔던 신의 남성성과 배치된 여성성으로서의 신을 조명하고 있다. 권위적이며 공의적이고 규범적이라는 기존의 신에 대한 일반적 통념을 제시하며, 자애롭고 보듬어주며 희생적인 신의 다른 면을 부각하면서 대조한다. 아테나라는 한 여인의 짧은 삶을 통해 그동안 감추는 것이 미덕이었던 여성성에 대한 강렬한 찬사를 발산하고 있다.  

  역사는 남성적 가치를 지향해왔다. 역사적으로 동서를 막론하고 지구상의 모든 종족과 국가는 여성에 인색했다. 여성의 존재감은 아예 없거나, 또는 있거나 말거나, 또는 보다 발전된 공동체에서 남성을 돕는 존재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여성의 존재감은 중세를 넘고, 19세기의 페미니즘 태생의 시기를 넘어, 작금의 21세기에 이르러서는 남녀평등이 당연한 인류 보편의 가치로 인식될 정도로 진보했다. 코엘료는 마치 지난 수 천 년 동안의 여성의 빈곤했던 존재감을 보상해줘야 한다는 강렬한 의지를 피력하듯, 인간 여성에 대한 찬가는 물론, 남성에게 독점된 잃어버린 신의 정체성의 반쪽까지 건드리고 있다.  

  포르토벨로의 마녀인 아테나의 삶은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진다. 춤을 추고 글을 쓰며 자신의 공백을 확인하면서 그것을 채워가는 그녀의 행동은 기묘하지만 다분히 철학적이다. 소설의 중반부 이후 마녀로서의 본격적인 아테나의 신성이 발휘된다. 아테나의 인성과 아야소피아라는 신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그녀는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며 제자를 만들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기존 종교(기독교)의 전통과 규범에 얽매이지 말 것을 주장하며 극도의 이단성을 발산하는 아테나의 행동은 사람들로 하여금 환호와 분노를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기존의 것,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것, 진리라 여겼던 것에 대한 아테나의 도전은 자신의 수제자 앤드리아에게 그 역할을 넘기며 죽음으로 마무리 되는 것으로 소설 안에서 일단락된다. 

  소설의 막장을 덮은 후,  코엘료가 소설의 창작 목적으로 언급했던 '신의 여성성 탐구'라는 외연적 동기는 <사랑>이라는 보다 본질적인 내포적 목적을 수식하기 위한 장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렇다. 『포르토벨로의 마녀』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여성이 갖는 가장 강력한 힘의 표준어인 <어머니>라는 단어는 <여성으로서의 신>과 동의어로 소설속에서 계속해서 등장한다. 어머니의 자비로움과 편안함이라는 모성적 사랑을 신의 성품에 반영하여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난 또다시 생각했다. 어쩌면 파울로 코엘료는 신의 여성성을 탐구한 것이 아닌, 사랑과 자비라는 있는 그대로의 신성 그 자체를 탐구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남성과 여성, 암컷과 수컷의 개념은 그것을 창조하고 구분한 절대자에게는 구속할 수 없는 개념이다. 신의 신성, 즉 신적인 성품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로 구분되거나 특징 지을 수 없다는 얘기다. 방향이 바뀐 것이다. 거꾸로 신의 성품이 남성과 여성으로 존재하는 인간에 녹아든 것이며, 그것은 철저하게 일방통행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신의 의지며 주권이다. 신이 존재한다는 것, 신이 전지전능하다는 것, 그리고 신이 선(善)하다는 것까지를 인정하게 되면, 자신의 형상을 인간에게 집어 넣은 당신의 작업에 겸허하게 되는 동시에 신성을 남성성이냐 여성성이냐 하는 등의 기준으로 들이대지 못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신성은 차원을 논할 수 없는 절대적 상위개념이며, 남성과 여성은 신 안에 구속된 종속적 하위개념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된 방향성을 확인하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파울로 코엘료의 하나님 탐구와 사랑에 대한 천착은 매우 감미롭고, 충분히 아름다우며, 결코 가볍지 않다. 다시각적 인터뷰 형식과 극적 반전이라는 기계장치를 통해 가슴 두근거림과 긴장감을 제공하며, 어렵지 않으면서 충분한 무게를 함의한 문장을 통해 신과 사랑을 탐구한 파울로 코엘료의 기술에 나는 심히 매료되었다. 쏟아지는 아포리즘의 홍수속에서 하나님과 사랑과 여성과 나 자신을 동시에 사유(思惟)할 수 있도록 한 코엘료의 언어 연금술을 상찬하며 별 다섯 개를 흔쾌히 던진다.
 

오늘날의 사회는 "모든 것은 설명 가능하다"는 오해에 사로잡혀 있다. 사회는 우리가 세상에, 또 우리 자신에게 완벽하게 투명할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그 속엔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손에 잡을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어떤 공백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신비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p. 398,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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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나카무라 코우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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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력서>라는 양식은 전혀 낯설지 않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직을 준비하면서 대략 백여 통에 가까운 이력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기본 프로파일은 물론이요, 학력과 경력과 자격 등의 내 자신의 현주소를 최대한 그럴듯하게 수없이 써내려갔던 당시 취업준비자의 마음가짐은 과히 대단한 열정과 비전으로 가득 차 있던 것이었음을 회고한다. 

  나카무라 코우의 '새로운 시작 3부작'의 첫 번째 시리즈 『이력서』는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력서의 통념과는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소설 속 주인공인 한자와 료는 취직을 하기 위한 통과의례절차에 불과한 이력서와는 전혀 다른,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며 기념하는 새로운 이력서를 창조한다. 누나의 친구를 만나는 것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심야에 체조를 하며 우연찮게 만난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료는 자신만의 이력서를 채워가고 있다. 

  인간은 꽤 오랜 시간을 산다. 인간의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80년의 인생을 살아간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면 긴 시간이기도 하다. 80년이라는 거대한 인생의 항해 앞에 불과 하루라는 시간의 길이는 초라해 보일 따름이다. 나무가 모여 숲이 이뤄지듯이, 우리의 하루하루 일상이 모여 우리의 인생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단지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일 분이라도, 그 시간은 매우 소중하며 낭비할 이유가 없음은 물론이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대한 조악한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에 대한 존재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망각하고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다. 비록 작고, 짧고, 일상적인 것이지만 그것이 우리 인생의 편린들로 소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겸허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갈 때에 우리의 삶은 더욱 행복하고 리드미컬해 질 것이다. 

  작은 시간의 흐름이나 사건 하나도 내가 이룬 <이력>임을 자각하며 나만의 이력서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력서』는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이력이 발생하고 또 하루가 지나게 되면 새로운 이력이 발생하는, 그런 소소한 이력의 편린들이 우리네 인생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잔잔하게 얘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비록 리듬감이 없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진 않지만, 쉽고 편안하고 잔잔한 문체로 인생의 부분적 시간들에 대한 새로운 시작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반갑진 않지만 나쁘진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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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100호점의 숨겨진 비밀 - 대한민국 1등 브랜드
마케팅컨설턴트 맹명관 엮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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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2일은 세계 유통역사를 다시 쓸 날로 기억될 것이다. 전 세계 10여개국, 4,400개의 점포, 190만명의 임직원, 3,450억 달러의 매출액을 자랑하는 세계 초일류 공룡기업 월마트가 한국시장에서 두 손 들고 철수를 선언한 날이기 때문이다. 거대자본과 뛰어난 경영감각으로 가는 곳곳마다 승승장구를 일궜던 월마트의 한국시장 철수는 <이마트>라는 작지만 거대한 존재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외연적인 상황과 더불어 이를 목도하는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심어준 것과 유통시장의 현지화에 있어서 핵심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내포적 의미에 이르기까지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인공위성을 띄워 전 세계 농작물의 분포를 포함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관리 시스템으로 유명한 유통업계의 골리앗 월마트의 한국 철수는 할인점 마케팅 업무를 보고 있는 내게 꽤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까르푸와 비앤큐코리아 등의 외국계 할인점의 철수 건은 차치하더라도 설마 월마트까지 철수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마트, 롯데마트의 토종할인점과 약진을 하고 있는 외국계 테스코와의 경쟁에서 상당한 뒤쳐짐이 오랜 기간동안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월마트 본사에서도 고심이 많았던 것 만큼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관리방법에 변화를 주거나 대대적인 개혁의 바람을 불러 일으켜 한국시장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의심치 않았기에 월마트 철수에 대한 충격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세계 초일류 골리앗 유통업체 월마트의 아성을 무너뜨린 토종 국산 유통업체 이마트는 도대체 어떤 기업일까? 어떤 무기와 강점을 지니고 있기에 골리앗 월마트를 불과 10년 만에 한국시장에서 내쫓을 수 있었던 것일까?  

  마케팅컨설턴트 맹명관 씨의 『이마트 100호점의 숨겨진 비밀』은 다윗 이마트가 골리앗 월마트를 이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생동감 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월마트의 세계적 성공의 현주소와 한국적 실패의 현주소를 분석하여 월마트코리아의 한국경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한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인들의 기호와 소비문화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전통적인 할인점 경향에 변화를 꾀한 이마트의 성공원인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알려주고 있다. 더욱이 당시 이마트 성공의 주역인 임원들과 이마트 우수 협력업체 CEO들의 인터뷰를 포함하고 있어 현재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이마트의 생동감 있는 현주소를 조명하고 있다. 

  이마트의 성공요인을 몇 가지 핵심적인 사안으로 추리면, 철저한 고객중심주의 경영, 한국인 기호에 맞는 매장 레이아웃, 선도적 물류 시스템의 도입, 신선식품의 매장화 구축, 잘 다듬어진 윤리 경영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미 야채, 과일, 채소, 고기 등의 신선식품은 이마트의 생명이 되어 있다. 또한 타경쟁사의 진열집기가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게 높게 설계되어 잇는 데 비해, 이마트는 주 고객 층인 주부들의 눈높이 이내로 설계하여 편한 쇼핑이 가능하다. 넓은 고객 동선과 과학적이며 지역적인 선도적 물류 시스템의 도입 또한 지금의 이마트를 만든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마트 협력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내게 이마트라는 한 유통기업의 존재감은 언제나 동경과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어왔음을 고백한다.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테스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이마트>의 대내외적 지표의 인과관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리라. 개인적으로 이마트가 갖는 특강점 중 '윤리 경영'이라는 것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말 그대로 윤리적으로 경영을 한다는 것인데, 이마트 지점 발주담당자와의 상담과 교류를 통해 이마트 직원들이 얼마나 깨끗하며 도덕적인지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거래처 직원과의 식사, 제품의 반품 건, 로스(loss) 지원 여부 등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몸에 벤 윤리성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찬란한 상도의라 상찬해도 인색할 것이 없다고 하겠다. 생각해보라. 거래처 직원과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도 자신의 분량을 위해 묵묵히 100원 짜리 동전 두개를 자판기에 집어 넣는 고집있는 이마트 직원들의 모습을. 

  물론 이마트가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00여개가 넘는 매장으로 독과점적 위치에 있다는 여론이 많고, 무엇보다 할인점의 포화로 인하여 재래시장의 타격이 녹록지 않음에 따라 긍정적인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이마트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과 사회 환원 제도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고심과 노력의 흔적일 것이다.  

  이제 더이상 이마트는 할인점이 아니다. 이마트는 한국인의 놀이요, 문화며, 삶이자, 친구이다. 어린 아이들이 이마트 매장에서 뒹굴며 공을 차고 숨바꼭질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객을 편안하게 하는, 다시 말해서 고객이 있고 싶게끔 만드는 이마트만의 매력은 경쟁사로 하여금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할인점이 더이상 물건만을 사고 파는 공간이 아닌, 먹고 놀고 나누며 공감하는 곳으로의 진보를 꾀하고 있는 작금의 변화를 목도하면서 앞으로도 이마트의 계속된 변화를 지지한다. 그 변화의 바람을 통해 중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글로벌 초일류 유통기업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1993년 1호점 창동점을 시작으로 할인점의 선도기업으로 유통시장을 이끌어 온 이마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성은 물론, 사업 초반의 국내 킴스클럽과 1996년 유통개방 이후 월마트, 까르푸의 외국 유통업계와의 전쟁을 불사르는 경쟁, 그리고 이마트의 외부적, 내부적 경쟁력에 이르기까지 한 기업의 성공신화를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며 현재적인 내용으로 정리한 『이마트 100호점의 숨겨진 비밀』을 할인점으로 대변되는 신유통시장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거나 경영&경제에 관심이 있는 수많은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에게 강추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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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기술
레일 라운즈 지음, 임정재 옮김 / 토네이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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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기라는 흥미있는 게임이 있다. 2,200년 전 한나라와 초나라의 전쟁을 자그만 나무판 위에 고스란히 올려놓은 게임으로서, 오랜 기간동안 많은 동양인들에게 흥미와 즐거움을 주고 있다. 장기판의 배경이 되는 초한전쟁은 결국에는 한나라의 승리로 종결된다. 사실 초나라의 수장인 항우와 한나라의 수장인 유방의 개인적 배경을 비교하면 전자의 압도적인 우위로 정리된다. 대대로 장군직을 지낸 명문 귀족 출신인 항우와, 이름없는 백정출신인 유방은 시작시점부터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숙부 항량과 함께 강동(양자강 하류)에서 거병, 양치기를 하던 초의 왕족 심을 회왕으로 추대하면서 반군의 중심세력으로 떠오른 항우와 일개의 녹록한 유격대장으로 반군에 가담한 유방과의 시작점은 천양지차라 할 만큼 확연히 구별된다. 하지만 종국의 승자는 유방이었다. 이에 대한 여러가지 이유와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넓은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관찰하면, 유방과 항우의 <사람>을 얻는 기술에서의 현격한 수준차이의 인과관계였음이 확인된다. 

  유방은 거의 모든 면에서 항우에게 뒤졌지만, 사람을 얻고 다루는 기술, 단 하나의 장점만을 갖고 항우를 이길 수 있었다. 유방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유방의 친화력은 주변에 훌륭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동기가 되었고, 능력과 직분에 따라 인재를 등용하고 신뢰함에 따라 힘있는 조직을 만들 수 있었다. 천하의 대세에 대한 일은 장량의 말을 전적으로 신임하였고, 군사는 모두 한신에게 위임하였으며, 내정은 모조리 소하에게 맡겨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정하여 그 힘을 다하게 하였다. 인사에 있어서 형편없던 항우와의 상이한 유방의 용인술은 그의 많은 단점을 커버하면서 최후의 승자가 되어 종국에 한제국을 건국하는 동기가 되었다. 사람을 얻고 다루는 기술. 그 차이 하나만으로 천하의 승패가 갈라졌던 것이다. 

  레일 라운즈의 『사람을 얻는 기술』은 바로 이러한 사람을 얻는 기술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책이다. 총 82가지의 기술을 강렬한 목소리로 피력한다. 언어, 배려, 경청, 칭찬, 미소, 진심 등의 수많은 대인관계의 기술적 요소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겪은 경험담과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관찰된 도전담들을 정갈하고 자신감 있는 문체로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이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다소 다른 느낌을 주는 것는 보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데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의 기술을 설명하면서 무려 9가지의 소제목으로 다양하게 얘기하고 있다. 칭찬의 다양성과 타이밍, 분위기와 미소, 받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저자 자신이 겪은 경험과 관찰을 자원으로 한 도전적 글귀들을 들려준다. 
☞ 그가 자신을 칭찬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그를 칭찬한다고 말하는 것은 세상에 그 어떤 칭찬보다도 조에게 충격을 주는 것이다.   (p. 193) 

  언어의 사용 또한 매우 중요한 인간관계의 기술 중 하나다. 저자가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어서인지 상대를 배려하는 것, 특히 상대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언어생활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신중치 못한 말의 사용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적으로 돌아서는가. 사람을 소재로 한 농담이 순간적인 싸구려 웃음을 가져다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한 사람을 영원한 적으로 만드는 길이며, 인간관계에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은 절대로 상대방을 폄하하지 않는다는 인과성을 생각할 때 언어사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닌 너를 세워주고, 배려하며, 감싸주는 언어야말로 너를 얻는 기술의 절대적 전제조건임을 다시한번 되새긴다.
☞ 어떤 경우에도 다른 사람의 실수를 빗대어 농담하지 마라. 그리고 상대의 약점을 빗대어 장난하듯 말하지 마라. 당신은 전혀 악의가 없었다고 강변할지 몰라도, 악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오직 당신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p. 126) 

  언제나 자기계발서를 읽은 후에 동일하게 남는 부담스런 생각의 찌꺼기가 있다. 과연 내가 이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책에서 얻은 지혜와 교훈에 동의하는 것과 정작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의 불일치가 불편하기만 하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독서가들의 비행동화를 감안했는지, 에필로그에 매우 중요한 메세지를 던져주고 있다. 사람을 얻는다는 건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완성된다는 것이다. 반복해서 행동하면 습관이 되고, 습관에 힘입어 성격이 만들어지며, 성격이 바로 운명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운명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깔끔한 메세지로 책의 막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가정이나 회사나 국가, 그 어떤 공동체라 할지라도 세상 모든 가치는 결국 사람이 창출한다. 사람이 시작이며, 사람이 끝이고, 사람이 전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그리고 얼마나 좋은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결과가 바로 성공의 길이자, 세상을 얻을 수 있는 힘이다. 대인관계에 두려움이 많은 이들이나 인간관계의 개혁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레일 라운즈의 『사람을 얻는 기술』을 살포시 추천하는 바이다. 
 

☞ 무릇 상대를 사로잡는 첫인상은, 상대에게 나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상대에게 내가 얼마나 편안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p. 37) 

☞ 당신이 구사하는 화려한 수사에 현혹되어 당신에게 열광하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당신의 사람이 될 수 없다. 당신의 보이지 않는 배려, 그것을 당신의 매력이라고 여기는 사람만이 당신의 사람이 된다.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는 것, 나아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끔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큰 애정과 신뢰를 만든다.   (p. 52) 

☞ 모임에서 특별한 만남을 원한다면, 당신을 선택한 사람이 아니라 당신이 선택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라.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거나 좋은 지식을 내보이지 못해 안달할 필요 없다. 중요한 건 당신이 선택한 사람이 아름답다는 확신, 그리고 그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자신감이다.   (p.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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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가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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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며칠 전, 네이버 독서카페 '책좋사'의 정기모임이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라는 카페이름을 대변하듯 정말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회원들 모두 가지각색의 취향과 기준으로 책과 작가를 관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토록 다양한 독서철학을 가진 이들의 모임인 '책좋사'에 침투한지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났고, 내 독서의 성격도 상당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본래 인문학도서나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 등의 비문학도서에 집중되어 있던 독서경향이 문학이라는 깊이있는 우주의 세계를 만나 예전과는 다른 여행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목도한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홀리 가든』을 읽은 것은 이러한 내 자신의 독서의 현재위치를 명확하게 입증한다. 마지막장을 덮은 후 생각했다. 내가 이런 소설까지 읽을 줄이야, 라고.. 

  굉장히 일상적이다. 두 여인의 연애담을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소소한 일상 안에서 뛰어나게 섬세한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여분의 것, 하찮은 것,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그런 것들로만 구성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고백은 13년 전에 출간된 『홀리 가든』의 존재감을 정갈하게 정의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여분의 것, 하찮은 것,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을 함께 나누며 성장한 가호와 시즈에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두 여인의 한 남자에 대한 각각의 사랑은 과거와 현재라는 각기 다른 시간대에 구속되어 있다는 상이함이 있으나, 현재적 시간대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박수받을 수 없는 어두운 사랑이라는 점에서 동질성을 갖는다. 가호의 사랑은 5년 전 헤어진 스쿠이라는 존재에 철저히 구속되어 있을 만큼 과거적이다. 이에 비해 시즈에의 사랑은 비록 멀리 떨어져있지만 매일같이 보고 싶을 정도로 강렬하게 현재적인 사랑에 묶여있다. 하지만 가호의 사랑이 이미 종결된 5년 전의 실연의 그리움이라는 면에서, 그리고 시즈에의 사랑이 아내와 아이가 있는 유부남과의 불륜이라는 면에서 위험한 사랑이라는 동질성을 갖는다. 

  이러한 두 친구의 사랑의 동질성은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의 끈을 형성한다. 아주 작은 것을 서로 공유할 만큼 친한 사이지만, 어떨 때는 부러움을 느끼고, 질투심을 갖기도 하며, 미묘한 긴장과 견제의 심리가 은근하게 발동된다. 하지만 이러한 미묘한 긴장감은 두 여인의 웅숭깊은 우정의 특질을 역설적으로 수식하는 장치에 불과할 뿐, 종국에는 서로의 믿음의 승리로 귀결된다.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방향을 보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라는 멋진 말이 있다. 사랑을 그저 마주보는 차원에 국한시키는 연인들이 많다. 사랑이 한 인간에 구속된 개념이 아니라 우주를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절대적 선한 가치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만 마주보는 것은 둘 이외의 다른 객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이는 수많은 환경의 어려움 가운데 사랑을 포기하게 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같은 방향을 보며 나아가는 사랑은 사랑의 주체인 둘 이외에도 다른 우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그들 자신이 그 우주 안에 오롯이 속해있음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충분히 안정적이고, 크고, 깊이 있는 사랑이 가능하며, 많은 사랑의 주체들이 후자의 사랑의 정의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가호의 사랑은 지극히 과거에 얽매여있어 자신의 현재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며, 시즈에의 사랑은 서로 마주보기만 하는 불륜이라는 점에서 씁쓸하다. 오히려 묵묵히 바라보며 인내하는 가호에 대한 나카노의 사랑의 방향이 인상적이다. 가호의 과거를 알면서도, 더욱이 이뤄지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한방향을 추구하는 나카노의 친절하고 소박한 사랑이 왠지 굵고 깊게 느껴진다. 

  소외된 사랑의 예를 두 친구의 과거와 현재의 삶에 섬세한 필치로 그려넣은 에쿠니 가오리의 『홀리 가든』은 분명 내게 익숙하지 않은 소설이다.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은 충분히 흥분되는 법. 보다 다양한 독서의 세계를 위한 내 자신의 넓이를 넓힐 것인가, 아님 내 머리와 가슴이 원하는 독서만을 찾을 것인가, 에 대한 외로운 토론의 물결은 당분간 내 머리속에서 일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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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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