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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깨닫는 것 중 하나는 남자와 여자의 명확한 상이함이다. 동일한 종족이면서도 남자와 여자는 많은 차이를 가진다. 이러한 차이는 종국 두 성별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왜 수많은 연인들이 이별을 하는가. 왜 그리도 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하는가. 이는 너무 다른 두 성별의 특질에 기인한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의 크기에 따라 두 존재의 친밀감의 완성도는 결정된다. 상대의 호르몬 분비와 사고思考의 기작이 나와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최대한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을 통해 행복한 이성애는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론과 실천 사이에는 항상 괴리가 따르는 법. 더욱이 남녀의 사랑만큼 그 괴리감이 농밀한 곳은 없다. 어렵고 어렵도다. 남자에게는 여자가, 여자에게는 남자가 말이다.
남녀의 차이에 대한 도서들은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출간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있다. 이 책은 출간된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꾸준히 읽혀지고 있는 남녀관계의 바이블이다. 그 외 수많은 저서들이 남녀의 태생적 차이와 이를 증거로 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조언들을 증거해왔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도 이러한 책더미에 한 권을 더 보태고 있는 책이다. 단 남녀간의 차이를 넘어 남자와 관련된 문화 전반에 걸친 심리학적 고찰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존재성은 특별하다.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충격적인 제목은 저자의 논지를 유도하기 위한 익살스런 센스로 풀이된다. 저자는 결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지 않는다. 말이 그렇다는 얘기다.
이 책은 심리학을 다룬 책답지 않게 매우 재미있게 읽힌다. 남성이 태생적으로 갖는 특성들을 문화심리학의 관점에서 고찰한다. 무엇보다 매우 쉽고 유연하게 풀어쓴 점이 돋보인다. 또한 저자 특유의 유려하고 코믹한 문체도 독자로부터 재미있게 읽히는 데 한몫 한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다양한 실례, 적절한 인용과 알기 쉬운 설명 등은 인문학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을 타파하는 이 책의 강점들이다.
문화와 사회 전반에 걸친 풍성한 내용들로 인문학 서적의 범주를 넘는 확장성을 지닌 점도 이 책이 주는 풍성함이다. 남녀의 심리학적 차이에서부터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까지 솔깃한 얘기거리들이 풍성하다. 연애법과 결혼생활의 조언도 담고 있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남자로서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외로운 의무에 대해 재미와 행복의 의미를 불어넣고 있다.
저자가 전하는 논지의 핵심은 간명하다. 바로 '행복'이다. 저자는 우리사회의 행복의 요원遙遠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는다. 경제나 사회구조의 문제로 말하지 않는다. 보다 본질의 문제를 지적한다.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의 본질은 바로 '재미없게 사는 남자들'에 있다고 진단한다. 세계의 모든 문화와 관습은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이다. 우리사회가 재미없고 행복하지 못한 이유의 문화심리학적 해석의 키워드로서 바로 불행한 남자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저자의 진단과 해석 위에 쓰여진 '남성 행복론'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이 많이 팔려 자신의 소원인 캠핑카를 하루속히 장만하고 싶다고 토로한다. 이 토로에는 저자의 인생철학이 잘 묻어있다. 그것은 바로 재미있는 삶이다. 매사가 재미로 점철될 수는 없다. 하지만 죽지 못해 사는 것보다는 사는 게 재미있어 살아가는 게 훨씬 나은 인생이 아닌가.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재미있게 살아야 하지 않는가.
재미없게 사는 것만큼 불행한 삶은 없다. 재미는 신이 인간에게 선사한 가장 위대한 축복 중 하나이다. 일과 사랑, 관심과 취미, 삶과 신앙 등 인간이 행하는 모든 영역에서 재미는 행복을 증명하는 보증수표다. 우리의 삶이, 아니 이 땅의 남자들의 삶이 왜, 어떻게, 재미없고 희망없이 흘러왔는지 우리는 깊이 반추해야만 한다. 경제나 사회의 문제로 환원할 일이 아니다. 보다 본질의 접근이 있어야 한다. 존재론적 탐구가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의 긴요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재미'있는 삶을 위하여 남자의 '재미'에 대해 매우 '재미'있는 문체로 탐구한 이 한 권의 '재미'있는 책을 '재미'를 갈구하는 이 땅의 수많은 남성들에게 일독 추천하는 바이다. 참 '재미'있는 인문학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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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av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