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네이버후드 어워드 시상식에 다녀왔다. 책리뷰 부문 WINNER의 자격으로 참석했다. 생각보다 꽤 큰 규모의 시상식이었다. 네이버의 위력을 실감했다. 큰 규모의 시상식장, 아이팟 터치를 비롯한 각종 상품과 기념품들, 적잖은 수상금액, 사회자 서경석을 위시한 각 파트별 심사위원들의 참석 등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규모'였다. 물론 중요한 것은 양보단 질이다. 나는 금번 네이버후드 어워드를 참석하며 느낀 두 가지 질적인 부분과 그에 파생된 개인적 소망을 논지한다.
먼저 네이버후드 어워드는 탈권위적이었다. 모든 시상식에는 '권위'가 전제하기 마련이다. 권위있는 상을, 권위있는 수상자에게, 권위있게 수상하는 게 모든 시상식의 특질이며 희망이기도 하다. 모든 아마추어 리뷰어들이 꿈꾸는 상이자 대한민국 최대 포털에서 수상하는 상이라는 점에서 네이버후드 자체의 권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반면 수상자들이 권위있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수많은 네티즌들의 투표와 심사위원의 엄격한 심사에 의해 선정했다는 네이버측의 공지만 있었을 뿐 그것이 얼마나 공정하고 납득할 수 있는가를 받아들이는 경중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정작 중요한 건 시상식 내용의 권위에 관한 것인데, 시상식 내내 탈권위를 지향한 진행 내용에 내 얼굴은 미소를 지었고 마음은 편안했다.
21세기는 소위 탈권위의 시대다. 각 계의 모든 분야에서 권위주의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이제 더이상 '권위'와 '무게감'이 유사한 느낌으로 인식되던 시기는 끝났다. 예컨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라. 사회자는 유머로 일관하며 수상자는 온갖 개성을 뽐낸다. 작은 규모의 상에도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고 소소한 이벤트에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린다. 아카데미 영상 그 어느곳에도 권위는 찾아볼 수 없다. 오직 평온하고 유머러스한 인간미만 존재할 뿐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현재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 작금의 시대 흐름은 권위 타파로 자유의 무한대로 간다를 지향한다. 시상식의 준비와 내용을 통해 네이버후드가 전해준 정서적 평온함은 대한민국 최대 포털사이트의 존재감을 방증한다. 편안한 인상의 코미디언 서경석의 재치있는 사회는 이를 뒷받침했고 본래 일정을 다소 빗나갔음에도 시기적절하게 유연성을 발휘한 스텝들의 운영력에서 기분 좋은 시간의 초과만이 허락되었을 뿐이다.
또한 네이버후드 어워드는 열린 공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수상자는 물론 최종후보자, 기수상자, 동반인들까지 넓은 홀을 꽉 채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서 자리를 빛냈다. 만약 수상과 관계된 사람만이 자리를 채웠다면 네이버후드는 그저 그런 밋밋한 이벤트에 불과했을 것이다. EL타워는 지성만 있고 사랑과 인류애는 결락된 건조한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네이버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동반인이라는 명분으로 자리를 함께 할 수 있게 한 네이버의 배려는 블로거와 비블로거와의 간극을 좁혔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경직성을 순화시켰다.
다양성은 좋은 것이다. 공공의 이익과 평화를 침해하지 않는 이상 다양성은 절대선이다.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는 문화에서 다양성은 만개하며 '창조'는 범람한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단지 온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오프라인과 구별짓는 행태는 무의미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구별되면서도 동일하다. 둘 다 창조와 운영의 주체가 인간이라는 점에서 교집합을 가진다. 네이버후드 어워드가 위대했던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 그리고 그 둘의 본질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현장 그 자리에서 생생히 느끼게 했다는 점이다. 시상식에 어머니와 함께 자리를 했다. 그곳에서 온라인 '다윗'과 오프라인 '어머니'는 동일한 인간으로 함께 존재했다. 열린 공간 네이버후드 어워드는 곧 '인간'이었다.
네이버후드 어워드를 통해 얻은 두 가지 좋은 느낌은 곧바로 네이버의 역할론으로 치환된다. 한국을 IT 강국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하드웨어 코드로만 IT 한국을 읽었을 때다. 한반도 지하를 관통하며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광랜과 인공위성으로 전파를 조달받는 인터넷 무선 서비스는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인프라 수준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반면 콘텐츠는 매우 빈약하다. 100메가 광랜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1인칭-3인칭의 '정보'가 아니라 1인칭-2인칭의 '교류'다. 미국을 보라. 개인 블로그나 홈페이지라도 콘텐츠가 매우 깊고 풍부하다. 지식과 정보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그들에게 블로그는 도서관의 다른 이름이다.
인터넷 예절 또한 한국의 수준은 심각할 정도로 저질이다. 생각없이 쓴 네티즌들의 덧글에 상처받은 일류 여배우는 종내 목숨을 끊었다. 익명성의 모순을 이용해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책임지지 못할 독문장을 뿜어내며 인터넷 사디스트가 된다. 사실의 호도, 욕설과 비방의 난무, 글쓰기 수준의 저급성, 공인의 민감한 대응 등 KTX의 속도가 퍼나르는 것은 인간과 정보가 아닌 다량의 쓰레기뿐이다. 심각한 현실이다.
네트워크 소프트웨어의 빈곤과 인터넷 예절 문화의 저급성이라는 현실 앞에 초거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역할과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네이버는 분명 일위一位다. 현재 네이버의 아성을 무너뜨릴 포털은 없다. 2위 다음과의 격차는 아직도 산너머 산이다. 당분간 네이버의 헤게모니는 굳건할 것 같다. 중요한 건 '일위一位'와 '일류一流'는 다르다는 점이다. 네이버가 일위를 넘어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작금의 한국 인터넷 콘텐츠와 예절 문화가 갖고 있는 가난함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질 좋은 콘텐츠 생성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고 매너있는 온라인 문화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 상업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하는 기업이야말로 일류가 되는 전제조건임은 100년의 자본주의사는 잘 보여준다.
3년째 지속되고 있는 네이버후드 어워드는 바로 이러한 의지를 담은 NHN의 열정일 것이다. 네이버후드가 지속되길 바란다. 매년 양질의 우수한 콘텐츠를 창조하는 훌륭한 블로거들을 많이 발견하여 소개해주길 기대한다. 이땅의 수많은 블로거들이 지식 탐구와 정보 전달을 위해 무던히 수고하고 있으며, 그들의 노력이 모여 한국의 인터넷 콘텐츠가 거대한 도서관으로 변혁되리라는 믿음과 희망을 전달해주길 바란다. 네이버후드 어워드가 열 번째 정도 열리는 즈음에는 우리의 인터넷 문화가 몇 단계 차원 상승을 이룰수 있지 않을까. 그 강력한 기대감 앞에 내 열정 또한 담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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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av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