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창비, 2008  

  2008년도 올해의 책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선정했다. 고민하지 않았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작가 신경숙은 이 소설을 작정하고 썼다. 자신의 모든 문학적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나는 이 소설 안에서 『깊은 슬픔』을 읽었고, 『외딴방』을 읽었으며, 『리진』을 읽었다. 이 소설이 자식들의 원죄에 대한 이야기라는 단선적 평을 거부한다. 단언컨대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라는 존재로 대변되는 인류 유일무이한 아가페적 사랑에 대한 찬연한 오마주다.

  신경숙의 모든 문학적 연대기가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합일되고 집대성되었다. 더이상 수식이 필요없는 올해 최고의 책이다. 강추한다! 

 
 

  

 

 

2.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열림원, 2007

  할레드 호세이니 만큼 소설을 소설답게 쓰는 작가는 드물다. 문학적 감동을 위해 활자는 굳이 난해할 필요가 없고 무거울 필요 또한 없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여성성의 위대한 아가페적 가치를 찬탄한 서사라면 이 소설은 두 남자의 우정과 의리를 그린 서사다. 혹자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여성들이 읽어야 할 소설로, 『연을 쫓는 아이』를 남성들이 읽어야 할 소설로 가름하곤 한다. 하지만 굳이 읽을 대상을 나눠 구분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두 권 모두 세상 모든 아들딸들이 읽기에 부족함이 없는 텍스트라는 점이다.

  훗날 내 아이가 태어난다면 이 소설 만큼은 반드시 읽히게 하고 싶다. 좋은 책은 아무리 곱씹어도 질리지 않고, 활자는 천 년의 시간이 흘러도 불변한다. 그럼으로써 시대와 세월을 초월하여 인간의 삶과 가치관에 주관적 언론을 선사한다. 그게 문자문화의 위대함이며, 문학의 힘이다.

 

3.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경향신문특별취재팀, 후마니타스, 2008 

  칼 마르크스는 지식인의 의무로 세계의 반영과 해석이 아닌 세계의 변혁을 주문했다. 장 폴 사르트르는 지식인은 시대의 모든 갈등과 분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지식인이 바뀌어야 세계가 변화한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에서 혼신의 힘을 기울여 작성한 이 대한민국 지식인 보고서는 한국 지식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잘 담아냈다. 서구 선진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지식인 도형을 가진 한국 지식사회의 단면을 파헤침으로써 과거의 굴곡진 역사와 오류로 점철된 한국사회의 현재상을 궁구한다.

  새로운 시대다. 민주화는 이미 달성됐다. 다른 의미와 가치를 향해 나아갈 때다. 과연 지식인, 그들은 어디에 서 있나. 급변하는 시대에서 20세기와 21세기의 변화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4. 개밥바라기별, 황석영, 문학동네, 2008

  작가 황석영은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그의 텍스트에는 작가로서의 기백과 문학적 역량, 공감할 만한 주제와 작가 의식이 웅숭깊게 배어 있다. 데리다의 말처럼 텍스트 바깥은 없다. 황석영 자체가 텍스트며 문학이다.

  『개밥바라기별』은 황석영의 문학적 연대기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그가 출감 이후 쏟아낸 작품들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다. 오래된 정원』, 『심청』, 『손님』, 『바리데기』는 모두 한반도의 문제를 세계의 무대로 이슈화시키며 고민한 작품들이다. 개인보다 사회를 고민하며 궁구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개인 황석영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 황석영의 문학적 공간은 배로 넓어졌으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노벨문학상은 한국에 언제 돌아오려나. 개인적으로 고은 시인보다 황석영을 노벨문학상에 더 근접한 작가로 꼽는다.

 

5. 붉은 비단보, 권지예, 이룸, 2008 

  한국문단에는 훌륭한 여류작가들이 많다. 그래서 행복하다. 공지영이 있고, 신경숙이 있으며, 은희경이 있고, 조경란이 있다. 정이현도 있다. 그리고 권지예. 그녀도 있다.

  금년에 만난 소설 중 권지예의 장편소설 『붉은 비단보』는 단연 인상적이었다. 흠잡을 데 없는 온전한 서사로 한 여인의 뜨거운 예술혼과 웅숭깊은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너무 잘 쓴 완벽한 소설이다. 

  요 몇년간 여성성의 위대함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국내에 많이 출간됐다. 약속이라 한듯이 전부 잘 쓴 소설들이다. 하나같이 찬연하고 아름답다. 그러면서 난 느꼈다. 여성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를. '인내'와 '아가페'로 대변되는 여성성의 찬란한 태양을 찬탄하며, 매우 잘 쓴 소설 『붉은 비단보』를 추천목록에 살포시 올려놓는다.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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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8-12-3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밥바라기별을 빨리 읽고 동감하고 싶네요.
새롭게 붉은 비단보 보관함으로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