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머>라는 것은 좋은 것이다. 유머는 삶을 부드럽게 하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며 세상을 여유있고 아름답게 하는 힘이 있다. 딱딱하고 건조한 것보다는, 적절히 부드럽고 적당히 촉촉한 것을 지향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특성일 것이다. 최근 TV 개그프로그램이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며, 더욱이 유머있는 남자가 미인들로부터 인기가 많다는 연애의 불문율은 <유머>가 얼마나 중요한 삶의 요소임을 대변한다. 

  개인적으로 <미스테리>를 좋아한다. 시종일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흐름과 전복적이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묘미, 예상치 않았는 데 직면하는 반전의 카타르시스는 내가 미스테리물을 좋아하는 이유들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흥미진진한 미스테리 속으로 빠져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내 자신을 목도할 때면 왠지 모를 웃음을 짓곤 한다. 영화감독이나 드라마PD나 소설가와의 두뇌싸움은 언제나 흥미진진한 스릴과 긴장감을 주기에 미스테리물은 내가 접해야 할 1순위 테마가 되어 있다. 

  오쿠다 히데오의 최근 출간작 『한밤중에 행진』은 앞서 언급한 <유머>와 <미스테리>가 함께 공존하는 흥미있는 소설이다. 10억 엔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코믹하게 벌이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시간의 속도를 잊은채 읽을 수 있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다분히 특이하며 코믹하다. 이벤트 회사를 운영하는 젊은 사장 <요코야마 겐지>는 여자를 꼬시는 일과 공갈하며 협박하는 일이 주취미이며 인생의 한방을 노리는 대박인생의 표상이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일본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한 <미타 소이치로>는 암기능력을 포함한 두뇌능력은 천재성을 발휘하지만 형편없는 업무능력과 굼뜬 동작으로 언제나 문제가 된다. 빼어난 미모를 지닌 <구로가와 치에>는 일반적인 여성의 삶을 거부한 채 강한 자신감과 당찬 삶을 표방한다. 마지막으로 <후루야 데쓰나카>는 인텔리 야쿠자로서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는 와일드한 조폭이다. 4명의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코믹한 미스테리의 서사가 완성된다. 

  젊은 시절에 꿈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중요 등장인물인 3인방(요코야마 겐지, 미타 소이치로, 구로가와 치에)은 모두 스물 다섯의 나이다. 인생에 대한 뚜렷한 목적 없이 그들은 젊은 비주류 인생의 표상으로 그려진다. 설계도 없이 대박을 바라는 젊음, 명문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아무런 성취와 만족감을 얻지 못하는 지리한 셀러리맨의 젊음, 아버지에 대한 극도의 증오감으로 오직 복수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젊음 등이 인생에서 가장 빠른 속도감을 지닌 20대의 삶을 어둡게 차지하고 있다. 그러한 어두운 20대의 공감적 내면상이 그들을 최대한 빠르고 단단하게 뭉칠 수 있는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돈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지나친 강박관념이 생생하게 나타난다.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나는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돈에 민감하다. 이 세상 그 어느 누구가 돈에 대해 해탈할 수 있냐마는, 그들이 갖고자 하는 <돈>의 성질은 부정직, 불성실, 비상식 등의 부정적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비록 코믹하고 가벼운 터치로 이야기를 그렸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존재하는 비현실적이고 과대망상적인 맘모니즘에 대한 갈구함은 무겁고 씁쓸하기만 하다. 

  소설의 플롯은 마치 엉킨 실타래가 풀리는 것처럼 나아가다가 소소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왠지 모르게 마지막에 있을 한 방의 큰 반전을 기대하지만 작가는 안전한 정공법을 택해 해피엔딩의 결말로 마무리 짓는다. 개인적으로 뒷부분의 이야기를 보다 더 꼬아서 예상치 못한 결말을 이끌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와일드 씽』 처럼 마지막 부분을 보다 꼬고 뒤틀고 엉키게 했으면 더욱 인상적인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일렁인다.  

  아쉬움은 각설하고, 충분히 유쾌하고 충분히 통쾌하며 충분히 상쾌한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이 소설은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 어떤 철학적 메시지나 교훈을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충분히 재미있다. 익살스럽다. 읽는 데 지루함이나 부담감이 없다. 스트레스 풀기에는 그만이다. 영화 『트랜스포머』를 보면서 그 어떤 무게감이나 깊이를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한밤중에 행진』은 그런 소설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소설에도 큰 관심이 간다. 『공중그네』, 『명장선거』, 『오! 수다』 등. 그의 유명한 작품들부터 먼저 만나봐야겠다. 요즘 들어 더욱 강하게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10-01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

다윗 2007-10-01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체셔고양2님. 닉네임이 너무 신선한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