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사람이 죽은 도로에 묘비명을 세운다' 는 말이 있다. 유럽에 살고 아들에게 매일매일 차조심하라고 당부 했더니 알려주었던 말이다. 이 책의 <보도에서> 에서도 죽은 아들을 위해 지나가던 행인이 잠시 멈춰서서 애도를 표한 사람을 위해 망자의 모친이 미리 적어둔 묘지의 메모에 적혀있다. "제 아들에게 당신의 시간을 내준 분께 개인적으로 고마움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직접 뵙지 못하더라도 아무튼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가 있는 곳>(마음산책)은 공간을 제목으로 단 짧은 챕터들로 이루어졌는데,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듯 이소설을 읽다 보면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는 마음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주인공의 고독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레몬>(창비) 은 소설가 권여선의 신작 소설이다. 살해된 해언의 동생 다언은 복수에 나선다. 언니의 죽음을 불의로부터 구하기 위해, 소설은 용산참사와 세월호를 언급한다. 불의한 죽음, 이를 밝혀내지 못한 공권력, 부와 권력을 이용해 빠져나간 가해자 등은 여러모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