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의미 - 삶의 마지막 여정에서 찾은 가슴 벅찬 7가지 깨달음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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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서 가장 인기 높은 인류학자이며 노르웨이 국민들의 인생책 한 권이다. 국영방송 NRK의 극찬한 저자는 권위적인 훈계를 못 참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삶의 의미를 관계, 결핍, 꿈, 느린 시간, 순간, 균형, 실 끊기 7가지로 집약해서 설명된다. 삶의 선하고 유용한 의미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으며 지속 가능하고 중립적이며 자유로운 삶의 의미들을 하나씩 짚어보게 된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소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소비와 자본주의는 끈끈한 연결성을 띈다. 자본주의에 착취당하는 것과 자본주의에 외면당하는 것을 내밀하게 비교하게 한다.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할수록 수많은 연결고리들의 움직임이 소비를 자극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자본주의에 외면당하는 상황이 무엇인지도 지긋하게 떠올리게 된다. 변방으로 밀려난 집단과 그들의 움직임에는 소비중독이 심각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리 집을 공개합니다>는 사진가 피터 멘젤이 여러 나라의 전형적인 30개 가정을 선정하여 모든 소유물을 집 밖에 내놓게 하고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모은 책이다. 미국인 집에서 나온 물건들은 책더미, 옷더미, 신발들이 끝없이 늘어져 있는 반면 말리인 가족의 살림들은 몇 가지 주방 도구와 빗자루, 고장난 자전거가 전부라고 책은 전한다. 집을 차지하고 있는 살림들을 둘러보게 한다. 집을 가득히 채운 가구들의 무게, 가전제품의 무게, 옷의 무게, 책의 무게 등을 느끼게 한다. 부유한 나라 노르웨이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도 언급된다. 정리정돈이 지닌 의미와 가볍게 필요한 만큼만 가지는 삶의 의미까지도 매만진다. 과거 종교가 차지했던 틈새를 소비주의가 채우면서 광적인 소비가 주류를 이루는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지 않는 내용도 언급된다.

침묵과 명상을 하는 묵언 수행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이때 핸드폰을 제출하고 새벽 5시에 요기를 하고 점심은 쌀과 렌틸콩을 조금 먹으며 견디는 과정이라 도중에 포기하는 수행자들이 속출한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여기서 명상법의 목표가 주목을 끈다. 시선은 내면을 향하게 하고, 주의는 외면을 향하면서 도외시했던 세부적인 것들을 알아차리는 것이 목표이다. 자신의 숨소리, 새소리를 듣는 시간을 하루에 얼마나 가지는지도 돌아보게 한다. 묵언과 단식은 초점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방법이라고 전한다.

동면 중이던 연결의 세계가 갑자기 선명하게 부각되는 것을 의미한다.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게 된다. 숨을 쉬면서 살아가지만 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상태로 괴물과 같은 존재로 텅 빈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일깨워 준다. <황야>영화에 등장하는 지하의 좀비들, 복종만 하는 군인, 학교 선생의 맹목적인 순종에는 의심이 배제되고 있음을 떠올리게 된다. 명상법을 통해서 풍요와 사치, 소비중독 현상을 제대로 살펴보게 한다. '풍요의 뿔'이라는 좋은 것이 가득 찬 뿔모양과 '코케인'이라는 중세 유럽 민화에 등장하는 풍요와 사치가 가득한 땅을 통해서 지금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각성시켜주는 내용들이 전해진다.

암이 재발하면서 '느린 시간'이라는 귀중한 선물을 깨닫게 된 저자는 느린 것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자신의 상태를 망치지 않고 무한히 꾸준한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도 전해진다. 여기서 느림은 규칙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시들어 버리는 삶의 근육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질이 아닌 '지금 여기', '더 빨리, 더 높이, 더 강하게'라는 버튼을 누르고 있는지도 느림의 철학으로도 설명된다. <멜랑콜리아>영화와 <돈 룩 업>영화를 통해서도 이야기된다. 꿈을 누리려면 오랜 수련과 깊은 몰입이 필요하다는 것도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를 통해서도 설명된다.

갑작스러운 깨달음, 갑작스러운 만족감, 마음챙김, 명상 등을 통해 순간의 철학도 설명된다. 올바른 균형과 궁극적으로 선하고 의미 있는 삶의 연관성까지도 언급되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는 작은 지점들을 마지막으로 느낀 게 언제인지도 질문을 던진다. 불행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찰나도 다른 관점에서 깨닫게 되면 축복이며 감사가 흐르는 찰나가 되기도 한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관점으로 삶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도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 정착민과 유목민,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외모와 내면, 진실과 거짓, 전체와 일부, 큰 것과 작은 것 등을 통해서 균형의 철학도 삶의 의미와 같은 맥락에서 조우하게 된다.



더불어 죽음을 준비하고 산 자를 위한 장례식까지도 내밀하게 둘러보게 하는 내용도 전해진다. 좋은 죽음이란 잘못을 보상하고,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최선을 다하고,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후에 맞이하는 죽음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서 할머니의 인생과 죽음을 떠올리기도 한다. 죽음을 예감하면서 하나씩 깔끔하게 정리하고 떠난 좋은 죽음의 본보기가 된다. 노인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 인류학자이자 시인인 아마두함파테 바의 글에도 깊은 호흡을 길게 들어마시는 내용으로 남는다.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작은 조각 같은 인생이지만 좋은 죽음으로 마무리하는 인생, 인생의 의미를 내밀하게 재정비할 수 있도록 들려주는 인류학자의 책이다.

당나귀로 운반할 수 있는 양만 소유하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말한 쿠르드족 이민자의 글도 짙은 향기를 남기는 글로 남는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다니는 삶이 되도록 등불을 밝히는 내용이다.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내 페이스대로 헤엄칠 수 있는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진정한 철학자는 부자가 될 수 있을 만큼 똑똑하고 부자가 되지 않을 만큼 현명하다는 문장도 읊조리게 한다. 똑똑함과 현명함이 절실해지는 시대이다. 휘청거리지 않는 균형의 의미가 더욱 부각된 책이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소비가 아니다. - P87

자본주의에게 착취당하는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은 자본주의에게 외면당하는 것이다. - P97

좋은 죽음이란 잘못을 보상하고,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최선을 다하고,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후에 맞이하는 죽음이다. - P296

과거 종교가 차지했던 틈새를 소비주의가 채우고 있다. 광적인 소비 - P88

진정한 철학자는 부자가 될 수 있을만큼 똑똑하고 부자가 되지 않을만큼 현명하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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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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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제작 결정한 장편소설이다. 1972년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우물에서 해골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물에서 발견되었던 사람은 누구이며 왜 사건이 일어났는지 궁금해지면서 1930년대 대공황 전후 포츠타운의 작은 마을 ‘치킨힐’의 시공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백인들과 흑인, 이민자, 유대인들이 마을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하나씩 조명된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흑인 학생을 차별한 사건 하나는 결코 작은 차별적 사건이 아님을 보여준다. 누군가 던진 작은 돌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에는 큰 돌이 되었음을 작가는 매만진다. 다양성이 거부되는 사회는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그 시대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인종 차별과 편견은 남녀 차별, 장애인 편견과 차별까지도 살펴보게 한다.

1930년대의 차별과 편견은 현대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팽팽하게 대립하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지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다. 『멜라닌』소설에서도 파란 피부를 가진 아이가 등장한다. 범죄 사건이 일어나면 파란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용의자로 지목을 받는다. 부당한 대우, 차별적 시선과 의심은 이 소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범죄를 저지른 백인은 거짓말로 흑인인 장애 소년 도도를 용의자로 진실한다. 그리고 흑인인 장애 소년 도도는 법의 보호가 아닌 최악의 수감시설인 정신병원으로 수감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흑인 소년 '도도'가 있다. 사고로 폭발되는 현장에서 귀와 눈에 장애가 일어나지만 눈은 회복되었던 아이는 듣지 못하는 장애를 후천적으로 지니고 살아가게 된다. 엄마마저도 곧 죽게 되면서 고아로 남겨진 흑인 소년은 이모 부부에 의해서 보살핌을 받지만 정부는 흑인 소년 도도를 집요하게 정신병원에 수감하고자 노력하는 상황이다. 도도를 지키고자 공조한 '초나'라는 여인의 의지와 초나의 옛 친구인 버니스의 도움도 기억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은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작은 존재이지만 결코 작은 의미가 아님을 작가는 매만진다. 하나의 관심과 하나의 사랑, 하나의 실천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초나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는 확인하게 된다.

꿈을 가졌던 사람들이 있었다. 기회의 땅이라는 달콤한 기대에 그들은 노력하였지만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왜 기회와 꿈은 차단되었는지부터 사회적 시스템과 정치적 구도를 짚어볼수록 유유히 지금도 흐르는 단단한 계급구조를 거듭 확인시킨다. 소방대원들이 된 인종, 청소하는 일을 하는 인종, 건물을 사는 인종, 전문직이 되는 인종은 출생에서부터 결정된 것처럼 단단하게 구조를 이룬다. 기회는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는 사회, 부의 대물림과 가난의 대물림은 어떻게 이어지는지 소설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자신의 이름을 변경하면서 과거를 숨기며 살아갔던 이유, 분노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영혼을 침식하면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지도 보여준다. 타인이 주는 돈을 거부한 사람이 있다. 자신은 일이 좋다면서 돈을 거부했던 인물이다. 반면 돈을 준다는 제안에 흑인 소년을 정신병원으로 보내도록 도움을 준 일을 한 백인도 등장한다. 의사였던 그가 어떤 범죄적 사건을 빠져나가는지도 이야기된다.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고 유포되면서 흑인 소년이 억울하게 오명을 쓰는 가짜 뉴스는 현대사회에서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는 현상이 아닌가.

몰입도가 높았던 소설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초나'라는 여인이다. 소아마비로 발이 불편한 상황이지만 그녀가 살아간 인생은 장애인의 삶이 아닌 돌봄의 역사로 기억된다. 도움을 받은 만큼, 사랑을 받은 만큼 그녀가 보여준 돌봄과 사랑은 주변을 골고루 따스한 온기로 덮는 용기와 실천임을 기억하게 하는 여인이다. 강건한 결단과 용기, 의지와 사랑은 그녀 자신에게서 시작된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그녀를 지켜주고 그녀를 이끌어 준 것은 그녀가 읽은 많은 책들과 다양한 저서들의 작가들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곁에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준 남편의 사랑도 기억하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 예상하지 않은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며 가슴 뛰는 역동성을 경험하게 하는 놀라운 경험으로 이어지게 된다. 초나가 책을 읽고 만난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의 목소리는 그녀를 어떻게 움직이게 했는지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그녀가 반대편에서 글을 투고한 대상들이 누구이며 어떤 움직임을 비난했는지도 소설은 말을 한다. 초나는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유독 한 명의 의사의 진료를 거부한다. 그 이유와 초나가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 3일 동안 아침마다 보여준 그녀의 움직임을 감지한 흑인 여인의 예민함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우물과 유골의 연관성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 마을에서 일어났던 사건들과 다양한 인종들의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로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도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지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는 인종차별, 남녀 차별, 장애인 차별, 노동자 차별로 자신들의 부당함을 호소한다. 그들의 아우성을 무시하고 차단하는 집단은 누구인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 그들을 향한 편견과 차별은 정당하게 이어지고 있는지도 살펴보게 한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이며 국가이다. 하지만 그러한 국가와 사회는 존재하지 않기에 아직도 초나와 같은 인물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 소설도 그러한 맥락을 이어가는 큰 울림으로 기억될 작품이 된다.

핫도그보다 더 유혹적이고 강력한 물건이 무엇인지 단숨에 떠올리게 된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물건, 중독되는 미래는 이제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불안 세대』책과 연구결과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쉽게 만족하고 쉽게 나누는 도도라는 소년이 기억에 남는다. 듣지 못하지만 도도가 뛰어나게 가지게 된 능력이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결핍은 상실이 아니다. 결핍이라는 것은 또 다른 능력을 가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과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해진다. 도도가 노력한 시간과 자신을 지켜준 친구의 노력이 무엇인지도 간파한 아이의 노래도 오랜 시간 기억에 자리 잡는다. 흩어지지 않는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행복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이 소설이 그러하다. 초나가 부자가 되었지만 가난한 흑인들과 더불어 살아간 그녀의 의지에는 봉사라는 가르침을 잊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사랑하고 봉사하고 행복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작가는 보여준다. 기우뚱한 저울로 사회가 계속 흘러가지만 누군가는 깨달음을 거듭하면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음을 잊지 않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초나의 죽음과 삶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



'나는 미국인이 자랑스럽다'라는 의미 없는 깃발을 위해 싸우는 대신 '나는 살아 있어 행복하다'라고 말했어야 했다. 다름이 어디에 존재한단 말인가? 한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우월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 모두 같은 인류이기 때문이다. 287



신이 우리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고 하셨어 256



이제부터 신이 알아서 하실 겁니다. 217



가능한 모든 돈을 저축.

(자녀교육 이유)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꿈은 어느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140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겠습니다.
주여, 당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 P200

그녀는 도도의 너그러움을 사랑했다.
도도는 사랑이 가득하고 쉽게 만족하며,
쉽게 나눠 가지는 아이였다.
- P150

핫도그보다 더욱 유혹적이고
강력하고 위험한 물건이
자유를 가장한 억압인 줄도 모르고
아이들이 열광하고 중독되고 마는 미래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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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하였던 것보다도 질감이 촘촘한 소설이다. 빠르게 읽을 줄 알았는데 여러 날 여러 순간 몇 번을 멈추었는지 모른다. 작가가 소설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수많은 돌계단이 되면서 오랜 시간을 할애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작품으로 남는다. 점점 묵직하게 질문들이 많아질수록 차별과 편견이 만들어놓은 사회적 문제는 정치적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놓치지 않게 된다. 누군가를 자신들의 아래에 깔아놓고 이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면서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대물림하는 사회적 문제는 역사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성별, 세대, 인종, 국가, 종교로 분류된 인간을 오랫동안 바라보았을 작가의 깊은 시선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파란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가정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았는지 살펴보게 된다. 더불어 학교라는 사회적 집단에서 교사가 파란 피부를 가진 학생을 평등하게 대우하였는지도 밀착해서 관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스쿨버스에서 차별을 받는 주인공은 그것을 피하고자 일부러 걸어가게 되지만 집단 폭력을 당하는 사건까지 일어나게 된다.

성별로 분류되는 사회, 인종으로 분류된 사회, 국가로 분류되고 정치적 취향으로 분류될수록 사회는 대립과 마찰음이 구석구석에서 번져나기 시작한다. 작고 큰 마찰음들이 폭력과 영혼에까지 깊은 상처를 오랜 시간 남긴다는 것을 우리는 수많은 사건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다양한 사연들을 이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어떤 이는 젊은 여성이며, 어떤 이는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이들의 죽음은 살해라는 방식으로 참혹한 결과로 다양하게 남겨진 이들에게 그리움을 남기게 된다. 그들의 억울한 죽음을 다시 되돌리지 못하기에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지금 무엇을 노력하여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소설로 남는다.

연대가 아닌 고립의 방식으로 분류된 수많은 인간들을 보게 하는 소설이다. 차별과 계급화로 분열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들을 확대경으로 주인공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서 일깨우기 시작한다. 수직적 사회를 수평적 사회로 연대하는 힘이 왜 필요한지 차분히 하나씩 자극을 주는 소설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되었던 수직적 사회를 수평적 사회로 이끌어야 하는 이유를 확인하게 하는 작가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게 된다.

누가 무엇을 위해 이 사회에 차별과 계급화를 구축하였는지부터 차분히 인지할수록 극소수가 구축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인류의 문제들을 일본의 관동대학살과 난징대학살,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 중국의 티베트학살, 미얀마의 로힝야족학살, 수단의 다르푸르학살과 연결해서 고찰하게 된다. 참전한 군인이 고통을 잊고자 마약을 하게 되는 악순환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로 접근하면서 영혼이 고장난 참전 군인의 참상을 이 소설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면도날』,『카시지』, 『도둑신부』,『눈먼 암살자』,『반쪼가리 자작』,『태고의 시간들』, 『낮의 집 밤의 집』 등을 떠올리게 한다. 수많은 작가들이 소설을 통해서 전쟁의 참상과 참전 군인들이 어떻게 영혼이 파괴되는지 고발한다. 군사 보복과 억지 명분으로 아이들과 여성들이 무참하게 학살당하는 것은 결코 정당성을 잃게 된다.

































이 소설에서도 전쟁과 다름없는 차별과 편견의 방식으로 미성년이 어떻게 혹독하게 살아갔는지 주인공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가정에서 아버지가 파란 피부를 가진 아들에게 발언하는 폭언과 차별, 도망간 베트남 엄마가 아들에게 "잘 지내니?"라고 한국어로 물었을 때 "잘 모르겠어요."라고 영어로 말했다가, 다시 한국으로 대답한 이유를 가볍게 지나치지 못하게 된다. 모국어를 버리고 생존을 위해 선택한 영어가 무심결에 나올 정도로 이 아이는 얼마나 혹독한 환경에서 치열하게 버티고 있었는지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건들에 파란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용의자로 지목되고 교회의 교인들조차 아이를 보호하기는커녕 산불을 낸 범인으로 지목한 것은 교리와도 일치하지 못하는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아버지도 교회생활과 집에서의 생활은 매우 다른 삶을 보여준다. 교회에서 보이는 교인의 삶과 집에서의 그의 삶은 아주 이질적이다. 아들은 그러한 아버지를 보면서 어떤 마음을 가졌을지도 짐작하게 되는 작품이다.

낙인찍힌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혹독한 삶인지 소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파란 피부는 질기고도 잔인한 방식으로 차별과 편견 속으로 가두어 버린다. 우리가 사회 속에서 무의식 속에서 길들여진 이러한 차별과 편견들이 무엇인지도 차분히 떠올려보게 한다. 남녀 차별, 종교적 차별, 인종 차별, 출생지역 차별 등이 존재한다. 계략적으로 구획된 수많은 분류 속에 존재하는 우리는 무임승차권을 가진 집단인지 부당한 차별과 편견에 무수히 피해를 보는 민족인지도 고찰하게 된다. 아시안인이라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경험하게 되는 무수히 많은 인종차별에 우리들도 파란 피부를 가진 주인공과 다름없는 존재임을 확인하게 된다. 파란 피부는 곧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로 존재하며 언제든지 당할 수 있는 무차별적인 의혹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파란 피부를 가진 이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작가의 말을 통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보게 해준다. 수직적 사회가 아닌 수평적 사회가 대안이며, 고립이 아닌 연대로 힘을 주는 사회가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희망적인 사회이며 세계라는 것을 이 소설과 작가를 통해서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문학은 힘을 준다. 절망보다는 희망을 불어넣는 에너지가 존재한다. 암담한 사회이지만 그래도 다시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고자 주변을 살피게 한다. 하나의 따스함, 하나의 보살핌, 하나의 관심이 이 사회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거라고 믿게 한다. 트럼프, 박근혜, 이명박 등이 언급되는 만큼 정치역사도 함께 언급되는 소설이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가하는 폭행에 대해서도 언급되는 작품이다. 데이트 폭행, 가정폭력에 무력하게 익숙해지는 여자가 없어야 하는 이유도 소설의 장면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베트남 엄마가 미국 이민에 합류하지 않았던 이유도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아내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언급하였지만 무시하는 남편의 태도에 처음으로 자신이 찾는 꿈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가는 베트남 엄마의 모습도 함께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으로 남는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곳에 속할 수 있는 현자가 아니었다. 나는 개인이었다. 작고 어린 파란색이었다. 나는 더 이상 백인을 우러르지도, 흑인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선망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았다. 인간을 무채색으로 만들고 나면 가진 것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 일터와 인간관계의 지친 사람들, 애국심과 규율로 무장한 펑크에 숨어 떨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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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 식사법 - 노년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기적의 식단 혁명
정희원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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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내과 의사인 저자의 책은 처음이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라 꾸준히 건강관련도서들을 읽고 실천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늙어감은 상대적이다. 어떤 식단으로 어떻게 식사하고 운동하며 마음을 다스리느냐에 따라서도 노화의 속도는 달라진다. 노화를 붙잡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노력한다면 건강한 늙어감으로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는 것을 부모님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장수하는 비결을 부모님을 통해서도 매번 확인하는 만큼 건강한 늙어감에는 노력이 필요해진다.


느리게 나이드는 저속노화 레시피가 21식 제공된다. 같은 식사이지만 누군가는 다르게 식사를 준비해서 건강하게 먹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충분히 잠을 자고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과일과 채소, 따뜻한 차를 준비해서 간편하게 식사를 한다. 부부가 함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식사가 끝나면 운동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나간다. 식사 후 걷기와 집안일하라는 내용글과도 일치하는 신체활동을 꾸준히 한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등산도 하고 장거리 코스로 걷기 운동도 하고 달리기도 한다. 비가 와도 우산을 챙겨서 동네 산책이라도 꼭 목표량을 채우면서 걷는다.


금연과 절주도 필요하다. 영양제보다 섭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붉은 고기 섭취는 이 책에서도 주의를 주는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주식을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좋은지도 전해진다. 영양제와 과일 채소 섭취를 비교하는 그래프가 의미심장하다. 영양제는 거의 섭취하지 않고 자연이 준 채소과일식을 꾸준히 하루에 2식은 실천하고 있다. 나쁜 지방과 건강한 지방이 무엇인지도 한눈에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제공된다. 당지수가 낮은 과일을 먹어야 하는데 어떤 과일들이 좋은지도 비교표로 제공된다.


외식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도 알려준다. 첨가당과 가공육, 붉은 고기 섭취와 사망률을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프도 제공된다. 빼야 하는 음식과 더하기 해야 하는 음식이 강조된다. 정크푸드 목록들의 당지수도 비교표로 제공된다. 절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MIND 식사에 포함된 식품들과 비교되는 만큼 저속노화를 위해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도 연구자료 그래프로 확인하게 된다.



어떤 식사를 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이 저속노화에 도움을 주는지 읽기 쉬운 내용구성으로 전해지는 건강도서이다. 저속노화 식사법 십계명도 따로 첨부되는 만큼 눈에 띄는 장소에 붙여놓고 꾸준히 노력하도록 도움을 주는 내용들이 제공된다. 질문과 답변도 구성되는 만큼 알차게 구성된 건강도서이다. 탄소 배출이 얼마나 되는 식품인지도 알려주는 만큼 지구를 위해, 뜨거워지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지도 생각하게 하는 내용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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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원소로 읽는 결정적 세계사 - 세상 가장 작은 단위로 단숨에 읽는 6000년의 시간
쑨야페이 지음, 이신혜 옮김, 김봉중 감수 / 더퀘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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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교양과학 추천도서로 선정된 도서이다. 금, 구리, 규소, 탄소, 타이타늄을 대상으로 구성된 글은 세계사와 함께 인문학적인 접근까지 매만지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유럽인들이 금을 향한 욕망과 야망을 드러낸 세계사와 아메리카 대륙을 침탈한 역사에 깊게 자리잡는 인간적 욕망까지도 조명한다. 아메리카 인디언을 학살한 유럽 정복자들을 교양 넘치는 식민지 지배자들이라고 표현한 글도 만나게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아웃랜드>에서 침략자의 잔혹함은 수많은 여성과 남성들에게도 치욕적인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세계사를 수놓은 역사에는 인간들의 욕망과 야망이 구석구석에 자리잡는다. 그리고 침탈하는 지배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수탈하기 위한 전쟁이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5개의 원소로 이야기되는 세계사에는 누군가의 선택이 있었고 결과가 함께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민 그레더의 다이아몬드』 책 내용은 금에 대해 설명하는 역사와 어우러진다. 지옥의 문과 천국을 향하는 발걸음은 온전히 선택에 따른다는 것을 찰스 디킨스의 문장에서도 확인시켜주는 저자의 글을 만나게 된다.

역사를 바꾼 황금의 저주에 대해 전해진다. 저주라는 단어의 파급력을 오랜 시간 바라보게 하는 황금은 세계사에 어떻게 수놓았는지 흥미롭게 설명된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폰 엥겔스는 "에스파냐인의 대서양을 가로질러 아메리카로 향한 이유는 황금이라는 단어의 저주에 걸렸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이 시대에 현대인들은 어떤 저주에 걸려서 잔혹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무기로 휘두르는 전쟁이 아닌 또 다른 형태로 치르고 있는 전쟁이 무엇인지도 선명하게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저자가 집필한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는 읽는 독자들만이 확인하게 될 것이다. 예찬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전한 결과물은 인류의 희망인지 또 다른 형태의 저주가 될지도 추이를 살피게 하는 발전의 이야기가 된다.

욕망의 잔혹사, 약탈자의 야심, 영광과 멸망의 역사, 저주의 역사가 설명된다. <해리포터>에서도 등장하는 연금술은 근대를 견인하였음을 몇 가지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확실한 것은 연금술이란 가장 원시적 본성인 탐욕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탐욕이 만든 허상은 어떻게 기록되고 있는지도 차분히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 익숙한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생활습관들을 건강한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통증으로 고통받았던 증상들이 놀랍게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의심하는 습관, 새롭게 인지한 것들을 정비할수록 탐욕과 허상의 진실을 확실하게 보게 된다. 이 책도 다르지가 않다. 연관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의외로 수확하는 쾌거의 독서 사냥을 하였던 내용들이 즐비해진다. 누군가의 관심과 호기심, 발전된 결과물은 새로운 역사를 이끄는 등불이 될 수가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과연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질문을 하게 된다. 중국의 관심과 발전의 결과물은 수많은 도서들을 통해서 확인하게 한다. 더불어 답답함이 가득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둘러보게 된다. 스모그와 희뿌연 공기로 뒤덮인 앞날이 준비되지 않기를 얕은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욕망이 계속되면 저주는 이어진다는 내용도 인상적으로 자리잡는다. 탐욕으로 얼룩진 욕망이 저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매 순간 확인하는 시대이다 보니 원소의 세계사와도 맥락을 함께 한다는 것은 놀랍지가 않다. 쓸모가 있는 것인지도 거듭 질문을 하게 한다. 금의 현대적 쓸모를 읽으면서도 쓸모의 가치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한다. 유전자에 각인된 단맛에 대한 내용은 싸고 효율적인 대체품인 사카린, 향미증진제인 글루탐산나트륨, 마가린을 확인하게 된다. 즐비하게 우리를 위협하는 단맛의 대체품들은 편의점과 마트, 카페 음료, 배달음식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야채의 자연스러운 단맛에는 등을 돌리게 하고 유해성이 끊임없이 거론되는 이러한 화학물질을 섭취하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으로 이어질지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도 확인하게 된다.

지구온난화와 전쟁 선포에 대한 글도 인상적이다. 배기가스와 유해 물질, 호흡기 질병으로 사망까지 이어지는 이유들을 확인시킨다. 스모그와 대기오염 상태는 현대인들의 삶과 질병, 암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탄소의 비극도 놓치지 않고 언급하는 만큼 인문학적으로도 질문을 던지는 내용들을 다루는 책이다.




연금술이란 가장 원시적 본성인 탐욕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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