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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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제작 결정한 장편소설이다. 1972년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우물에서 해골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물에서 발견되었던 사람은 누구이며 왜 사건이 일어났는지 궁금해지면서 1930년대 대공황 전후 포츠타운의 작은 마을 ‘치킨힐’의 시공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백인들과 흑인, 이민자, 유대인들이 마을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하나씩 조명된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흑인 학생을 차별한 사건 하나는 결코 작은 차별적 사건이 아님을 보여준다. 누군가 던진 작은 돌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에는 큰 돌이 되었음을 작가는 매만진다. 다양성이 거부되는 사회는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그 시대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인종 차별과 편견은 남녀 차별, 장애인 편견과 차별까지도 살펴보게 한다.

1930년대의 차별과 편견은 현대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팽팽하게 대립하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지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다. 『멜라닌』소설에서도 파란 피부를 가진 아이가 등장한다. 범죄 사건이 일어나면 파란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용의자로 지목을 받는다. 부당한 대우, 차별적 시선과 의심은 이 소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범죄를 저지른 백인은 거짓말로 흑인인 장애 소년 도도를 용의자로 진실한다. 그리고 흑인인 장애 소년 도도는 법의 보호가 아닌 최악의 수감시설인 정신병원으로 수감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흑인 소년 '도도'가 있다. 사고로 폭발되는 현장에서 귀와 눈에 장애가 일어나지만 눈은 회복되었던 아이는 듣지 못하는 장애를 후천적으로 지니고 살아가게 된다. 엄마마저도 곧 죽게 되면서 고아로 남겨진 흑인 소년은 이모 부부에 의해서 보살핌을 받지만 정부는 흑인 소년 도도를 집요하게 정신병원에 수감하고자 노력하는 상황이다. 도도를 지키고자 공조한 '초나'라는 여인의 의지와 초나의 옛 친구인 버니스의 도움도 기억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은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작은 존재이지만 결코 작은 의미가 아님을 작가는 매만진다. 하나의 관심과 하나의 사랑, 하나의 실천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초나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는 확인하게 된다.

꿈을 가졌던 사람들이 있었다. 기회의 땅이라는 달콤한 기대에 그들은 노력하였지만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왜 기회와 꿈은 차단되었는지부터 사회적 시스템과 정치적 구도를 짚어볼수록 유유히 지금도 흐르는 단단한 계급구조를 거듭 확인시킨다. 소방대원들이 된 인종, 청소하는 일을 하는 인종, 건물을 사는 인종, 전문직이 되는 인종은 출생에서부터 결정된 것처럼 단단하게 구조를 이룬다. 기회는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는 사회, 부의 대물림과 가난의 대물림은 어떻게 이어지는지 소설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자신의 이름을 변경하면서 과거를 숨기며 살아갔던 이유, 분노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영혼을 침식하면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지도 보여준다. 타인이 주는 돈을 거부한 사람이 있다. 자신은 일이 좋다면서 돈을 거부했던 인물이다. 반면 돈을 준다는 제안에 흑인 소년을 정신병원으로 보내도록 도움을 준 일을 한 백인도 등장한다. 의사였던 그가 어떤 범죄적 사건을 빠져나가는지도 이야기된다.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고 유포되면서 흑인 소년이 억울하게 오명을 쓰는 가짜 뉴스는 현대사회에서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는 현상이 아닌가.

몰입도가 높았던 소설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초나'라는 여인이다. 소아마비로 발이 불편한 상황이지만 그녀가 살아간 인생은 장애인의 삶이 아닌 돌봄의 역사로 기억된다. 도움을 받은 만큼, 사랑을 받은 만큼 그녀가 보여준 돌봄과 사랑은 주변을 골고루 따스한 온기로 덮는 용기와 실천임을 기억하게 하는 여인이다. 강건한 결단과 용기, 의지와 사랑은 그녀 자신에게서 시작된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그녀를 지켜주고 그녀를 이끌어 준 것은 그녀가 읽은 많은 책들과 다양한 저서들의 작가들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곁에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준 남편의 사랑도 기억하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 예상하지 않은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며 가슴 뛰는 역동성을 경험하게 하는 놀라운 경험으로 이어지게 된다. 초나가 책을 읽고 만난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의 목소리는 그녀를 어떻게 움직이게 했는지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그녀가 반대편에서 글을 투고한 대상들이 누구이며 어떤 움직임을 비난했는지도 소설은 말을 한다. 초나는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유독 한 명의 의사의 진료를 거부한다. 그 이유와 초나가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 3일 동안 아침마다 보여준 그녀의 움직임을 감지한 흑인 여인의 예민함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우물과 유골의 연관성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 마을에서 일어났던 사건들과 다양한 인종들의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로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도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지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는 인종차별, 남녀 차별, 장애인 차별, 노동자 차별로 자신들의 부당함을 호소한다. 그들의 아우성을 무시하고 차단하는 집단은 누구인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 그들을 향한 편견과 차별은 정당하게 이어지고 있는지도 살펴보게 한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이며 국가이다. 하지만 그러한 국가와 사회는 존재하지 않기에 아직도 초나와 같은 인물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 소설도 그러한 맥락을 이어가는 큰 울림으로 기억될 작품이 된다.

핫도그보다 더 유혹적이고 강력한 물건이 무엇인지 단숨에 떠올리게 된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물건, 중독되는 미래는 이제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불안 세대』책과 연구결과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쉽게 만족하고 쉽게 나누는 도도라는 소년이 기억에 남는다. 듣지 못하지만 도도가 뛰어나게 가지게 된 능력이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결핍은 상실이 아니다. 결핍이라는 것은 또 다른 능력을 가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과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해진다. 도도가 노력한 시간과 자신을 지켜준 친구의 노력이 무엇인지도 간파한 아이의 노래도 오랜 시간 기억에 자리 잡는다. 흩어지지 않는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행복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이 소설이 그러하다. 초나가 부자가 되었지만 가난한 흑인들과 더불어 살아간 그녀의 의지에는 봉사라는 가르침을 잊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사랑하고 봉사하고 행복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작가는 보여준다. 기우뚱한 저울로 사회가 계속 흘러가지만 누군가는 깨달음을 거듭하면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음을 잊지 않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초나의 죽음과 삶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



'나는 미국인이 자랑스럽다'라는 의미 없는 깃발을 위해 싸우는 대신 '나는 살아 있어 행복하다'라고 말했어야 했다. 다름이 어디에 존재한단 말인가? 한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우월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 모두 같은 인류이기 때문이다. 287



신이 우리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고 하셨어 256



이제부터 신이 알아서 하실 겁니다. 217



가능한 모든 돈을 저축.

(자녀교육 이유)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꿈은 어느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140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겠습니다.
주여, 당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 P200

그녀는 도도의 너그러움을 사랑했다.
도도는 사랑이 가득하고 쉽게 만족하며,
쉽게 나눠 가지는 아이였다.
- P150

핫도그보다 더욱 유혹적이고
강력하고 위험한 물건이
자유를 가장한 억압인 줄도 모르고
아이들이 열광하고 중독되고 마는 미래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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