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 찬란한 생의 끝에 만난 마지막 문장들
한스 할터 지음, 한윤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갑자기 찾아온 질병으로 두 번의 큰 수술과 퇴원하라는 병원의 권고의 의미를 알기에 가족은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헤어지는 죽음을 받아들인 모습을 최근에 지켜보면서 죽음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언제나 준비하며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마주 보게 된다.

삶의 철학을 대변하는 문장들이 전해진다. 영원히 사는 삶이 아니기에 오늘의 소중함이 빛을 발하는 아침을 시작하면서 펼친 책이다. 죽음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떠난 사람, 남겨진 사람들이 어른거리면서 주변을 정리하고 떠나는 사람, 남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함께 둘러보게 된다. 죽음 앞에서 당황하였을 사람들이 있다. 온전히 홀로 감당할 슬픔이며 추억일 것이다.

세상의 혼돈이 작가를 얼마나 불안정하게 만들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우울증이 심해진 작가가 시대적 상황을 직시하다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부인과 동반자살을 하게 된다. 『발자크』소설을 미완성하고 『체스 이야기』, 『낯선 여인의 편지』 등을 집필한 작가이다.



링컨과 빅토르 위고, 찰스 디킨스, 체 게바라 등 지성인과 정치인의 찬가를 받았던 주세페 가리발디의 마지막 기묘한 말이 인상적이다. "새들을 놔두시오. 그들은 나를 데리러 온 것이요. 두 마리의 피리새가 창틀에 앉았다." (228쪽) 보편적 사고의 한계성이 얼마나 협소한 것인지 엿보게 된다. 기묘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이 세계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의 간질환, 술탄 중에 폭군이 아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살라딘도 소개된다. 권력의 맛에 취해 정신을 잃은 수많은 인물들도 함께 떠올리면서 살라딘이라는 술탄은 의미심장한 인물로 기억된다. 포악하고 엽기적인 인물 로마 황제 네로도 소개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체 게바라이다. 의학 전공을 한 그가 여행길에 목격한 노예와 빈민의 삶에 큰 충격을 받으면서 삶의 전환점을 가지게 된다.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지면서 가난한 이들의 성자였던 그의 마지막 순간이 전해진다. "당신은 단지 사람 한 명을 죽이는 것 뿐이오." (35쪽) 우리에게도 그러한 한 사람이 있다. 그리움이 짙어지는 한 사람을 떠올리며 읽은 책이다.

간디,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결핵이었던 안톤 체호프에 대한 내용도 소개된다. 읽은 편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익숙한 인물들과 낯선 인물들이 적절히 소개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들이 각양각색으로 전해진다. 소개된 인물들이 남긴 작품들까지 관심이 이어진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진지하게 다시 되새김질을 하면서 깊은 호흡을 하게 된다. 더불어 모진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면서 책장을 펼친 도서이다. 죽음은 그리움이며 회고하는 시간으로 기록된다. 오늘의 발자국들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 거듭 둘러보면서 읽은 내용이다. 응시하고 있는 것,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것, 그것이 무엇이며 어떤 응집의 결정체인지 차분히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사랑하지 않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들이 있다. 흐릿한 형체로 부유하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무의미한 생애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도 모르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책에서 만나는 무수히 많은 작가들을 책을 통해서 획일적으로 주워 담는 것들이 뚜렷해진다. 그것들을 담고 켜켜이 쌓아 올리면서 오늘의 시간을 또렷하게 새기게 해주는 시간이다.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말을 기억하라.

그보다 더 확실한 삶의 철학은 없다.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어렵구나.

_ 루이 14세. 왕

주여, 나를 아프도록 후려치는구려!

하나 그대의 손으로 치기에 나는 흡족하나이다.

_ 장 칼뱅. 신학자

신이여, 영원히 나를 버리지 마십시오.

_ 블레즈 파스칼. 수학자

지금까지 아주 아름다운 꿈을 꾼 것 같소.

_ 모리스 삭스. 장군

하느님은 오늘 밤 내가 평온한 시간을 누리기를 바라셨을 거라오. 216


나의 고통을 덜어준 것은 약이 아니라 자연과 신선한 산의 공기로구나 _ 마리 퀴리

하느님과 언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군요. _ 헨리 데이비드 소로

하느님은 오늘 밤 내가 평온한 시간을 누리기를 바라셨을 거라오. - P216

죽어가는 이에게 죽음이란 불행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남은 이에 대한 불행인 것이다. - P1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의 시대
스티븐 J. 파인 지음, 김시내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세계적으로 저명한 화재 역사학자의 도서이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에서 15년 동안 소방관으로 근무한 저자의 이력과 학술적인 내용은 꽤 흥미로웠고 신명기 4장 36절 말씀과 에스켈서 15장 7절 말씀으로 시작하는 책의 도입부는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 책이다.



그리고 여호와께서 땅 위에서 네게 큰불을 내보이시고 불 가운데서 나오는 말씀을 듣게 하셨노라.

_신명기 4장 36절

그들이 불에서 나와도 다른 불이 그들을 집어삼키리라

_에스켈서 15장 7절



화염세와 지구에 해로운 불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의미심장하다. 과한 연소가 발생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지긋하게 관조하게 된다. 심각한 미래를 우려하는 일부 학자의 의견도 언급하면서 불의 세 종류를 분류하면서 저자는 불의 시대를 이야기한다.


테오신트로 옥수수를 만들고, 야생소를 젖소로 개량한 것을 예시로 설명하면서 두 번째 불을 시의적절하게 설명한다.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파괴된 자연을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담담한 어조로 냉철하게 첫 번째 불, 두 번째 불, 세 번째 불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미래에 펼쳐질 미래를 위해 조언하는 화재 역사학자의 심오한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고대에는 탈 수 없었던 것이 지금은 타고 있다고 화재 역사학자인 저자는 지적한다. 그의 언급은 의미심장한 심오한 경고성 목소리로 전달된다. 불의 한계가 인간의 의지에 결정되고 있음을 우려한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 그녀의 남편인 퍼시 셸리가 프로메테우스의 해방을 기리는 서정시극 『해방된 프로메테우스』를 출간한 내용을 언급한 이유가 심오해진다. 과학과 문명의 발달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미래를 지금 현대인들은 우려감을 감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파괴되는 환경, 회색빛 공기오염은 인간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었으며 급변하는 기온 변화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자문해 보게 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현안이 언급된다. 불과 함께하는 삶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자연에 맡기기, 불이 타오르는 환경 바꾸기, 야생형 불을 통제형 불로 대체하기 등이 설명된다. 5장에서 화염세에 대해 설명하면서 탐욕에 젖은 현대인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언급된다. 화석연료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혼탁한 공기의 주요 원인이 화석원료임을 알기에 저자가 언급한 내용들에 방점을 찍으면서 미래와 현재를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함께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도서이다.



불을 지배하는 인간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불!


우리는 (탐욕에 젖어 있었을 뿐) 이미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 화석연료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 - P208

불에는 3 가지 종류가 있다. 자연에서, 인간 손에서, 산업사회에서 생긴 불... 이제는 미래를 위해 하나를 빼고 불을 두 종류로 나눠야 한다. - P213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그녀의 남편 퍼시 셸리는 프로메테우스의 해방을 기리는 서정시극 <해방된 프로메테우스>를 펴냈다. - P142

고대에 탈 수 없던 것이 지금 타고 있다. 점차 인간의 의지에 따라 불의 한계가 결정됐다. - P51

테오신트 Teosinte( 벼과의 일년초, 옥수수의 근연종_옮긴이)로 옥수수로, 야생소를 젖소로 계량했듯이 일부를 난로와 힙풀로 전환하며 그린 형태_ 두 번째 불 - P14

전에 없이 지구에는 해로운 불이 지나치게 많아졌고 이로운 불은 상당히 적어졌으며 전반적으로 연소가 과하게 일어났다. - P16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불의 시대를 열었지만, 그런 세상에서 살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 P16

일부 학자는 미래가 너무 심각해 보이고 가능성 큰 시나리오가 과거와 상관없이 예상과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아무런 서사도 유사성도 없는 내일로 향한다며 우려를 표한다. - P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한강 작가의 일상의 귀퉁이에 속하는 식물일기에 대한 글과 집필한 소설들을 작업하면서 기나긴 시간들을 어떤 마음과 자세로 집필하였는지 보여주는 글들이다. 시를 마주보면서 작가가 사유한 시간들을 함께 거닐기도 하고 깊고 짙은 슬픔이 드리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간에 대한 질문을 함께 사유한 내용들이다.

누군가는 글쓰기에 전념을 다하고, 누군가는 글들을 읽으며 작가와 함께 짙은 질문들을 주워 담고 깊게 호흡하면서 변화되고 성장하게 한다. 책이 그러하다. 누군가의 사소한 일상을 기록한 글에서 지나치듯 흘려보내지 못하고 글쓴이가 경험한 일상을 통해 함께 사유의 장으로 초대된다. 경계가 없는 공간으로 초대되고 그 공간에서 경험한 기록들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모아서 흘려보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긴 시간을 공들여 읽은 책이며 글이다.


어린 소녀가 기록한 사랑에 대한 질문과 답을 쉽사리 지나치지 못한 시가 등장한다. 시인의 어린 시절의 시와 진정성이 너무나도 청명해서 좋았다. 사랑이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시대이다. 더 플랫폼 2를 보고 글을 기록하면서 어린 시인이 정의한 사랑이 그 영화에 존재하였는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었는지 접목한 시간으로 연결된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랑하지 않는 존재라는 것조차도 인정하지 않는다. 난폭함과 포악함에 경악하면서 본 영화는 한강 작가가 집필한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에서도 다르지 않는 놀라움과 슬픔을 마주보게 된다. 폭력성은 극우주의에 의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났고 한국 현대사에도 기록되는 것을 전 세계인이 목격하면서 역사를 잊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지는 사건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음을 목도하는 시대이다.







작가가 집필하고자 어떤 심정인지 경험하고자 좁고 어두운 곳에 들어가 경험한 것들, 일상 속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과 슬픔의 이유가 소설들을 통해서 경험하게 된다. 작가와 독자가 함께 경험한 슬픔과 고통이 너무 육중해서 쉽게 잊히지 않는 작품들이 된다. 간첩을 거짓으로 만들고 간첩법을 만들어 고통을 주고자 모의하고 계획한 이들이 한국 현대사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 경악하는 시대이다. 가짜 뉴스가 언론을 통해 진짜처럼 조작되는 것, 진위 여부를 따지지도 않는 맹목적인 집단들의 어리석음도 낯설지 않았다.

처음으로 자신의 명의로 산 집을 향한 애착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글들이다. 식물 생명을 지키고 키우고자 노력한 수많은 날들과 마당에 놓인 거울들이 그러하다. 더불어 기록한 식물집사의 일기도 애정이 가득하다. 관심을 가지고 키워야 성장하고 병들면 치유하고자 노력하는 식물집사의 수많은 애정과 흔적과 관찰들이 기록된 글이다. 성장점에 이른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경이로움을 작은 정원을 가꾸면서 지금도 감탄하게 된다. 해충제가 해로운 해충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거미, 개미 등까지도 모두 말살한다는 사실까지도 작가는 기록하면서 변화한다.


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매일 잎 뒷면을 닦고 매일 관찰한 날들이 떠오른다. 관심을 가진 덕분에 식물은 건강하게 지금도 성장하고 있기에 식물 관찰일기는 애착이 가는 내용들 중의 하나가 된다.

죽음을 자주 조우한다. 죽음은 아주 가까이에 있기에 오늘을 행복한 일들로 보내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 순간에 후회하지 않고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오늘도 충분히 읽고, 생각하고, 변화하고, 노력하고자 한다. 어둠보다는 빛을 향하고, 강함보다는 약함을 바라보면서 살고자 동행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 만난 한강 작가이다.


보통 사람을 인정하고, 그들을 사랑하며, 그들의 삶과 행복을 축복하는 사람이 되고자 오늘도 책을 읽는다. 작가가 책들을 위해 주방을 간단하게 계획한 이유까지도 공감하게 된다. 마당이 있는 작은 집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작가의 집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특히 학살을 경험한 살아남은 자들이 온전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책에서도 만나면서 기억나는 장면으로 남는다.


이곳은 그녀의 집. 톱을 깔고 자는 어머니와 밤이면 섬망에 시달리며 산으로 올라가는 아버지의 집

- P51

행렬. 그 모든 행렬들. 아메리칸인디언들. 아우슈비츠. 내가 그 밤 서울에서 본, 머리가 길고 걸음이 느린, 총을 든 사람들의 행렬 - P51

더 살아낸 뒤 죽기 전의 순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인생을 꽉 껴안아 보았어. (글쓰기로) 사람들을 만났어. 아주 깊게, 진하게. (글쓰기로) 충분히 살아냈어. (글쓰기로) 햇빛을 오래 바라봤어. - P166

학살에서 살아남은 부모를 둔 친구의 집에서 하루를 보낸다. - P49

구덩이 안쪽을 느끼려고 책상 아래 모로 누워 있지 않아도 된다. 검색창에 ‘학살‘이란 단어를 넣지 않아도 된다... 울지 않아도 된다. - P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모의 뜻에 따라 신학공부를 하다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말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양치기가 되어 하늘을 읽으며 땅을 읽는 삶이 시작되면서 배우고 깨우친 것들이 전해진다. 삶의 의미, 인생의 의미, 행복의 의미, 고단한 삶의 의미까지도 주인공이 사유한 흔적을 따라 마주하게 된다.

양을 비유하면서 설명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양에게는 물과 먹이만이 중요하고 만일 자신이 괴물이 되어 양들을 차례로 죽여도 양들은 자기 친구들이 거의 다 죽고 난 후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게 될 거라고 한다. 무엇에 의지하다가 본능에 따라 사는 법을 잊어버리는 것이 얼마나 삶을 위태롭게 하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들이 단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소비지향주의에 길들여지는 삶보다 자립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진다.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경제력의 지표가 된다. 자본주의에 길들여지지 않고 자립능력이 얼마나 중대한지 엿보게 된다.


비유되는 양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삶은 부유하는 삶과 다름이 없는 삶으로 명명된다. 『고도를 기다리며』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삶의 지표가 되는 내용들이 전해지는데 비유된 양처럼 살아가는 부류가 어떤 삶인지 살펴보게 하는 작품이다.

아무런 간구가 없는 기도를 처음으로 경험하면서 그가 이해하고자 애쓴 것의 의미를 조우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신학을 공부한 그가 경험한 것과 특별한 경이로움을 깊게 호흡하면서 지난날 비슷한 경험을 하였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자발적으로 삶을 선택하고 경험하며 깨달은 것들의 경이로움과 여행길에서의 깨달음, 익숙한 일상에서 놓쳐버린 것은 없는지 둘러보게 하는 작품이다. 『돈키호테』소설에 등장하는 산양치기의 인상적인 대화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삼체』소설의 과학자들이 하늘과 우주를 관찰하면서 '하나가 살면 모두가 산다'는 강한 메시지도 함께 상기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한강 작가의 『빛과 실』책에서 작가의 질문과 연결된 끈이라는 내용까지도 이어진 소설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질문을 하여야 한다. 피상적인 것이 아닌 진중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 『빛과 실』책에 등장한 광주 야학 교사의 일기속의 기도내용꺄지 부여잡게 하는 작품이다.



파울로 코엘료는 문학 연금술의 비밀을 알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만일 어느 순간 내가 괴물로 변해서 자기들을 차례로 죽여버린다 해도, 양들은 자기 친구들이 거의 다 죽고 난 후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차릴 거야. 그건 다 내게만 의지본능에 따라 사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지. 내가 자기들을 먹여 주니까.

짧은 생애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하는 것도, ... 인간의 언어를 못 알아듣는 것도 양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양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물과 먹이뿐이었다.


그 연금술사는 이백 살이 넘어.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천지만물 중의 그 어느 것이라도 될 수 있어.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이해할 수가 있어.

그것은 이제껏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기도였다.

아무말도, 아무런 간구도 없는 기도였다....

고요 속에서, 그는 ....

그 무엇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보물이 있는 곳에 도달하려면

표지를 따라가야 한다네...

각자가 따라가야 하는 길을 적어주셨다네...

적어주신 길을 읽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나비는 행운의 표지란다.


문제는 양들이 새로운 길에

관심이 없다는 거야...

목초지가 바뀌는 것이나

계절이 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지...

그저 물과 먹이를 찾는 일밖에 몰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브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111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희뿌연 공기가 가득한 여름날을 보면서 위태로움을 예견하면서 펼친 소설이다. 2057년 서울은 바다에 잠겨있고 그 삶에 익숙한 아이들과 어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들려준다. 서울이 바다에 잠길 때까지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질문을 아낌없이 쏟아낸 소설이다.

두 인물이 내기를 시작하면서 바다 깊은 곳에서 발견한 물건이 이기는 게임의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깊은 바다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기계인간이 발견되면서 기계인간이 된 소녀의 삶과 죽음을 조우하게 된다. 자신의 죽음까지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기계소녀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질문이 쏟아지는 소설이다. 삶과 죽음 앞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사는 이유와 누구를 위한 삶인지도 자문하게 한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살아진 이들이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까지도 살펴보면서 스스로 바다로 걸어들어간 누나를 이해한 삼촌이 누나를 살리고자 보살폈지만 누나의 죽음 이후 죄책감에 빠진 삼촌을 바라보는 이야기와 과외학생의 죽음마저도 삼촌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갈등으로 엉킨 실타래들이 하나의 실마리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미지의 서울> 드라마도 그러하다. 오해하고 표현하지 않아서 서로의 진심이 엉켜버린 채 방치된 세월과 수많은 감정들이 어느 순간 진실을 알게 되면서 서로를 향했던 원망과 오해들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게 된다. 이 소설에서도 인물들의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아끼게 된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을 지우지 않고, 잊지 않고, 피하지 않으면서 고통을 직시하고 고통스럽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주어진 시간과 삶을 헤쳐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작품이라 좋았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드라마에서 해숙은 힘든 고통을 지우고 살아간 이유가 전해진다. 감당하기 힘들어도 고통을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소설의 문장을 통해서 엿보게 된다. 서로 이해하고 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임을 직시하게 한다.

소녀의 암과 부모의 기대는 상당한 간극을 이룬다. 소녀와 어머니가 나누는 대화 장면의 답답함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소녀는 기계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기계인간이 되어 있는 현실에서 자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친구가 존재하고 명령어가 아닌 말을 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큰 울타리가 된다. 정신적인 유대와 교감이 얼마나 중요하지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미숙해서 실수도 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솔직함과 공동체의 표본을 볼 수 있었던 소설이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이지만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집단의 단체행동을 보이는 기성세대의 오차가 없는 공동체 표본에 실망감을 감추기가 어려워질 때 이 소설의 아이들의 모습은 기성세대가 배워야 하는 교과서라고 표명하게 된다. 그래서인가. 작가가 펼쳐놓는 허구의 이야기가 더 매력적일 때가 많아진다.

가상이지만 낯설지 않은 위태로움이 도사리는 우리의 이야기라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 읽은 이야기이다. 전쟁마저도 두려워하지 않고 외교 문제도 복잡한 지리적 위치에 있는 나라임을 잊어서는 안되는 시대이다. 파괴된 환경을 계속 묵시하고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야 하는 이유들이 명확해진다. 환경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실천들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들도 함께 살펴보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은 작품이다.









고통을 지우는 게 아니라, 잊는 게 아니라, 피해 가는 게 아니라, 그저 마주 보면서도 고통스럽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것... 다른 시간의 발판이 된다는 것. - P169

왜 살아야 해? 누구를 위해서 그래야 하는 거야? - P151

삶이 필요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 - P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