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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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얼굴』, 『가녀장의 시대』는 이슬아 작가의 작품으로 더 다가서게 한다. 이 소설은 강열한 잔상을 남겼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 큰 획을 긋는 내용을 담는다. 가부장 시대가 절대적이라고 지금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고수하는 가까운 지인들을 떠올리면서 시원한 내용을 가득히 담아낸 작가의 소설이라 개운한 맛을 느끼면서 읽은 작품이다.

백화점의 약속한 사람을 기다리면서 청소 노동자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검은 머릿수건, 검은 작업복을 입은 남녀 청소 노동자들의 움직임은 분주하고도 조용하였다.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핫플레이스에서 그들의 노동 덕분에 아주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었다. 반면 식당가의 직원들은 밝고 깨끗한 옷차림으로 고객들의 눈에 띄는 복장을 하면서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두 노동자들의 작업복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면서 암묵적인 노동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을 이 소설의 어머니의 가사노동의 가치와도 연관성을 떠올리게 된다.

가부장 시대의 여성의 노동은 놀고먹는 여자로 임신과 출산, 요리, 설거지, 청소, 빨래, 육아 돌봄 등 모든 가사 노동은 무가치로 치부된다. 현대사회는 맞벌이 시대이지만 여성은 임신, 출산, 양육, 요리, 수많은 집안일을 남편과 어떤 분배를 하고 협의했는지가 궁금해진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가사노동의 가치와 요리라는 고유성의 가치를 조밀하게 들여다보고 들추어낸다. 같은 요리이지만 누군가의 요리 솜씨는 고유성과 절대적 가치를 내포하면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하찮은 가사노동자, 하녀와 다름없는 가치로 여성의 수많은 삶과 노동을 뒷마당으로 밀어버린 것이 누구였는지, 그들이 지금도 고수하고 있는 절대적 가부장의 시대는 지금도 고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질타하는 유쾌하고 시원한 소설이다.

시원시원한 큰 파도가 되어 여름을 강타하는 장편소설이다. 모부라고 명명하는 작품의 의미, 가녀장의 의미는 자신의 위치를 되찾고 가치를 부가하는 소설이다. 가부장 시대의 관습에 아직도 길들여지고 의심하지 않고 답습하는 삶을 고수하고 있는 이 시대의 현대인들에게 시원한 맛을 선사하는 소설이다. 딸에게 선물하고 아들에게 선물하면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이야기이다. 평등이라는 의미가 가정에 어느 정도 흐르고 있는지 둘러보게 하는 소설이다. 요리는 누가 하는지, 요리를 누구와 함께 하는지, 살림은 모두가 하고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공평하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지대한 목표가 되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안락하고 누군가는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회는 불공정한 사회임을 드러내는 것이며 불공평한 가족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 우리 사회는 얼마나 불공정하고 불평등한지 차분히 둘러보게 하는 소설이다.

마감이 있는 삶도 있지만 마감이 없는 삶에 대해서 작가는 직시한다. 누군가의 노동은 휴식과 자유가 존재하지만 누군가는 오늘도 계속되는 노동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슬아라는 딸은 낮잠 출판사의 대표이다. 그리고 직원으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고용한다. 월급과 상여금도 지급되며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는 회사이다. 수직적인 구조의 회사이지만 일반적인 회사와 다른 존중이 흐르는 회사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슬아 어머니는 대학에 합격하고도 가난해서 등록금을 납부하지 못하여 입학이 취소된다. 이어진 어머니의 사회생활, 결혼과 며느리의 삶이 조명된다. 수많은 여성들이 가난이라는 이유로 기회를 박탈당하는 시대가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영특하지만 딸은 교육받을 기회를 잃고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을 받는 시대적 상황까지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주어진 삶에 반기를 들지 않고 슬퍼하지도 않았던 어머니는 깊은 속내를 딸은 헤아린다.

슬아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이유도 전해진다. 문학을 좋아했지만 떠나보낸 아버지와 대조적으로 딸인 슬아는 문학을 힘껏 붙들고 있다는 사실도 직시하게 된다. 좋아하는 것을 떠나보내는 것과 힘껏 붙들고 살아간다는 것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즐거움이 뒤따른다. 힘겹고 고충이 있을지라도 좋아하는 일은 나만이 즐기는 기쁨이 되기 때문이다.

노브라를 반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등장한다. 선생님이 학생을 때리는 폭력, 선배가 후배를 향한 폭행이 등장한다. 식당 일을 하는 노동자를 향한 정확한 호칭이 없는 사회에 대해서도 직시한다. 아들에게만 집을 주는 한국 사회에 대해서도 매섭게 질타한다. 잘못된 관습들을 고수하는 사회에 시원한 파도 같은 매서움을 던진 소설이다. 갑갑하게 쌓여있던 것들을 시원하게 대신 쏟아내주는 소설이라 좋아하는 작가이다. 더불어 『날씨와 얼굴』 책 내용들까지도 오버랩하면서 작가의 진중한 목소리와 라이프 스타일을 다시 상기한 시간이다.



식당 일도 엄연한 노동인데 왜 그 직업에 대한 정확한 호칭이 없을까?
- P263

웅이가 훌훌 떠나보낸 문학을 슬아는 힘껏 붙들고 있다.
- P53

바꿀 수 없는 일에 관해서... 그게 진짜로 못 바꿀 일인가? 너무하다! 왜 아들한테만 집을 줘?
- P272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아진 사람
- P52

부엌일하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에, 언제나 실패했지... 자신이 가부장의 실패를 반복했다고 느낀다.
- P234

계속해서 서로를 살리는 당신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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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7-25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해요. 뭔가 좀 통쾌하달까 그러면서 유쾌한 소설이었거든요. 날씨와 얼굴은 안 읽어봤는데 구름모모님 덕분에 그것도 읽어야지 하게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