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뜻에 따라 신학공부를 하다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말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양치기가 되어 하늘을 읽으며 땅을 읽는 삶이 시작되면서 배우고 깨우친 것들이 전해진다. 삶의 의미, 인생의 의미, 행복의 의미, 고단한 삶의 의미까지도 주인공이 사유한 흔적을 따라 마주하게 된다.
양을 비유하면서 설명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양에게는 물과 먹이만이 중요하고 만일 자신이 괴물이 되어 양들을 차례로 죽여도 양들은 자기 친구들이 거의 다 죽고 난 후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게 될 거라고 한다. 무엇에 의지하다가 본능에 따라 사는 법을 잊어버리는 것이 얼마나 삶을 위태롭게 하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들이 단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소비지향주의에 길들여지는 삶보다 자립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진다.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경제력의 지표가 된다. 자본주의에 길들여지지 않고 자립능력이 얼마나 중대한지 엿보게 된다.
비유되는 양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삶은 부유하는 삶과 다름이 없는 삶으로 명명된다. 『고도를 기다리며』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삶의 지표가 되는 내용들이 전해지는데 비유된 양처럼 살아가는 부류가 어떤 삶인지 살펴보게 하는 작품이다.
아무런 간구가 없는 기도를 처음으로 경험하면서 그가 이해하고자 애쓴 것의 의미를 조우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신학을 공부한 그가 경험한 것과 특별한 경이로움을 깊게 호흡하면서 지난날 비슷한 경험을 하였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자발적으로 삶을 선택하고 경험하며 깨달은 것들의 경이로움과 여행길에서의 깨달음, 익숙한 일상에서 놓쳐버린 것은 없는지 둘러보게 하는 작품이다. 『돈키호테』소설에 등장하는 산양치기의 인상적인 대화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삼체』소설의 과학자들이 하늘과 우주를 관찰하면서 '하나가 살면 모두가 산다'는 강한 메시지도 함께 상기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한강 작가의 『빛과 실』책에서 작가의 질문과 연결된 끈이라는 내용까지도 이어진 소설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질문을 하여야 한다. 피상적인 것이 아닌 진중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 『빛과 실』책에 등장한 광주 야학 교사의 일기속의 기도내용꺄지 부여잡게 하는 작품이다.
파울로 코엘료는 문학 연금술의 비밀을 알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만일 어느 순간 내가 괴물로 변해서 자기들을 차례로 죽여버린다 해도, 양들은 자기 친구들이 거의 다 죽고 난 후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차릴 거야. 그건 다 내게만 의지해 본능에 따라 사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지. 내가 자기들을 먹여 주니까.
짧은 생애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하는 것도, ... 인간의 언어를 못 알아듣는 것도 양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양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물과 먹이뿐이었다.
그 연금술사는 이백 살이 넘어.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천지만물 중의 그 어느 것이라도 될 수 있어.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이해할 수가 있어.
그것은 이제껏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기도였다.
아무말도, 아무런 간구도 없는 기도였다....
고요 속에서, 그는 ....
그 무엇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보물이 있는 곳에 도달하려면
표지를 따라가야 한다네...
각자가 따라가야 하는 길을 적어주셨다네...
적어주신 길을 읽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나비는 행운의 표지란다.
문제는 양들이 새로운 길에
관심이 없다는 거야...
목초지가 바뀌는 것이나
계절이 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지...
그저 물과 먹이를 찾는 일밖에 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