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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 찬란한 생의 끝에 만난 마지막 문장들
한스 할터 지음, 한윤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갑자기 찾아온 질병으로 두 번의 큰 수술과 퇴원하라는 병원의 권고의 의미를 알기에 가족은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헤어지는 죽음을 받아들인 모습을 최근에 지켜보면서 죽음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언제나 준비하며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마주 보게 된다.
삶의 철학을 대변하는 문장들이 전해진다. 영원히 사는 삶이 아니기에 오늘의 소중함이 빛을 발하는 아침을 시작하면서 펼친 책이다. 죽음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떠난 사람, 남겨진 사람들이 어른거리면서 주변을 정리하고 떠나는 사람, 남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함께 둘러보게 된다. 죽음 앞에서 당황하였을 사람들이 있다. 온전히 홀로 감당할 슬픔이며 추억일 것이다.
세상의 혼돈이 작가를 얼마나 불안정하게 만들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우울증이 심해진 작가가 시대적 상황을 직시하다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부인과 동반자살을 하게 된다. 『발자크』소설을 미완성하고 『체스 이야기』, 『낯선 여인의 편지』 등을 집필한 작가이다.
링컨과 빅토르 위고, 찰스 디킨스, 체 게바라 등 지성인과 정치인의 찬가를 받았던 주세페 가리발디의 마지막 기묘한 말이 인상적이다. "새들을 놔두시오. 그들은 나를 데리러 온 것이요. 두 마리의 피리새가 창틀에 앉았다." (228쪽) 보편적 사고의 한계성이 얼마나 협소한 것인지 엿보게 된다. 기묘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이 세계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의 간질환, 술탄 중에 폭군이 아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살라딘도 소개된다. 권력의 맛에 취해 정신을 잃은 수많은 인물들도 함께 떠올리면서 살라딘이라는 술탄은 의미심장한 인물로 기억된다. 포악하고 엽기적인 인물 로마 황제 네로도 소개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체 게바라이다. 의학 전공을 한 그가 여행길에 목격한 노예와 빈민의 삶에 큰 충격을 받으면서 삶의 전환점을 가지게 된다.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지면서 가난한 이들의 성자였던 그의 마지막 순간이 전해진다. "당신은 단지 사람 한 명을 죽이는 것 뿐이오." (35쪽) 우리에게도 그러한 한 사람이 있다. 그리움이 짙어지는 한 사람을 떠올리며 읽은 책이다.
간디,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결핵이었던 안톤 체호프에 대한 내용도 소개된다. 읽은 편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익숙한 인물들과 낯선 인물들이 적절히 소개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들이 각양각색으로 전해진다. 소개된 인물들이 남긴 작품들까지 관심이 이어진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진지하게 다시 되새김질을 하면서 깊은 호흡을 하게 된다. 더불어 모진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면서 책장을 펼친 도서이다. 죽음은 그리움이며 회고하는 시간으로 기록된다. 오늘의 발자국들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 거듭 둘러보면서 읽은 내용이다. 응시하고 있는 것,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것, 그것이 무엇이며 어떤 응집의 결정체인지 차분히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사랑하지 않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들이 있다. 흐릿한 형체로 부유하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무의미한 생애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도 모르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책에서 만나는 무수히 많은 작가들을 책을 통해서 획일적으로 주워 담는 것들이 뚜렷해진다. 그것들을 담고 켜켜이 쌓아 올리면서 오늘의 시간을 또렷하게 새기게 해주는 시간이다.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말을 기억하라.
그보다 더 확실한 삶의 철학은 없다.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어렵구나.
_ 루이 14세. 왕
주여, 나를 아프도록 후려치는구려!
하나 그대의 손으로 치기에 나는 흡족하나이다.
_ 장 칼뱅. 신학자
신이여, 영원히 나를 버리지 마십시오.
_ 블레즈 파스칼. 수학자
지금까지 아주 아름다운 꿈을 꾼 것 같소.
_ 모리스 삭스. 장군
하느님은 오늘 밤 내가 평온한 시간을 누리기를 바라셨을 거라오. 216
나의 고통을 덜어준 것은 약이 아니라 자연과 신선한 산의 공기로구나 _ 마리 퀴리
하느님과 언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군요. _ 헨리 데이비드 소로
하느님은 오늘 밤 내가 평온한 시간을 누리기를 바라셨을 거라오. - P216
죽어가는 이에게 죽음이란 불행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남은 이에 대한 불행인 것이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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