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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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한강 작가의 일상의 귀퉁이에 속하는 식물일기에 대한 글과 집필한 소설들을 작업하면서 기나긴 시간들을 어떤 마음과 자세로 집필하였는지 보여주는 글들이다. 시를 마주보면서 작가가 사유한 시간들을 함께 거닐기도 하고 깊고 짙은 슬픔이 드리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간에 대한 질문을 함께 사유한 내용들이다.

누군가는 글쓰기에 전념을 다하고, 누군가는 글들을 읽으며 작가와 함께 짙은 질문들을 주워 담고 깊게 호흡하면서 변화되고 성장하게 한다. 책이 그러하다. 누군가의 사소한 일상을 기록한 글에서 지나치듯 흘려보내지 못하고 글쓴이가 경험한 일상을 통해 함께 사유의 장으로 초대된다. 경계가 없는 공간으로 초대되고 그 공간에서 경험한 기록들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모아서 흘려보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긴 시간을 공들여 읽은 책이며 글이다.


어린 소녀가 기록한 사랑에 대한 질문과 답을 쉽사리 지나치지 못한 시가 등장한다. 시인의 어린 시절의 시와 진정성이 너무나도 청명해서 좋았다. 사랑이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시대이다. 더 플랫폼 2를 보고 글을 기록하면서 어린 시인이 정의한 사랑이 그 영화에 존재하였는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었는지 접목한 시간으로 연결된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랑하지 않는 존재라는 것조차도 인정하지 않는다. 난폭함과 포악함에 경악하면서 본 영화는 한강 작가가 집필한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에서도 다르지 않는 놀라움과 슬픔을 마주보게 된다. 폭력성은 극우주의에 의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났고 한국 현대사에도 기록되는 것을 전 세계인이 목격하면서 역사를 잊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지는 사건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음을 목도하는 시대이다.







작가가 집필하고자 어떤 심정인지 경험하고자 좁고 어두운 곳에 들어가 경험한 것들, 일상 속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과 슬픔의 이유가 소설들을 통해서 경험하게 된다. 작가와 독자가 함께 경험한 슬픔과 고통이 너무 육중해서 쉽게 잊히지 않는 작품들이 된다. 간첩을 거짓으로 만들고 간첩법을 만들어 고통을 주고자 모의하고 계획한 이들이 한국 현대사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 경악하는 시대이다. 가짜 뉴스가 언론을 통해 진짜처럼 조작되는 것, 진위 여부를 따지지도 않는 맹목적인 집단들의 어리석음도 낯설지 않았다.

처음으로 자신의 명의로 산 집을 향한 애착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글들이다. 식물 생명을 지키고 키우고자 노력한 수많은 날들과 마당에 놓인 거울들이 그러하다. 더불어 기록한 식물집사의 일기도 애정이 가득하다. 관심을 가지고 키워야 성장하고 병들면 치유하고자 노력하는 식물집사의 수많은 애정과 흔적과 관찰들이 기록된 글이다. 성장점에 이른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경이로움을 작은 정원을 가꾸면서 지금도 감탄하게 된다. 해충제가 해로운 해충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거미, 개미 등까지도 모두 말살한다는 사실까지도 작가는 기록하면서 변화한다.


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매일 잎 뒷면을 닦고 매일 관찰한 날들이 떠오른다. 관심을 가진 덕분에 식물은 건강하게 지금도 성장하고 있기에 식물 관찰일기는 애착이 가는 내용들 중의 하나가 된다.

죽음을 자주 조우한다. 죽음은 아주 가까이에 있기에 오늘을 행복한 일들로 보내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 순간에 후회하지 않고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오늘도 충분히 읽고, 생각하고, 변화하고, 노력하고자 한다. 어둠보다는 빛을 향하고, 강함보다는 약함을 바라보면서 살고자 동행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 만난 한강 작가이다.


보통 사람을 인정하고, 그들을 사랑하며, 그들의 삶과 행복을 축복하는 사람이 되고자 오늘도 책을 읽는다. 작가가 책들을 위해 주방을 간단하게 계획한 이유까지도 공감하게 된다. 마당이 있는 작은 집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작가의 집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특히 학살을 경험한 살아남은 자들이 온전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책에서도 만나면서 기억나는 장면으로 남는다.


이곳은 그녀의 집. 톱을 깔고 자는 어머니와 밤이면 섬망에 시달리며 산으로 올라가는 아버지의 집

- P51

행렬. 그 모든 행렬들. 아메리칸인디언들. 아우슈비츠. 내가 그 밤 서울에서 본, 머리가 길고 걸음이 느린, 총을 든 사람들의 행렬 - P51

더 살아낸 뒤 죽기 전의 순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인생을 꽉 껴안아 보았어. (글쓰기로) 사람들을 만났어. 아주 깊게, 진하게. (글쓰기로) 충분히 살아냈어. (글쓰기로) 햇빛을 오래 바라봤어. - P166

학살에서 살아남은 부모를 둔 친구의 집에서 하루를 보낸다. - P49

구덩이 안쪽을 느끼려고 책상 아래 모로 누워 있지 않아도 된다. 검색창에 ‘학살‘이란 단어를 넣지 않아도 된다... 울지 않아도 된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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