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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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쿠르상 수상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솔깃했는데 책띠지의 홍보문구에 더욱 눈길이 간 작품이다. 동일한 승객들을 태운 동일한 비행기가 두 번 착륙했다는 사실은 더욱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작품의 중반부를 들어서면서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을 반복하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한 작품이다. 책표지 디자인의 심중한 의미까지도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다. 햇살이 가득한 화창한 하늘과 검은 하늘이 가지는 의미를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작품은 철학적인 내용과 SF 소설, 놀라운 전개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많은 목소리들을 전하고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다양한 소재들과 목소리들이 인물들을 통해서, 사건 흐름들을 통해서 촘촘하게 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매우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던 <아노말리>

(작은 사체 앞에서) 슬픔은 이런 것이려니 하는 상상속 모습을 흉내내지만 실은 아무 느낌도 없다. 13

살인, 그건 능력이기도 하다. 사냥 13

내 몸은 내가 그리지도 않은 선들이 이끄는 대로 사는데 만족했다. 우리는 가장 힘이 들지 않는 저항 곡선을 따라 살 뿐... 마치 공간을 지배하는 양 건방을 떤다. 한계 중의 한계. 어떤 비상도 우리의 하늘을 펼치지는 못하리. 38

블레이크라는 인물의 등장부터가 흥미로웠다. 그의 두 정체성과 내밀한 그의 두 삶과 살인이 능력이라고 말하는 그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은 이후 사건에서 벌어지는 장면도 함께 연결하게 하는 작품이다. 흑인 변호사와 백인 부자의 인물 이야기도 기억나는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백인 부자에게서 무심하게 흐르는 오만함과 유독한 미소, 최상위층의 부에 대해서도 작품은 목소리를 낸다. 철학적인 내용들도 대립하는 두 인물을 통해서 위트 있게 전하기도 한다. 플라톤과 스피노자에 대한 작가만의 문장도 기억에 자리 잡는 내용 중의 하나이다. 듄. 인터스텔라. 스타트렉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도 등장한다. 번역가의 글을 마지막으로 읽고 나서 작품의 마지막 마무리도 이해되는 시간이 된다.

오만한 확신. 유독한 미소. / 남부 백인. 부자 96

최상위층의 부가 서민층이나 빈민층에게까지 혜택을 끼친다는 말도 안 되는 이론이 아직도 이렇게 잘도 먹힌다니. 127

미스 플라톤 대 닥터 스피노자. 스피노자가 졌다. 참패했다. 173

각 종교의 일방적 결정에 복종하는 고분고분한 프로그램들 284

환경을 파괴하고, 숲을 없애고, 바다를 오염시키고, ... 인구를 늘리고, 화석 에너지를 다 써 버린다는 것 283

자유의지와 시뮬레이션, 그리고 쏟아내는 여러 가지의 의문들도 꽤 흥미롭게 경청하게 되는 내용들도 만나게 된다. 쏟아내는 다양한 의문들. 학자들의 다양한 학설들과 일어난 사건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하며 대응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비행기의 탑승객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작품을 만나게 된다. 코드명 3월과 6월이 가지는 의미와 이들이 서로 조우하고 대응하는 반응들도 상이하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른과 아이라는 구분이 모호하기까지 하다. 어른들이 보이는 반응과 아이들이 반응하는 것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아이가 똑같은 3월의 엄마와 6월의 엄마와 생활할 방법을 제안하는 모습도 꽤 밀착해서 만나게 하는 내용이다. 확률적으로 설명하는 작가의 문장과 대조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3월의 엄마와 6월의 엄마도 기억나게 한다.

세상으로부터 물러나 내면의 방황을 아로새길 마음도 전혀 없다... 펄떡대는 불안을 관찰하지만, 어디에 집중할지 알 수 없다. 그는 자기 것이 아닌 인생들의 매혹에 굴복한다.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그 인생을 정확한 말로 풀어내고, 너무 가까워져서 절대로 곡해할 수 없다고 믿기에 이르면 좋겠다. 245

에이비를 향한 끌림을 소진해야 했다. 449

얼음 폭풍에 갇혀 버린 에이프릴. 460

이 시뮬레이션은 .... 궁극의 구원자는 없을 겁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구해야 해요. 440

작품은 다양한 탑승객들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이들에게 갑자기 일어난 사건은 큰 혼돈의 시간이 된다. 과학자들의 명확한 설명도, 신학자들의 다양한 설명도 부족한 사건이 발생한다. 더불어 중국의 반응과 매만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의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반짝이는 섬광의 의미와 이들의 선택이 가지는 의미도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두 하늘이 다르다. 이들이 마주하는 시간도 다르게 전개된다. 그 시점의 다른 두 하늘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포용하고 밀착하면서 서로를 위하는 3월과 6월의 인물들도 있지만 대립하고 갈등하며 불안하고 다른 이름과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하는 3월과 6월의 인물들도 만나게 된다. 다양한 탑승객들의 저마다 사연들도 꽤 진중한 이야기들이 된다. 사랑과 이별, 죽음, 암, 일중독자, 작가의 작품과 자살, 가족 성범죄, 동성애, 종교의 폭력성 등이 떠오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철학적인 대화들이다. 3월의 작가가 선택한 것과 6월의 작가가 답하는 대화들, 3월의 작가가 남긴 문장들을 다시금 읽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더불어 1부, 2부, 3부가 시작되는 내용에 기록된 문장들도 다시금 읽게 된 작품이다. 작가를 만날 수 있었던 이 작품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불행의 이름은 ... 희망입니다. 온갖 나쁜 것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이죠. 인간의 행동을 가로막는 것이 희망, 인간의 불행을 오래 끄는 것도 희망... 진정한 의문은 이거죠. 439

나이듦이 가지는 위축된 마음 상태와 사랑하는 온도는 상이할 뿐이다. 그 상황들이 3월의 건축가와 6월의 건축가에게 어떠한 일들이 전개될까? 영화 편집자이면서 일중독자인 아이 엄마와 아이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가 그려내는 엄마의 모습과 아이가 바라는 이상적인 바램들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된다. 아이가 더 성숙해 보이는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군인 아버지를 둔 두 아이가 그리는 그림들을 기억해야 한다. 엄마에게는 비밀이라고 말하는 아버지. 그것은 아이의 그림에 투영되고 전문가들은 감지한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들에 대응하는 3월과 6월의 두 가족들도 기억해야 하는 인물들이다. 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나치는 순간으로 남겨졌을 일들이다.

자기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 상대는 사랑하지 않는 게 답이다. 그게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325

불행은 그저 얄궂게도 운이 모자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365

이해가 되지 않는 사건이 일어난다. 3월에 도착한 비행기와 6월에 도착한 비행기는 동일하다. 탑승객들도 동일하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나와 같은 동일인이 눈앞에 나타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며 반응하게 될까? 나라는 어떠한 선택을 할까? 다양한 선택의 버튼이 앞에 놓인다. 이들의 선택을 만나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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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쉬운 평생 반찬 요리책 - 요리연구가와 조리명인이 만든 반찬 233
노고은.지희숙 지음 / 아마존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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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지는 몸이 말을 해준다. 건강함을 유지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집밥만큼 좋은 것은 없다. 요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반찬가게를 기웃거리는 것보다는 요리책을 펼치며 좋은 식재료 구입해서 직접 요리하는 것이 더 건강한 지름길이다. 이 요리책은 쉬운 반찬들이 많이 소개된 요리책이다. 난이도가 낮은 단계가 정말 많다. 고급 단계는 약간 소개되는 만큼 요리 초보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요리책이다.

한국인이 즐겨먹는 반찬들이 많이 소개된 요리책이다. 기초부터 친절하게 소개되고 있다. 한국요리는 관심을 가지고 직접 요리하다 보면 기본적인 양념들을 익히기 쉽다. 조리법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인 만큼 조리 순서, 양념법, tip도 꼭 기억하면서 준비하면 맛있는 반찬이 차려진다. 좋아하는 반찬들부터 시작해 보자. 그리고 난이도가 요리들마다 명시되어 있어서 쉬운 단계부터 시작하면 된다.

식단 고민이 많아서 이 요리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휘리릭 넘기다 보면 오늘의 식단이 구성된다. 삼색 식혜가 눈길을 끈다. 좋아하지 않지만 가족들이 좋아하는 식혜이다 보니 요리법을 관심 있게 배우게 된다. 아삭이고추물김치 아삭이고추소박이도 눈길을 끈다. 맛있어서 좋아하는 식재료인 만큼 두 요리법을 배워보는 시간이 된다. 가지를 좋아해서 가지로 요리하는 다양한 반찬 요리들도 관심 있게 배운 요리책이다. 나물 요리들도 제법 많이 소개되고 있는 요리책이다. 신혼부부, 자취 초년생, 주부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요리책이다. 쉽고 간단하게 차려낼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는 요리책. 참 쉬운 평생 반찬 요리책이다. 김치 담는 법도 제법 소개되고 있다. 파김치와 부추김치도 휘리릭 담고 밑반찬과 생선찜도 요리해서 집밥을 차렸던 날. 김치는 얼마나 숙성하고 언제 먹으면 맛있다고도 알려준다. tip들이 제법 많이 소개되고 있는 요리책이다. 요리연구가와 조리명인이 준비한 요리책. 주방에 자리 잡고 있는 요리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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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의 삶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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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인이 되지 않도록 선을 지키려고 애썼다. 하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집안에 의무를 지고 있지만 주제넘게 굴지는 않는 딸린 식구로 남고 싶었다. 274

한 권의 장편소설은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202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장편소설 3권을 모두 읽었다. 한 권의 이야기들마다 작가의 목소리는 묵직하다. 이 작품도 그러하다. 독일령 동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은 전쟁과 군인, 살육, 난폭성, 전쟁의 잔인함과 미처가는 군인들의 눈빛과 죄의 흔적들이 담겨있다. 편협한 사고와 가치관이 선택하는 오점들의 기나긴 흔적들이 그려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소녀의 오빠와 남편이 선택한 젊은 날의 전쟁은 얼마나 빛이 났을까? 그들이 믿었던 독일군을 위한 희생은 진정한 삶이었을까? 전쟁에 광포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의 식민주의에 이용된 아프리카인들의 희생을 볼 수 있었던 이야기이다. 남겨진 가족들과 전쟁으로 이유 없이 희생된 이름 없이 사라진 많은 사람들도 그려내는 작품이다.

넌 네 생일을 직접 고를 수 있어. 163

이 애는 열여섯 살이에요. 여자아이가 결혼하기에는 완벽히 정상적인 나이죠... 이건 무식하고 편협한 짓이오. 164

독일군으로 스스로 참전한 아프리카인 오빠를 기다리는 어린 소녀가 있다.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들로 점철되는 소녀의 기다림의 나날들이 떠오른다. 친부모에 대한 기억도 없는 소녀이다. 친오빠가 있는지도 몰랐던 소녀이다. 이 소녀가 노예처럼 살았던 곳의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가정도 기억나게 한다. 그곳에 다시 돌아간 소녀가 당해야 했던 수모와 고통의 순간, 폭행들.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이 가지는 문명의 힘은 컸다. 소녀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던 용감함과 구출되고 보호받으며 살았던 또 다른 가족과 같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개된다. 전쟁은 금방 끝날 거라는 희망만을 가지고 참전한 친오빠의 생사 소식은 기나긴 세월로 그려질 뿐이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듯한 나라에서... 또 한 번 봉기가 일어났다는 소식... 가운데 쓸모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22

그들은 결혼식 전에 만나지 못했고, 심지어 결혼식 때도 만나지 못했다. 23

<낙원>작품을 먼저 읽고 이 작품을 읽어야 한다. 등장인물의 이후 이야기가 이 작품에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에 깊숙하게 흐르는 가부장적인 사고와 관습, 여성들이 스스로를 더욱 옥죄는 관습들이 이 작품에서도 마주하게 된다. 결혼제도가 여성을 불안하게 하고 친절함을 사라지게 하며 시기와 질투로 여성이 여성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소원하는 모습들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소녀였던 아이가 젊은 아가씨가 되면서 받게 되는 시기와 질투, 오해들로 불안정한 결혼으로 밀어 넣고자 몰아넣는 여성의 모습도 기억나게 하는 작품이다. 여성의 재산권은 온전하지 못하고 여성의 사랑과 결혼도 불안해 보이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 혼돈 속에서도 스스로 자신의 사랑을 찾고, 자신의 감정을 감지하며 용기 내면서 살아내는 두 젊은 연인들의 사랑과 결혼도 등장하는 작품이다.

그가 대롱대롱 매달린 사람, 뿌리 뽑힌 사람, 헐렁헐렁 떨어지기 쉬운 사람이라는 것... 어느 날 문득 나타나지 않고 영영 그녀의 인생에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283

다른 사람에게 매인 몸이 되는 것, 다른 인간에게 신체와 영혼을 소유당하는 것... 그보다 큰 치욕이 있는가? 상인은 ... 소유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수치심을 느꼈다면 그건 아버지와 어머니 때문 315

고의적으로 그녀를 때렸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막을 힘이 없어서 때렸다. 51

온전한 신체로 출생한 두 젊은 연인이 있다. 하지만 탐욕에 눈이 먼 어른들이 어린 소녀를 폭행하며 한 손을 온전하게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만들어 놓는다. 또 다른 소년은 잔혹함과 난폭성에 물이든 독일 군인에 의해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며 긴 시간의 회복 기간과 통증에 시달리는 날들로 채우게 한다. 두 젊은 연인이 가지고 있는 흉터와 얼룩진 이야기들은 서로의 사랑과 온기로 서로를 채우기 시작한다. 이들이 가진 것은 없다. 이들의 결혼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가부장적인 사회, 여성의 핍박, 식민주의에 광적인 집착, 피로 물드는 땅,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이 가진 위력, 유럽 나라의 욕망, 전쟁의 피폐함, 인간성의 상실, 생존 군인들의 남은 날들의 고통과 눈물 등이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자식의 이상한 증세를 보면서 자신이 전쟁 중 저지른 죄를 떠올리면서 고통받는 모습도 보인다. 한 가정에 죽어가는 사람과 태어나는 아이가 공존하면서 전개되는 이후의 이야기도 꽤 흥미롭게 전개된다.

싸울 사람을 찾느라 눈이 벌겠다. 82

전투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군인이 아프리카인(독일군)과 인도인(영국군) 이었다. 141

우리는... 민간인들을 괴롭히고 썰어버리는 걸 좋아하는 무자비하고 화가 난 짐승들이지. 우리 장교들은 두려움을 일으키는 횡포한 전문가들... 우리가 없으면 독일령 동아프리카도 없어. 우리를 두려워하라고. 168

삼십 년 넘는 세월 동안 ... 이 나라 전체에 해골과 뼈가 흩뿌려지고 땅이 피로 젖을 만큼 사람을 죽였어. 70

목사의 천성은 엄격. 프라우는 애쓰지 않아도 착하고 배려 깊고 관대한 사람. 결코 잊지 못할 거야. 337

긴 세월을 기다렸던 오빠의 생존 소식과 이후의 이야기들도 놓치지 않고 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쟁의 훈장을 고대하면서 신청하는 참전 군인의 마음과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의 많은 사람들의 얼굴들에 땀과 눈물이 범벅되는 인물은 대조를 이룬다. 신을 향하는 신전과 예배, 정기적인 행사들은 울림 없는 허상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읽은 작품이다. 인간이 반복적으로 행하는 모든 마음과 행함들이 신을 위한 것인지, 인간의 욕망을 향하는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피로 얼룩진 아프리카 땅의 이야기들이 문학으로도 만날 수 있었다. 작가의 나라, 작가의 작품들은 몰랐던 역사와 이야기들이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만났다. 그리고 전쟁이 가진 난폭성과 잔혹성을 또다시 마주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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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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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은 설레게 한다. 기대하게 되는데 그만큼보다도 더 충족되고 충만해져서 <바닷가에서> 작품을 크게 펼쳐서 보게 한다. 내가 목격했고 배역도 맡았으며 그 끝과 시작이 내게서 뻗어나가는 이 사소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12쪽) 이 작품의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역사이다. 인류가 휘저어놓은 오만과 욕망, 의심 없는 당위성으로 힘차게 걸어들어간 이야기이다.

나는 살아왔지만, 살아버린 것이기도 하다... 예전의 삶이... 무례한 건강함으로 충만하게 고동친다는 걸 안다. 13

끊임없는 불안이 무엇일지를 추측해 보며 이방인의 두 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계속 눈을 뜬 채 볼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보려 하는데 13

어디든 무엇이든 전부 우리의 채울 수 없는 파괴욕으로 폐허가 되어버렸어...수천 명의 난민들이 우글거리는 돌더미. 추방 224

다른 사람들이 가졌던 것을 빼앗았느냐... 왜 그것을 우리 것이라고 부르며 이중성과 무력을 앞세워 번영을 누렸느냐... 권리가 없던 것을 얻기 위해 싸우고 못 쓰게 만들면서까지... 식민주의의 의미. 215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사람의 이야기들을 듣게 한다. 가구점을 한 상인이었던 난민과 망명을 원하는 노인의 이야기와 펜팔 친구의 어머니가 들려주는 유럽인이며 케냐 정착민이었던 식민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무력을 앞세우며 번영을 누렸던 유럽인의 어긋난 욕망에 스스로가 돌아보는 이야기를 들려준 펜팔 친구 어머니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시대는 다르고 공간은 다르지만 저마다의 이야기에는 역사가 꿈틀거린다. 그리고 정착하지 못하고 자신의 것을 가지지도 못한 채 불안에 침체된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난민이 의미하는 것을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펼쳐보게 하는 작품이다. 기나긴 시간을 감옥생활과 잃어버린 가족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는 것과 의지와 다르게 흘러가는 사건들에 던져진 흐름에 난민이 되는 망명을 신청하는 사연까지도 듣게 된다. 그 나라에서 만나는 또 다른 인연과의 만남과 나누는 이야기들도 촘촘하게 연관성을 띠면서 서로를 바라보게 한다. 저는 아주 많은 것을 일부러 잊었어요. (314쪽) 누군가는 기억하지 않고 살기도 한다. 일부러 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의 이야기와 그의 기억 속에 여백을 채워주는 노인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자.

이 순간이 아니라, 진짜 인생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 쏜살같이 흘러가고 있다. 72

나의 삶을 그렇게 살아가면서... 두려움과 의지. 나의 삶을 다른 누군가에게, 사건들에 떠맡기기 225

후세인. 상인 /그 사악한 거짓말쟁이, 그 개자식, 그 악마 272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빌린 이름으로 여행이 시작된 노인이 있다. 그의 망명 신청과 난민이라는 단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빌린 이름을 주시해야 한다. 왜 그의 이름을 사용했을까?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질문을 쉼 없이 하는 인물도 이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뒤섞인 많은 인물들과 이야기들에 여러 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작가의 작품은 또다시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 멋진 작품으로 기억되었다.

후세인이라는 상인을 기억하며 읊조리는 말들이 인상적이다.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의 반복되는 대사와도 같은 인물이었다. 그가 휘젓고 간 흔적들에 파묻혀진 인물들과 사건들은 끝없는 연속성을 띠면서 난민과 망명으로까지 밀어 넣게 된다.

식민주의, 난민, 망명, 율법, 예배, 종교, 여성을 다루고 있다. 여성의 삶과 권리보다는 의무가 강요되고 재산권은 위태롭기만 하다. 여성의 사랑과 진심이 인정되지 않고 있는 사회적 모순과 종교인의 이중적 모습을 예의주시하면서 종교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참을 수 없는 가혹함을 견뎌내야만 하느니, 차라리 까져서 상처가 나고 접질린 채 조용히 사는 게 낫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344

표리부동한 우리 삶의 하찮음을 드러내 보이길 간절히 원합니다. 344

감옥에서 반성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배울 시간을 가졌습니다. 380

상인이 종교를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은 감옥에서 시작된다. 함께 암송하며 예배하는 것을 통해서 반성과 감사를 깨우치게 된다. 오만하였던 날들을 반성하며 소중한 것들을 잃고 나서 살아낸 날들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난민과 망명, 추방이라는 의미를 매만지는 작품이다. 인류 모두의 이야기이다. 오점투성이인 역사의 흔적들을 보게 한다. 욕망에 앞선 눈먼 아버지, 추락하는 어머니, 부서진 가족들을 기억 속에서 지우고 살았던 인물의 이야기도 쓰라리게 듣게 되는 이야기가 된다. 그 방 또한 외로움과 공허감, 오랫동안 조용히 거주한 자의 냄새 (395쪽) 그의 방이 그의 인생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전화를 원치 않았다... 그런 침범을 원치 않았다... (레이철) 방문이 더 좋았다. 329

그렇게 안 하는 편을 택하고 싶습니다. 393

책들이 자주 등장한다. 필경사 바트비, 적과흑, 허영의 시장, 오디세이의 노파 이야기, 일리아스. 이 책들이 등장하는 이유와 인물이 자주 언급하는 대화의 깊은 의미도 떠올리게 한다. 척박한 인생의 뒷자락을 마주하는 시간과 이야기들을 듣게 하는 작품이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가지는 의미는 심중하다. 그리고 서로가 껴안는 위안과 환대의 순간들을 기억하게 하는 소설이다. 단순하지 않고 간결하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연결되어서 완성되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작품에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적의와 경멸과 깔보는 시선을 겪으며 제 삶의 모든... 일들을 껴안고 이곳에서 살아가느라. 이 모든 세월 동안 제가 얼마나 녹초가 되었는지를 생각... 당신의 이야기를 듣기를 고대했고, 그리하여 우리 둘 다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고대했습니다.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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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1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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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스러운 것은 그들이 그에게 살도록 강요한, 그들 모두에게 살도록 강요한 방식이었다. 308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다. 발표가 나면서 그의 작품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3작품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펼친 작품이다. <낙원>은 두께감은 중간 정도이지만 활자 크기가 작고 꾹꾹 눌러서 담긴 느낌을 받게 한다.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작품은 도입부터 충분하게 설레게 하였다. 그리고 잰걸음으로 읽게 하였다. 무심하게 스칠 수 없었든 문장들이 무수히 안겨졌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까지 기대감을 머금게 한 소설이다. 읽다가 여러 번 멈추면서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찾아서 읽게 했다. 빠르게 읽지 못했던 이유들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빼곡한 문장들이 답해준다. 그 문장들을 무수히 여러 번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여러 날 많은 순간들이 이 작품과 함께 거닐었던 시간들이었다.

위험이 도사리는 순간 앞에서도 동요 없이 신을 찾는 상인이 여러 번 등장한다. 아저씨라고도 불리기도 하며 주인님이라고도 불리는 거상이다. 그가 건네는 동전들을 기다렸던 소년이 있다. 그 동전이 주어진 의미, 소년에 투영된 아저씨 상인은 온전한 참모습이었을까? 하나씩 벗겨지는 진실들에 놀라움을 멈출 수 없었던 작품이다. 투자와 채권자, 빚진 부모들과 어린 자녀들. 신을 향하는 목소리와 습관적인 기도들은 진정한 기도였을까? 부모에게서 버려지는 아이들이 갖게 되는 상실감과 좌절감, 무력함은 어떻게 치유되고 보상받을 수 있을까?

당신이 우리를 소유하듯 사람들을 소유하는 것도 잘못이었습니다. 315

약자를 못살게 구는 자들이 여전히 사람을 깔고 앉아 더러운 방귀를 뀌어대는 한... 292

당신은 그분의 노예였잖아요....... 지금도 그분의 노예고요... 자유를 준다고 할 때 왜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죠? 291

저 안에 있는 사람이 이것보다 더 자유로운 것을 나한테 줄 수 있겠니? 292

자유는 그들이 가져갈 수 있는 게 아니야. 292

생명이 있는 어린아이가 거래된다. 이유도 모른 채 유린되는 여자아이의 모습과 갇힌 새장에 살아가는 속박된 노예들의 삶이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등장한다. 주인이 있고 그들의 노예가 존재한다. 법으로 규정하지만 자유는 보장되지 않는 모순적인 사회의 법도 언급된다. 자유를 주겠다는 주인의 제안에 자유를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묵묵히 일하는 정원사 노인의 대화는 놀라움을 전한다. 하지만 곧 낙조하는 현실이 되는 문장도 마주하게 한다.

저들이 행복해하는 걸 봐라. 물가로 가는 어리석은 짐승 무리 같구나. 우리 모두는 저렇다. 무지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편협한 존재들이다. 저들이 뭣 때문에 흥분하는지 아니? 174

돈을 주고 여자들을 데려왔고. 그들과의 사이에 아이들이 백 명이나 태어났다는 소문... 그 숫자도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게 틀림없어... 그 많은 어린 왕자들 때문에 걱정... 그 자신도 솜에 친척 한두 명의 피를 묻힌 사람이지. 그들의 술탄이 그런 것들을 다 하고도 명예만을 얻었는데 그들이라고 안 될 이유가 뭐야? 175

<페스트의 밤>, <족장의 가을> 작품이 떠오르는 장면들도 있었다. 인물들이 목도하며 경험하는 것들과 함께 대화하는 장면들도 매우 인상적이다. 어리석은 짐승, 편협한 존재들이라고 말하는 이유들을 짚어보게 하는 작품이다. 겹겹이 쌓여가는 우리들의 역사는 기억되고 사유되어야 하는 것이다. 유명한 작가들이 작품에서 토로하는 것들의 이유를 이 작품에서도 마주하는 시간이 된다.

그의 부모...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수년 전에 그를 버린 사람들이었다. 이제는 그가 그들을 버릴 차례였다. 305

속박된 자신의 삶을 벗어나고자 유수프는 여러 인물들에게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들에게서 듣는 대답들도 기억하게 한다. 그들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끝없이 비교되며 부족했던 유수프의 모습은 서서히 자신을 찾아가는 삶의 여정의 한 자락이 된다. 무책임한 부모들이 연거푸 작품에 등장한다. 어린 소녀들이 자신의 삶을 견디고 감당하기에는 힘겨운 이야기들이 짐작된다.

자신의 비겁. 개들은 똥을 먹고 사는 자를 보았을 때 즉각 알아보았던 것이다. 322

총과 전쟁, 유럽인들의 무자비에 대해서도 작품은 다루고 있다. 역사를 들쳐보고 있노라면 부와 성장을 거듭한 강대국들의 흔적에는 오점처럼 남겨진 짙은 흉터들이 기억되고 추억된다. 그 역사들은 문학에서도 비켜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경고하며 지켜내고자 한 것들이 무엇인지 이 작품을 통해서도 보게 한다. 마지막 장면의 개와 서로 마주 보는 인물의 깊은 사유가 압도적이다. 그 장면에 떠올리는 깨달음이 우리 사회를 향한 목소리이기도 하다. 주인님의 손을 잡고 찬양하는 노예의 몸짓과 울림들에 무언의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가 붙잡혀 있는 것으로부터 그들이 느꼈던 안도감은 이제 끝났다. 그는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고자 했다. 자유롭게 평원을 돌아다니면서 그들한테 들러 그런 삶을 시작하도록 어려운 교훈을 가르쳐준 것에 고맙다고 할지도 305

유수프의 비상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영국과 독일의 전쟁의 소용돌이가 감도는 상황까지 짐작하게 하는 작품이다. 유수프 청년이 기억하고 경험한 많은 이야기들에 흠뻑 빠져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한 소설이다. 멋진 작품이며 수상한 이유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장편소설 <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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