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집 밤의 집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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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 『방랑자들』과 『태고의 시간들』 , 『다정한 서술자』 ,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소설도 굵직하게 자리잡는 작가이다. 기대감을 부풀려도 좋은 작가이며 어떤 작품이든지 실망을 시키지 않는 작가이다. 가끔씩 책탑을 쌓아 올린 장편소설 코너들을 기웃거리게 된다. 책먼지를 닦기 위해서, 다시 펼쳐서 밑줄 그어진 문장들을 조우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만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작가의 책들을 좋아하여 다시 펼친 가을날이다. 따가운 햇살, 떨어진 낙엽이 가을을 재촉하지만 묵직하고도 깊은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만나는 시간은 새롭기만 하다. 여름날에도 이 책들을 자주 펼쳤다. 그리고 가을날에도 미끄러지듯이 지나치지 않고자 쿡쿡 눌러보게 된다.

점과 같은 이야기들이다. 끊어진 이야기들이지만 남겨진 잔불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이야기로 남는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점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은 특별해지고 고유해진다. 오늘을 살아가는 행보에는 나름의 철학이 담기면서 삶을 직조한다. 어제의 삶과 오늘의 삶은 어떤 철학으로 경작하고 있는지 책은 질문한다. 희망이 없는 어두운 밤하늘만 바라보면서 살아갈 것인지 구름과 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살아갈 것인지는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다. 시인들과 철학자, 예술가, 소설가들이 응시하는 시선의 끝과 움직임을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함께 응시하기도 한다. 사회학과 사회문제, 자본주의의 실체, 민주주의의 움직임과 권력의 양상도 여러 소설과 시, 책들을 통해서 통찰하게 되면서 현안이 무엇인지도 지긋하게 발견하게 된다. 어두운 밤하늘만 보지 않도록 작가들은 무수히 손짓을 가리킨다. 별의 움직임을 주시하라고, 구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치지도 않는 손짓을 작품들을 통해서 무언의 발언들을 쏟아낸다.

이 책에서도 작가의 깊은 통찰과 예리함들을 무수히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밝음과 어두움, 낮과 밤, 낮의 집과 밤의 집이 있다. 확연한 경계선은 없지만 우리는 두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는 집이 있고 다른 하나는 무한하고 주소도 없는 집이 언급된다. 아름다운 옷과 아파트에 성호를 긋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몸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안에 하느님도 없고 텅 비어 있다고 말한다. 내 안에 무엇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진다. 텅 빈 눈동자와 텅 빈 몸으로 습관화된 성호를 긋는 신앙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쉼 없이 관찰하고 통찰한 삶의 깊이가 무엇인지도 전해지는 문장들이다. <도공들>에 대한 내용은 강열하게 전해진다. 도공들의 삶과 일상, 신념들까지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특히 <도공들의 찬송가>는 상징적이다.

우리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지,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될지는 우리들의 능력이라고 말한다. 가장 행복한 사람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아볼수록 가장 불행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떠올려 볼수록 배움과 자기결정, 깨달음,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도 접목하게 된다.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가 가장 중요해진다. 더불어 삶의 지표도 목표와 계획으로만 끝나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찾게 된다. 지층을 이루는 단단한 땅이 되도록 도움이 되는 등불들은 늘 밝혀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세상의 중심은 집과 정원이 아니라는 사실도 엄중하게 전하는 문장도 만나게 된다. 세상의 중심은 도시의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그 너머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충분히 전달하는 작품이다. 전쟁과 군인에 대한 내용도 굵은 선으로 전달하는 소설이다.

우리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지 아니면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될지.

그건 당신의 능력이오. 413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2002년 브뤼케 베를린 문학상 수상



나는 내가 볼 수 있는 만큼 많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 - P380

세상의 중심은 이제 집과 정원 어딘가가 아니라 저 밖으로, 도시의 특정 장소는 아니지만 그 너머 어딘가로 옮겨졌다. - P416

몸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존재들인 까닭에 그 안에는 하느님이 없었다. 그들은 비어 있었다. - P398

아름다운 아파트와 눈길을 끄는 최신 유행의 옷...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성호를 긋고... -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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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
안셀름 그륀 지음, 김현정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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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책을 통해서 안젤름 그륀을 알게 되면서 수많은 저서들 중의 한 권인 이 책을 기쁜 마음으로 펼치게 된다. 행복이 무엇인지 질문을 할수록 실체는 분명해진다. 행복한 삶은 곧 만족하는 삶이라고 저자는 명료하게 설명한다. 책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었고 책장을 넘길수록 놓치지 않도록 삶의 지표를 더욱 분명히 할 수 있었던 내용들이다.

'만족'의 의미는 과장되지도 않고 거짓말하지도 않는 것을 의미한다. 숨기지도 않고 떠벌릴 필요도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쉽게 설명한다. 편안하고 안정된 삶으로 이끌어주는 만족이라는 삶이 얼마나 풍요롭게 우리를 살리는 단어인지 되찾게 해준다. 이미 충분하다는 것이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깨닫게 된다. 이것은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며, 쉼 없이 욕망을 부추기는 것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것임을 알게 해준다. 만족이라는 것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일상이 되도록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된다.

평균이라는 수치로 자극하면서 더 많이 일하라고 부추기는 언론의 의도까지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자본주의는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지만 상대적인 빈곤감에 더 많이 노동하고 노예가 되도록 자극을 받는 사회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자극제가 무엇이며, 무엇을 그만두어야 행복해지는지도 서서히 깨닫게 된다. 모든 국민들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의 유익함과 무익함을 동시다발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깨어있지 않으면 욕망과 뇌과학이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충분한 소득을 가지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은 소비활동으로 지출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넉넉한 수입 활동을 하지만 불필요한 소비활동을 무분별하게 하고 있는 패턴을 확인할 필요가 절실해진다. 필요한 만큼만 소비한다면 충분히 넉넉하지만 과소비로 불필요한 지출을 멈추지 않는 현대인들을 자주 목도하게 된다. 무분별한 소비를 멈추려는 노력이 절실해지는 현대사회이다.


감사보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다. 만족이 습관화되지 않으면 불안에 침식되기 쉽고 스트레스를 소비활동으로 표출하거나 과식을 하면서 자학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대출과 신용대출, 할부를 습관화하다가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을 쉽게 보게 된다. 가지지 못한 것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자주 떠올리면서 감사하는 생활이 얼마나 풍요롭고 행복해지는 지름길인지 확인하도록 이끌어준다.

소박하게 사는 것,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을 멈추는 것이 왜 필요한지도 알려준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 행복을 찾는 방법임을 만나게 해준다. 가지지 못한 것을 늘 갈망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지키며 사랑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만족이라는 단어들을 저자의 책 덕분에 많이 이해하게 된다. 독일어로 '만족'이라는 단어에는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라는 뜻이며 '평화를 향해 나아간다'라는 의미이다. 평화는 소유물이 아니며 평화를 가지기보다는 불만족에서 벗어나 평화와 만족에 이르는 길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된다. 그것을 숙제로 삼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신앙생활이 습관화되어서도 안된다. 마음과 발걸음과 손길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끊임없는 노력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머리로 아는 것과 매일 노력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부족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돌아보면서 영혼의 빈곤함으로 그늘진 곳이 없기를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내용이다. 만족과 행복, 세상의 가치보다는 영적인 성장을 더 많이 주워 담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해 보면서 읽은 책이다.

'과도한 만족감'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사회적 갈등과 부조리를 무관심하게 보는 것은 결코 올바른 지성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이기적인 삶과 과도한 만족편협한 만족이라는 것도 꼬집는 저자의 목소리를 매섭게 듣게 된다. 종교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며 포용하고 안아주며 이해하는 행동이 뒤따라야 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편견과 차별, 혐오로 대치하는 상황이 점점 심해지는 사회에서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행동해야 하는지도 만족과 마음의 평화라는 놀라운 경지를 통해서 통찰하게 된다.

소외되지 않는 사람들, 모두가 선택받고 행복해지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둘러보게 한다. 루소가 말하는 소박한 삶과 플라톤이 말하는 '도시의 파수꾼'의 삶이 소박한 삶임을 기쁜 마음으로 깃발을 세우게 된다. 하인리히 고데프리트 수도사 말한 '만족에 이르는 3가지 방도'도 무수히 읊조리면서 살아가게 한다. 자신과 타인, 하느님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하게 해준다.

만족은 평온한 상태,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 평화를 향한 능동적인 움직임 - P18

하루하루의 일상과 현재에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도 만족합니다. - P15

‘과도한 만족감‘이 문제가 될 때도 있습니다. 남들의 고통이나 사회적 갈등, 부조리 등, 이 세상의 모든 문제가 자신과 전혀 상관없다고도 생각합니다. 세상일에 무심하고 그저 자신의 편안한 삶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과도한 만족은 이기적인 삶의 방식에서 생겨난 편협한 만족일 뿐입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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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해방 - 치매, 암, 당뇨, 심장병과 노화를 피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피터 아티아.빌 기퍼드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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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만성 질환인 심장병, 암, 치매, 당뇨병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근원적으로 막고자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궁금해진다. 임상 연구비로도 많은 비용을 막대하게 지불하면서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도 설명된다. 다양한 건강도서들이 꾸준히 출간되는 만큼 무엇이 정답인지 기웃거리다가 이 책에서도 또 다른 저자만의 현안들을 제시받는다. 읽지 않으면 함께 고찰해 보지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노력하여도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수치들을 다시 정비하게 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것에 공감하면서 다시 둘러보게 된다.

1. 영양 과다 상태인가, 영양 부족 상태인가?

2. 근육량이 충분한가, 부족한가?

3. 대사가 건강한가, 건강하지 못한가?

최근에 대학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였고 결과가 앱으로 나와서 전체적인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좋은 결과 수치를 나타내면서 만족도가 높았는데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되면서 이 책이 제시한 질문들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만성 질환과 노화는 늦추고, 막고,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책이다. <타이탄의 도구들> 저자의 추천도서이기도 하다. 두께감이 상당하여 조금씩 꾸준히 자주 펼쳐보면서 읽게 된다. 이 책만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된다는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인 만큼 현대의학의 사고와 대처법을 어떻게 뒤집는지도 귀추를 주목하게 된다.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한다. 기대수명건강수명은 확연히 다르다. 영국의 기대수명은 79.4세이지만 평균 건강수명은 63.1세라고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수명이다. 건강하게 아프지 않고 나이듦이 중요해진다. 건강 신호에 적신호가 왔던 순간이 있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적신호이지만 처음으로 진지하게 삶과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바뀐 것들이 무수히 많아졌다. 잘못된 생활습관들, 화학제품 사용부터도 제한을 하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식단도 조절하면서 점차적으로 달라진 건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도 다르지가 않다. 6개월 전보다도 더 건강해진 혈액과 뇨검사 결과에 감사할수록 흐트러지지 않고, 게으름피우지 않은 자신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게 된다.

표준 식단이 당신의 건강을 위협한다. 499

모두가 하고 있는 식단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전해진다. 자신의 상태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운동법도 다르지가 않다. 건강하게 늙어가기 위해서는 최대한 일찍 개입할수록 좋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장수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모두 건강하게 관리하도록 이끄는 제시법이다.

의학 3.0의 목표가 제시된다. 이념과 종교를 넘어 과학으로 먹으라고 한다. 식사법이 아닌 '영양생화학'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해하게 된다. 너무나 오염된 식사법이라는 표현에 눈길이 머무르게 된다. 식사법 전쟁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뼈밀도와 완경기 여성의 근육운동에 대해서도 설명되는 내용도 유익하다.

저자가 제시하는 운동법과 영양생화학에 주목해 보자.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꺼이 동참할수록 건강수명이 높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길 것이다. 아프지 않고 나이듦이 가장 큰 목표이다. 어깨 운동 후유증으로 한 달을 넘게 치료하면서 이제서야 완전히 통증이 사라지게 되었다. 운동도 어떤 단계가 필요한지, 어떤 운동법이 자신에게 맞는지도 살펴야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근력운동법도 새롭고 흥미롭다. 근육을 늘려야 하는 이유와 완경기 여성에게는 더욱 어떤 운동이 필요한지도 쉽게 설명된다. 다양성과 개인성을 고려하면서 식사와 운동도 살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표준 식단이 당신의 건강을 위협한다. - P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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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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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누구의 관점에서 서술되었는지가 중요해진다. 신화에 가려진 여자가 있다. 읽고 나서 마녀에 대한 책들도 함께 떠오르면서 14살 여자의 머리카락을 사라지게 하고 뱀들이 머리카락을 대신하도록 벌을 내린 아테나라는 신과 포세이돈과 제우스라는 신도 살펴보게 된다. 아름다운 메두사를 질투하는 사람들과 아테나의 질투는 메두사에게 가혹한 징벌과도 같은 괴물이라는 신화로 남겨지게 된다. 사람들에게 전해진 메두사는 괴물이었지만 진짜 괴물들은 누구였는지 이 책을 통해서 되짚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아름다운 여자 14살 메두사를 질투하는 타인들의 시선과 말로 메두사를 거침없이 베어내는 말들은 칼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메두사에게 남겨놓는다. 포세이돈과 제우스라는 신이 아름다운 여자들을 어떻게 불행하게 만들었는지도 이야기로 전해진다. 신화 속의 여자는 괴물로 남겨지면서 흉측한 여자로 상징된다. 하지만 14살 메두사가 괴물이 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름다운 여자라는 이유로 괴물이 된 메두사의 남겨진 삶은 합당한 벌이었는지 질문을 던진다. 다니에라는 아름다운 여자도 메두사와 다르지 않는 여자의 삶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폴리덱테스와 결혼을 하였는지 운명에서 탈출하였는지도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여자로 태어나면서 감당해야 하는 삶은 순탄하지는 않다. 신화에 등장하는 메두사는 모든 여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던지는 인물이 된다.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자신을 괴물로 볼까 봐 두려워서 자기가 성장한 밤의 변방이라는 아름다운 곳을 떠나게 되었던 이유들도 살펴보게 된다. 두려움에 침식당하고 섬에서 두 언니들과 생활한 메두사는 동굴에서만 생활하게 된다. 우연히 섬을 찾아온 어느 젊은 남자를 발견하면서 동굴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된 메두사에게도 희망이라는 빛이 찾아올 수 있을지 응원하면서 읽게 된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그가 받아들일 수 있기를 수없이 응원하지만 그는 메두사라는 존재를 알게 되면서 돌변한다.

메두사가 사랑한 남자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의지로 섬을 찾았다. 그리고 메두사의 진실된 이야기들을 모두 들었지만 그는 메두사가 가까이 오지 말라는 말도 무시하게 된다. 메두사의 부탁도 무시하면서 찾아오는 재앙은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 말을 남기게 된다. 절벽 끝에 세워진 동상은 메두사에게 거울이 되는 가르침으로 남는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는 다짐에는 당찬 의지를 담으면서 세상 속에 두려움으로 자신의 동굴 속에서 숨어지내는 여자들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는 여자 메두사로 남는다.

세상 밖에 사는 여자이지만 절대 외롭지 않다는 메두사가 있다. 여성들을 명예와 자유와 기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당찬 의지를 전하는 메두사는 신화를 얕은 무덤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찬란하게 솟아오르도록 스스로 기억되는 길을 찾도록 이끌 것이라는 의지를 전한다. 높이 든 방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메두사는 말한다. 창문에 비친, 거울에 비친 여자의 모습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메두사는 더 이상 아테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더 이상 도망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평생 다른 이의 힘을 두려워하느라 나의 힘을 생각하지 못했다. 205

페르세우스 동상. 절벽에 세워둘 거야.

우린 늘 도망치며 살아야 할까?

아니 이제부터 우린 도망치지 않아. 210

사악한 의도로 접근한 포세이돈과 메두사의 목을 잘라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페르세우스, 제우스, 폴리덱테스까지도 메두사 신화를 통해서 면밀하게 살펴보게 된다. 신화를 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의도가 무엇인지도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살고 싶고, 친구가 필요했고 연인이 나타나서 사랑한 메두사가 절망하면서 깨다는 것은 확고해진다. 아름다웠던 메두사는 바다를 좋아했고 낚시를 좋아했지만 포세이돈에 의해, 아테나에 의해, 타인의 질투와 말과 시선 때문에 섬을 떠나게 된다. 동굴 생활을 하고 외롭게 고군분투하면서 섬생활을 하였을 4년간의 메두사는 고작 18살에 불과하다. 여자이기에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생활과 외로운 생활을 하였던 메두사는 두려움에도 침식되었다는 것이 전해진다. 하지만 절벽 끝에서 메두사의 목을 베려고 나타난 메두사가 사랑한 남자가 메두사의 모습을 보고 나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확인하면서 메두사는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알게 된다. 강해졌고 도망가지 않는 여자가 된다.

그만 눈을 뜨고 똑바로 봐.

난 살고 싶은 것뿐이야.

그저 나 자신이고 싶은 것뿐이라고. 193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그동안 사람들은 너에게 친절하지 않았어.

사람들은 너를 질투하고 탐냈어.

그다음엔 너에게 잔인했고, 너를 함부로 판단했지.

넌 매번 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었어. 163

세상 속에는 메두사처럼 괴물과 같은 여자를 만드는 사건들이 많이 전해진다. 최근에 경찰에 사건을 접수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들을 자주 듣게 된다. 그 사건들을 들으면서 신화에 가려진 여자, 메두사가 자주 떠올랐다.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으로 살고자 용기를 내지만 비협조적인 권력집단의 행태를 호소하는 사연들을 들으면서 여자가 싸워야 하는 사회적 벽은 너무나도 두껍고 높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고단하고 고통을 수반하는 여자의 삶이지만 좌절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동굴에 숨고 두려워한다면 변화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자의 명예와 자유, 기적은 행동하는 여자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 된다. 단단한 관습과 신화에 길들여져서는 안 된다. 얕은 무덤이라고 작가가 언급하였듯이 그 얕은 무덤을 부수고 나와야 하는 것이 여성의 삶이다. 순응하고 순종하며 괴물이라는 메두사 신화만을 믿고 살아서는 안 된다. 여자는 더 이상 괴물이 아니다. 이 책에서 여자는 약자이며 권력조차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왕이라는 권력으로 여자를 불행하게 만들고자 하는 자, 포세이돈의 악의와 아테나의 질투 때문에 괴물이라고 소문난 신화가 된 메두사가 우리 사회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세이돈과 아테네가 저지른 일은 오랜 세월 동안 통제할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페르세우스가 나를 베려고 칼을 들고 동굴로 들어온 그날, 무언가 바뀌었다. 나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내게도 살 권리가 있었다. 모두가 나를 시험하고 내가 무너지는지 알고 싶어했다. 내 행복과 감정을 제멋대로 쥐고 흔드는 존재라면 사람이든 신이든 이제 지긋지긋했다. 212

나는 세상 밖에 산다. 절대 사람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된다. 나는 외롭지 않다. 바다는 나의 벗... 나는 여성들을 명예와 자유와 기적으로 이끌 것이다... 신화는 얕은 무덤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찬란하게 솟아오른다. 216







아주 오랫동안 포세이돈이 두려워 바다에 나오지 못했다. 이제 더는 그가 두렵지 않다. 오래전 그날 밤 그가 저지른 짓은...작은 벽돌 한 장일 뿐이었다. 포세이돈이 사악한 의도를 품긴 했지만 나의 집은 거대했다. - P212

나는 여성들을 명예와 자유와 기적으로 이끌 것이다... 신화는 얕은 무덤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찬란하게 솟아오른다. - P216

우린 늘 도망치며 살아야 할까? 아니 이제부터 우린 도망치지 않아. - P210

평생 다른 이의 힘을 두려워하느라 나의 힘을 생각하지 못했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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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설명하는 앤드류 세이어의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 『바닥에서 일어서서』, 대럴 M. 웨스트의 부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가』책들을 살펴보면 꽤 흥미롭다. 부자들의 부가 대부분 불로소득에서 생겼다는 사실과 부자들의 권력이 부당하고 비민주적이며 착취적인 것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더불어 부자들에게 지원하는 체제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언급하면서 부자들이 누리는 지원을 멈추어야 하는 이유들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골목상권과 산골 시골마을까지도 대기업이 장악한 모습을 목격하면서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빽빽하게 골목상권을 다양한 상호들로 장악한 대기업의 모습에 99%는 힘없이 무너지는 것이 현대사회의 현주소임을 목도하게 된다.



땅을 소유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세금이 어디에 쓰이며 어디에 사용되지 않는지도 어렵지 않게 확인하게 되는데 소외된 사람들이 누구이며 그들이 얼마나 부당함을 당하는지도 쉽게 목도하게 된다. 선택받지 못하는 집단이 누구인지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공정하지 않는 사회는 부패하고 부정한 사회임을 공포하는 것과 다름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상위 1% 부자들의 투표율은 일반인보다 두 배가 더 높다'라는 내용은 전하는 『부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가책을 다시펼쳐보게 된다. 짖지 않는 개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져다 놓는지도 경각심을 가지면서 확인하게 된다. 불평등한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언급되는데 국가 정책을 만들고 정치를 쥐고 흔드는 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살펴야 하는 시대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무관심과 냉소에 익숙한 자는 또 누구인지도 질문을 아끼지 않는다. 부자들의 민주주의와 99% 에 해당되는 노동자들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대조되는지도 쉽게 설명한다.





주제 사라마구는 소설에서 고난과 노동시간에 대해 언급한다. 고난이 노동자의 피부를 두껍게 만들어주었다는 것과 8시간의 노동권리를 얻기 위한 싸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무관심과 냉소가 아닌 관심과 외침이 정당한 것을 요구하게 이끈다는 것을 확인할수록 격차가 벌어진 부의 불평등을 여러 책들을 통해서 진단해 보게 된다. 접점이 없을 듯하지만 묘하게도 이 책들은 같은 의지, 같은 열정과 관심을 표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땅을 가진 자들, 지대가 불로소득이라는 사실도 설명되면서 그들을 위한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이해시킨다.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이 소외되지 않는 사회, 일할 권리와 쉴 수 있는 권리가 조화롭기를 기대하게 된다.

자본을 가진 자들과 노동하는 자들의 임금과 노동시간까지도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았던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은 더욱 가치가 가중된다.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 소설도 다르지가 않다. 『반 고흐를 찾아서』 책에서 고흐가 그린 그림들과 관심을 가진 노동자들의 모습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한국의 현대사회에서의 깜박거리는 신호들이 지금도 울리고 있다. N 잡을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알지는 못하지만 노동자의 삶과 죽음은 어둡게 현대사회에서도 유유히 흐르고 있다는 것을 목도하는 사회임에는 분명하다.





부당함을 외치지 않는 사회, 불평등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회는 희망이 있는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여행지에서 도로가 포장되고 도로차선과 횡단보도가 설치되는 과정을 3년만에 본 적이 있다. 거주지는 동시다발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작업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데 왜 여행지는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최근에 여행하면서 이제서야 시민의 안전과 불편이 해소된 것을 경험하면서 이들의 세금과 정책은 한쪽으로 많이 치우친 것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소외된 자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보이는 세상이다.




무엇을 유심히 관찰하는지, 무엇을 질문하는지가 중요해진다. 눈을 감고 등을 돌려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시인들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질문을 던지는 시들은 누구의 노래인지 외면하여서는 안 된다. 소설가들이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들도 같은 맥락에서 흐르는 목소리임을 잊어서는 안되기에 사회학 책들을 기웃거리게 된다. 살기 좋은 사회인지, 불안에 침식당하는 사회인지는 현대인들의 글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하게 된다. 누군가의 눈물, 누군가의 외침을 듣고 보는 사람이 되고자 여러 책들을 다시 펼쳐보게 된다. 땅과 길에 대해 사유한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을 다시 음미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한다.



















<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 >


부자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체제를 감당할 수 없다. 그들은 우리와 지구가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살고 있으며, 그들의 이익은 99%는 물론이고 환경의 이익과도 상충한다. 우리는 이제 부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524


부자들에게 책임을 묻고,그들의 부가 대부분 불로소득에서 생겼음을 폭로하고, 그들의 권력이 부당하고 비민주적이며 착취적임을 드러내는 것 523
















< 바닥에서 일어서서 >

주제 사라마구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일부가 다 갖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는 한

정의는 있을 수 없어. 320

결의의 옷을 입어야 한다.

광야의 외로움이라는 옷을 입어야 한다.

고난은 그의 피부를

아주 두껍게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여덟 시간 노동의 권리를

얻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데...



































부자들에게 책임을 묻고,그들의 부가 대부분 불로소득에서 생겼음을 폭로하고, 그들의 권력이 부당하고 비민주적이며 착취적임을 드러내는 것 _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 - P523

일부가 다 갖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는 한 정의는 있을 수 없어. _바닥에서 일어서서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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