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집 밤의 집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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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 『방랑자들』과 『태고의 시간들』 , 『다정한 서술자』 ,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소설도 굵직하게 자리잡는 작가이다. 기대감을 부풀려도 좋은 작가이며 어떤 작품이든지 실망을 시키지 않는 작가이다. 가끔씩 책탑을 쌓아 올린 장편소설 코너들을 기웃거리게 된다. 책먼지를 닦기 위해서, 다시 펼쳐서 밑줄 그어진 문장들을 조우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만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작가의 책들을 좋아하여 다시 펼친 가을날이다. 따가운 햇살, 떨어진 낙엽이 가을을 재촉하지만 묵직하고도 깊은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만나는 시간은 새롭기만 하다. 여름날에도 이 책들을 자주 펼쳤다. 그리고 가을날에도 미끄러지듯이 지나치지 않고자 쿡쿡 눌러보게 된다.

점과 같은 이야기들이다. 끊어진 이야기들이지만 남겨진 잔불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이야기로 남는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점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은 특별해지고 고유해진다. 오늘을 살아가는 행보에는 나름의 철학이 담기면서 삶을 직조한다. 어제의 삶과 오늘의 삶은 어떤 철학으로 경작하고 있는지 책은 질문한다. 희망이 없는 어두운 밤하늘만 바라보면서 살아갈 것인지 구름과 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살아갈 것인지는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다. 시인들과 철학자, 예술가, 소설가들이 응시하는 시선의 끝과 움직임을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함께 응시하기도 한다. 사회학과 사회문제, 자본주의의 실체, 민주주의의 움직임과 권력의 양상도 여러 소설과 시, 책들을 통해서 통찰하게 되면서 현안이 무엇인지도 지긋하게 발견하게 된다. 어두운 밤하늘만 보지 않도록 작가들은 무수히 손짓을 가리킨다. 별의 움직임을 주시하라고, 구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치지도 않는 손짓을 작품들을 통해서 무언의 발언들을 쏟아낸다.

이 책에서도 작가의 깊은 통찰과 예리함들을 무수히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밝음과 어두움, 낮과 밤, 낮의 집과 밤의 집이 있다. 확연한 경계선은 없지만 우리는 두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는 집이 있고 다른 하나는 무한하고 주소도 없는 집이 언급된다. 아름다운 옷과 아파트에 성호를 긋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몸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안에 하느님도 없고 텅 비어 있다고 말한다. 내 안에 무엇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진다. 텅 빈 눈동자와 텅 빈 몸으로 습관화된 성호를 긋는 신앙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쉼 없이 관찰하고 통찰한 삶의 깊이가 무엇인지도 전해지는 문장들이다. <도공들>에 대한 내용은 강열하게 전해진다. 도공들의 삶과 일상, 신념들까지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특히 <도공들의 찬송가>는 상징적이다.

우리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지,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될지는 우리들의 능력이라고 말한다. 가장 행복한 사람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아볼수록 가장 불행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떠올려 볼수록 배움과 자기결정, 깨달음,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도 접목하게 된다.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가 가장 중요해진다. 더불어 삶의 지표도 목표와 계획으로만 끝나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찾게 된다. 지층을 이루는 단단한 땅이 되도록 도움이 되는 등불들은 늘 밝혀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세상의 중심은 집과 정원이 아니라는 사실도 엄중하게 전하는 문장도 만나게 된다. 세상의 중심은 도시의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그 너머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충분히 전달하는 작품이다. 전쟁과 군인에 대한 내용도 굵은 선으로 전달하는 소설이다.

우리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지 아니면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될지.

그건 당신의 능력이오. 413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2002년 브뤼케 베를린 문학상 수상



나는 내가 볼 수 있는 만큼 많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 - P380

세상의 중심은 이제 집과 정원 어딘가가 아니라 저 밖으로, 도시의 특정 장소는 아니지만 그 너머 어딘가로 옮겨졌다. - P416

몸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존재들인 까닭에 그 안에는 하느님이 없었다. 그들은 비어 있었다. - P398

아름다운 아파트와 눈길을 끄는 최신 유행의 옷...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성호를 긋고... -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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