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나무 - 스페인 아나야 아동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그래요 책이 좋아요 2
비센테 무뇨스 푸에예스 지음, 아돌포 세라 그림 / 풀빛미디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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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아나야 아동청소년문학상 수상작품이다. 초등문학으로 단정 지을 수없는 내용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읽어낼 수 있는 청소년에게도 권하고픈 책이다. 잔잔하게 가족들이 소개된다. 사건이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스쳐 지나가는 바람같은 대화들과 추억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소녀가 아빠와 함께 산책하며 듣는 이야기들은 켜켜이 쌓여간다.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들도 있었지만 그 이야기들은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아빠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다. 다시금 떠올리면서 아버지가 딸아이에게 들려준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좋은 글귀들을 여러 번 만나게 된다. 스승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멋진 인물을 만나는 여정이다. 주인공 소녀가 만났던 환상 이야기, 경험들, 동물과 식물 등이 전해진다. 자연에서 공통된 분모찾기 놀이가 시작된다. 그 과정을 쉽게 흘려보내고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 이들도 있는 반면 주인공 아버지는 깊이가 다른 이야기들을 소녀에게 계속 들려주고 있다.

동물과 식물이 가진 공통된 분자를 찾기도 한다. 독서가 주는 즐거움뿐만이 아니라 저자가 그려내는 멋진 경험들을 하게 된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그동안 읽어왔던 초등도서와는 다른 분위기가 전해진다. 왜 아동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인지 이해하게 된다. 초등 고학년부터 추천하게 된다. 책의 깊이 있는 가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골에 사는 버지이아는 엄마와 산책길에 숲 속 나무 위 오두막을 발견하게 된다. 나무계단을 올라가서 발견된 책 한 권이 인상적이다. 버지니아 울프 작품인 <올랜도>을 읽는 재미에 빠지게 된다. 남동생들도 <정글북>, <잃어버린 세계>, <로빈슨 크루소> 등 독서의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고전의 매력을 맛보는 아이들은 다양한 작품을 읽게 된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아버지가 들려주는 대화가 눈길을 끈다. 좋은 동반자가 되는 책으로 성큼 걸어가도록 이끄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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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잔 혈액을 말끔하게 청소하는 수프
구리하라 다케시 지음, 최화연 옮김 / 청홍(지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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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고 20분이면 혈류가 개선되는 수프의 효능이 전해진다. 소화기 질환, 간질환, 소화기내과 의사가 전하는 건강도서이다. 베스트셀러로 10만 부 이상이 판매된 도서이다. 중성지방 감소, 고혈압 개선, 동맥경화 예방하는 수프와 운동법, 치아관리법, 마사지법도 설명된다. 고혈당, 중성지방, 스트레스 관리하는 방법까지도 쉽게 설명된다.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혈액을 말끔하게 만들 수 있는 수프이다. 만성 피로, 어깨 결림, 오한과 부종 등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감지해야 한다. 이는 위험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깨끗하지 않은 혈액은 찐득찐득, 끈적끈적, 껄쭉껄쭉하다. 사진자료로 혈액 상태를 확인시켜준다. 오염된 혈액에는 독소가 쌓여서 산소 결핍과 영양 부족을 초래한다. 특별한 질병이 없어도 혈액은 쉽게 오염된다. 혈액을 청소하는 수프를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1일 1회 섭취, 따뜻한 물을 부어서 먹을 수 있는 냉동 보관법이 소개된다. 한 달 냉동보관이 가능하다. 최소 2주 섭취를 권장한다.



깨끗한 혈액을 만드는 데는 너무 늦은 때는 없다고 강조한다. 혈액 오염도부터 체크하자. 3개 이하에 해당하여 안전한 수치이다. 4개 이상은 혈액이 약간 오염된 상태이며 9개 이상은 심하게 오염된 상태라고 설명된다.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체크리스트를 살펴서 하나씩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식후 20분 만에 혈류가 개선된다고 전한다. 심한 사람은 최소 4주가 소요되었다고 연구결과가 설명된다. 튀기고 굽는 요리법이 아닌, 찌고 데치는 요리법이 중요하다. 치아가 좋지 않아도 먹을 수 있고, 식욕이 없어도 먹을 수 있는 수프이며, 과식을 예방시켜주는 수프이다. 토마토, 양파, 연어 통조림, 멸치 가루, 검은콩 가루, 흑식초, 된장이 준비된다. 혈액을 오염시키는 원인 4가지는 당, 중성 지방, 스트레스, 구강의 유해균이다. 중성 지방과 체지방, 스트레스와 과도한 운동, 수면 부족, 과로도 관리대상이 된다. 치주균이 악질 오염 원인이며 치매와도 연관성이 있다. 치아관리는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정기검진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발 양이 감소되는 것도 활성 산소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항산화 물질을 섭취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깨끗한 혈액을 가진 사람은

살이 쉽게 빠지고 잘 찌지 않는다. 57

피부, 손톱 상태가 좋아진다. 60

어깨결림과 부종이 단번에 개선된다. 63

모세혈관 혈류를 개선하여

냉증과 오한을 해결한다. 65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69

생리통 완화 74

빨리 먹기, 많이 먹기 혈당치 스파이크를 부른다. 84

운동 부족, 운동 과잉은 안 돼 91



체온 1도가 내려가면 면역력이 30%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면역력은 병에 걸리지 않는 힘을 말한다. 몸을 움직여서 근육량을 늘려야 면역력이 올라간다. 30회 정도 씹는 습관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수프는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전에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과일 섭취를 멈추고 채소 음료를 먹도록 권한다. 1주일 만에 중성지방 수치가 정상 범위로 내려간다고 설명한다. 밤에 먹는 과일은 독이 된다고 전한다. 저녁 식사 후 디저트는 가장 좋지 않다고 한다. 녹차는 당의 흡수를 완만하게 만들어 혈당치의 급상승을 억제한다. 지방의 연소를 촉진하는 작용도 한다. 녹차를 즐겨 마시는 편이라 녹차의 효능을 더욱 눈여겨보게 된다.

근육을 늘리는 방법은 운동이 유일하다. 취미 즐기기, 가벼운 운동하기, 느긋하게 목욕하기 등 스트레스 요인과 거리를 두는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프와 함께 채소 반찬을 먹어도 무방하다. 반찬만 절반 정도 섭취한 후 마지막에 밥과 반찬을 먹도록 권장한다.



두부튀김과 우엉과 당근 수프, 버섯 수프, 참마와 낫토 수프, 다진 생강을 넣은 수프, 닭가슴살과 콩을 넣은 토마토 수프, 브로콜리와 닭가슴살 수프, 죽 스타일의 달걀과 찰보리와 표고버섯 수프, 양파와 참치 수프, 단호박과 완탕피 수프, 순두부찌개 수프, 닭가슴살 양배추 수프, 새우와 샐러리와 양배추와 적양파 수프, 고등어와 시금치 카레 수프, 나물과 미역과 당면 수프, 파래 달걀말이, 달걀과 굴과 토마토 볶음, 파 듬뿍 달걀말이 등 요리사진과 레시피도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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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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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심훈문학상 대상 수상 ,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의 5편의 단편소설집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예리한 시선과 목소리가 전해진다. 무심한 듯한 대화들이 결코 가볍지가 않다. 죽음이 모든 작품에 등장한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죽음을 우리는 자주 잊으면서 살아간다. 다양한 죽음들을 주시하게 한다. 5가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죽음을 살피게 한다. 다양한 사연과 사건들은 현대사회의 맹점을 예리하게 투영하는 죽음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삼키는 사람이 있다. 삼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몸속에 삼키는 사람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괴물이 되어간다. 몸이 트럭이며, 성전이며, 도서관이라는 대화가 강한 상흔을 남긴다. 우리는 몸을 어떠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 질문하는 글귀이다. 짧은 소설이지만 강하다. 작가의 시선의 끝을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았다. 몸을 곧추세우게 한다. 우뢰같은 음성이 강열해진다.



죽은 사람 얼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마지막 얼굴이 의미하는 것과 수십 년을 압축한 풍경이라는 대화도 주시하게 한다. 이외에도 죽는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사람들의 처음 생각들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죽음은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마지막 얼굴과 한 사람의 인생, 죽는 모습은 매일 가까이에 존재한다. 죽음을 매일 관조한다. 차곡히 쌓아올린 죽음은 아주 가까이에 있기 마련이다. 성찰하며 깊게 조우하는 하루가 된다.



언론의 속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통계와 오진, 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와 피라미드 구조에서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비극까지도 놓치지 않고 다루는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 작품도 꽤 흥미롭다. 미세 플라스틱의 습격은 우리들의 먹거리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식탁에서 제외된 식재료들이 제법 많아진다. 좋아하는 식재료이지만 무서운 독소는 우리들을 공격한다. 민감하게 읽은 플라스틱 섬에서 살아서 돌아온 인물의 이야기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왼>작품에서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적 규범은 정당한 것인가. 차별을 관조하게 한다. 부당한 것들을 둘러보게 한다. 우월하다고 규정하는 것의 기준은 정당한 것인지 진지하게 둘러보게 한다.

질문하는 소설이다. 우리가 암묵적으로 차별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살피게 한다. 호의와 호의가 만나는 악수가 멋지게 그려진다. 폭력과 혐오,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회는 정당한지 질문한다. <스위트홈 시즌1>작품이 떠오른다. 중첩되는 이유들이 선명해진다. 관습을 직시한 에밀리 디킨슨 시인도 생각나게 한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흰옷을 입은 여인>작품을 통해서 그녀의 관점을 떠올리게 한다. 당장 벗어야 하는 것들과 버려야 하는 것들이 분명해진다.​



<차오>작품도 꽤 흥미롭다. 멈추지 않는 욕망에 대해 냉철하게 다룬다. 건축업자와 개발업자들이 하고 있는 일들과 새 건물, 고층 건물, 고층건물의 전망까지도 현대사회를 향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전해진다. 건설중인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는 함축적이다. 위험하다고 울리는 경고음이다. 끊임없는 사고 소식들을 떠올리게 한다. 아파트 건설사의 사고소식, 식품회사, 제빵회사, 물류회사, 화학제품회사 등이 기억나는 소설이다. 관행의 답습과 무서운 부메랑, 안전한 대한민국은 헛된 희망이라고 답하는 사회가 아니기를 소망해본다. ​

버스 여행자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인 <휴가 중인 시체>도 꽤 인상적이다. 버스에 있는 문구 '나는 곧 죽는다' 이 글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눈길을 끈다. 문구때문에 질문 공세도 받는데 버스 여행자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고조를 향한다. 자학하는 아저씨의 모습과 사연들도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상처와 고통을 끌어안으면서 살아가는 버스 여행자 아저씨가 있다. 탐욕에 대해 언급하는 대화가 인상적이다. 죽음 이야기에는 무수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투영된다. 외면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우리들을 향한 이야기이다.



세상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뉘어 있는 게 아니라,

중요한 사람과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뉩니다.

죽을힘을 다해서 중요한 사람이 되도록 해요.

중요한 사람이 되면 당신이 방에 갇혀 있을 때

누군가 도와주러 달려올 겁니다...

그 방을 탈출한 다음부터,

나는 중요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15



그게 언론의 속성. 예전에는 뉴스에서...

매일 떠들더니 이런 건 왜 보도를 안 한대? 63​


플라스틱 독소가... 지방과 근육에 쌓였겠지만,

그 물고기를 먹으면... 몸속에도 독소가 축적 64​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답은 늘 있는데,

우리가 놓치는 걸 거야.

아니면 무시하거나. 113​


호의와 호의가 만날 때처럼...

손을 놓치지는 않되

상대방이 아프지는 않게,

오랫동안 악수했다. 114​


돈은 오른손이 벌고

이득을 취하는 것은 왼손 80​


땅에서 멀어지지 말지어다. 142​


고층은 짓지 말지어다. 규제를 시행.

개발업자들과 싸울지어다?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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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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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알라딘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1위 도서이다. 높은 벽에 둘러싸인 특별한 도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등학교 에세이 대회에서 수상 받으면서 알게 된 16살 소녀와 17살 소년이 서로 주고받는 편지와 가끔씩 만나는 만남 중에 나누는 대화에 등장하는 특별한 도시의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곳의 기묘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소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그 도시의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곳은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특별한 곳이다. 소녀를 사랑한 소년은 소녀의 이야기들을 공책에 기록하면서 모든 것을 흡수한다. 사랑하는 소녀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으면서 소녀와의 교류는 멈추게 된다. 갑자기 증발해버린 소녀를 찾고자 전화도 하고 뒤늦게 찾아가 보지만 소녀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어진다. 소년은 대학생이 되었고 직장인 되었지만 독신자로 중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연인도 있었지만 결혼으로는 이어지지는 못한다. 깊은 상흔처럼 남겨진 소녀의 존재가 너무 크게 자리잡는다.



어느 날 소녀가 들려준 이야기의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특별한 도시에 그가 존재하게 된다. 그 도시에는 문지기가 있고 그림자를 버리라는 계약조건이 암묵적으로 시행된다. 그 도시의 도서관에서 소녀를 만난다. 소녀가 들려준 모습 그대로 도시는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꿈 읽는 이'가 되고자 눈에 상처를 내고 약초차를 마시면서 오래된 꿈을 읽는 자가 된다.

그곳에서 소녀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소녀는 16살 모습 그대로이지만 자신은 나이 많은 어른 남자일 뿐이다. 소녀는 기억을 하지 못한다.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그는 모호한 경계에 있는 존재이다. 모두가 그림자를 버리고 선택한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림자는 도시 바깥에 버려진 후 죽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그림자를 잊지 않는다. 자신의 그림자가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림자가 추론하는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웅덩이가 지닌 두려움을 이겨낸다. 그림자를 자신이 살았던 세계로 돌려보낸 후 갑자기 자신도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그림자를 다시 되찾은 그가 어느 날 이직을 하는 이유와 새롭게 시작한 도서관장일까지도 기묘하게 전개된다. 무언가에 이어져 있음을 그는 감지하게 된다.

내가 생활했던 그 도시는?...

많은 말들이 오가고,

너무도 많은 의미가 만들어져 흘러넘쳤다. 52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15

이곳은 높은 벽돌 벽의 안쪽일까,

아니면 바깥쪽일까. 426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흘러가는 그림자 같은 거야. 13



간소한 살림과 생활력으로 살아가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인물들이 자주 눈에 들어오는 소설이다. 도서관장이었던 인물, 카페 여사장, 화자도 사치스럽지 않게 생활하는 인물들이다.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생활자들도 검소한 생활을 한다. 현대 도시 생활자들의 풍족한 생활습관들과는 확연한 대비를 이룬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것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소녀는 말한다. 그림자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는 것의 의미도 부각된다. 도서관장으로 적임자라고 확신한 이유도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진짜와 가짜가 모호해진다. 높은 벽돌 벽의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우리의 모습에도 거듭 질문을 하게 된다. 진짜의 모습인지, 그림자의 삶인지도 살펴야 한다. 무거운 쇠구슬이 되어 누군가가 밀어주어야 움직이는 그림자는 아닌지도 질문하여야 한다. 소녀가 버린 것은 진짜인지, 그림자인지도 거듭 살펴보게 한다. 감정들을 모조리 배제한 그 도시의 생활과 영속성은 낯설지가 않다.

이 세계에는 간단히 설명해선 안되는 일도 있답니다. 356



<콜레라 시대의 사랑>소설이 등장한다. 카페 여사장이 들려주는 소설의 글귀가 이 작품과도 같은 맥락을 이룬다. "그의 이야기에는 현실과 비현실이,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이 한데 뒤섞여 있어." (671쪽) 진짜와 가짜를 향하는 질문,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면에서 생활하는 화자의 다각도를 멋지게 경험하게 된다. 특히, 도서관장이었던 인물의 인생 이야기도 굵직한 맥락이 되어 전해진다. 고야스 씨의 운명은 친절하지 않았지만 그는 수많은 시간을 이겨낸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죽은 후에도 유령으로 나타나면서 도서관장직을 계승할 인물을 스스로 고르게 된다. 컴퓨터 작업을 배제한 도서관 업무도 독특하지만 부모에게 이해받지 못한 옐로 서브마린 소년을 마지막까지도 이해해 주는 인물이다. 유일하게 아들이 도서관장에게 마음을 열었던 이유를 소년의 친아버지는 끝내 알아내지 못한다. 더불어 소년을 향한 화자의 고민에 명쾌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간단하게 설명되지 않는 일들을 하루키의 소설로 제대로 맛보았다. 양자역학이 무수히 떠오르면서 소설을 이해하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었다. 침묵과 무를 지긋하게 조우하는 작가의 시선도 매력적으로 전해진다. 진짜 내가 생활하고 있는지 거듭 질문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전해지면서 눈을 감고 소중한 것을 잃어버려도 그리워하지도 않는 수많은 군중이 아닌지도 살펴보게 하는 소설이다. 호기심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그 도시의 사람들이 아닌지, 감정도 배제하면서 영원성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이 아닌지도 고찰하게 하는 멋진 작품으로 남는다. 매끄러운 번역과 적확한 어휘들에 매료된 소설이다.

고야스 씨에게는 운명은 결코 친절했다고 할 수 없지만...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조금이라도 그 인생을 유익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있는 힘껏 노력했다. 507


기이한 일들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우리가 가진 언어로 형언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을 함구하면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운명은 친절하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진짜 원하는 삶을 선택하는 용기와 선택과 실천력과 의지가 고야스 씨를 통해서, 화자를 통해서 전해진다. 내면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자신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고통도 두려움도 느끼지 않고 현실 세계를 버리고 도서관의 꿈 읽는 이가 되고자 하는 소년의 특별한 능력을 이해하지 못한 사회와 부모도 부각되는 소설이다. 두 팔을 벌리는 사회 구성원인지도 거듭 돌아보게 한다. 기묘하면서도 마지막에는 하나로 귀결되는 멋진 이야기이다. 바늘 없는 시계탑, 분리되는 그림자, 환상적인 비실체 도시를 무한히 떠올리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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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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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원전 완역본이며 표지 그림은 라틴어 원서 표지 삽화이다. 토머스 모어에 대한 소개글과 그의 초상화도 살펴보게 된다. 읽기 편한 구성이 눈길을 끈다.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는 교양도서로 유용하다. 서문으로 시작해서 제1권, 제2권, 서신과 시로 구성된다. 용어 해설과 해제, 연표까지 이해를 돕는다. 끝없이 질문하고 사유하였던 시간들이 전해진다. 유토피아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사람과 그 이야기를 듣고 책으로 담아낸 저자, 추기경까지도 굵은 점을 찍게 한다. ​

지금과 다르지 않는 사회제도, 법률 등에 대해 논의하고 고민한 흔적들이 전해진다. 왕과 측근들의 욕망이 어떠한 형태로 표출이 되는지 헨리 7세를 떠올리게 한다. 지리적 위치, 환경적으로 유리한 상황인 유토피아라는 섬의 이야기가 근원이 된다. 그들의 오랜 희망과 철학의 접목은 최상의 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제시로 접근한다. 그곳은 하루에 6시간 노동, 공공주택, 경제적 평등, 공유사회 등의 표본이 된다.

그들이 단지 하루에 여섯 시간만 일한다.

노동 시간과 생필품 공급의 의문도 시원하게 답해준다. 116 ​

철학적인 깊은 질문들에 유토피아 사람들은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분별하며 살아간다. 분별하는 힘이 조명된다. 사회제도가 자리 잡기까지 반대 의견이 있었을 것이다. 사회적 문제도 빠르게 처리되는 유토피아의 저녁이 있는 삶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저녁이 있는 삶이 주는 것들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행복한 삶인가. 그들의 가치관도 살펴보게 된다. 똑같은 옷과 외투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들, 중요한 것들과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무엇인지도 유토피아 사람들에게서 배우게 된다. 삶의 가치관과 정신적인 수양, 그들의 놀랍고 놀라운 철학적인 질문과 깊은 사유들을 바라보게 한다. 유토피아 사람들의 관습과 정서도 기억에 남는다.​

값비싼 옷에 호감이 없고,

비단옷을 경멸한다는 것과

금을 하찮게 여긴다는 것.

그들을 존중해서 언제나 소박하고

수수한 옷을 입고 오곤 했다. 137​

그들에게 없는 선술집과 맥줏집, 매춘굴에 대한 글도 굵은 질문이 된다. 전쟁을 하는 이유,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이유, 극소수에게만 밀집되는 부, 대다수의 사람들이 빈곤과 중노동, 염려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선량한 자들이라고 라파엘(유토피아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사람)은 전한다. 그 시대의 왕의 모습과 지금의 다양한 권력자들의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관조하게 된다.

일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나태하고 방종하게 지낼 기회도 없다는 것.

선술집도 없고,

맥줏집도 없으며,

매춘굴도 없다.

타락할 기회도 없고,

숨을 곳도 없으며,

비밀리에 만날 장소도 없다...

여가 시간을 건전하게 보낼 수밖에 없다. 131

한 나라의 중요한 정책들이

그런 오만함과 불합리함과

완고함 가운데서 결정되는 것을 많이 보았고... 36

대다수 왕들은 평화를 이루어내는데

유용한 기술보다는 전쟁을 일으켜서

이기는 일에 더 몰두합니다. 35

이상국의 기본 틀이라고 하는 기본소득, 공공주택, 6시간 노동, 경제적 평등, 공유사회 등을 소개된다.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에 만나보는 꼭 읽어야 하는 교양도서 < 유토피아 >이다. ​"현실에서 유토피아는 대체로 디스토피아로 실현되곤 했다. 그래서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한다." ( 22쪽) 『개인주의자 선언』의 글귀를 읽다가 유토피아 도서까지도 읽게 된다. 유토피아만큼이나 디스토피아 책들을 하나둘씩 떠올려보게 한다. 조지오웰의 『198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한국대학의 끔찍한 디스토피아 『공정감각』, 김동식의 『회색인간』, 미치코 가쿠타니의 『서평가의 독서법』,마거릿 애트우트의 『시녀이야기』와 『증언들』 책들도 함께 추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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