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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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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심훈문학상 대상 수상 ,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의 5편의 단편소설집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예리한 시선과 목소리가 전해진다. 무심한 듯한 대화들이 결코 가볍지가 않다. 죽음이 모든 작품에 등장한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죽음을 우리는 자주 잊으면서 살아간다. 다양한 죽음들을 주시하게 한다. 5가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죽음을 살피게 한다. 다양한 사연과 사건들은 현대사회의 맹점을 예리하게 투영하는 죽음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삼키는 사람이 있다. 삼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몸속에 삼키는 사람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괴물이 되어간다. 몸이 트럭이며, 성전이며, 도서관이라는 대화가 강한 상흔을 남긴다. 우리는 몸을 어떠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 질문하는 글귀이다. 짧은 소설이지만 강하다. 작가의 시선의 끝을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았다. 몸을 곧추세우게 한다. 우뢰같은 음성이 강열해진다.



죽은 사람 얼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마지막 얼굴이 의미하는 것과 수십 년을 압축한 풍경이라는 대화도 주시하게 한다. 이외에도 죽는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사람들의 처음 생각들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죽음은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마지막 얼굴과 한 사람의 인생, 죽는 모습은 매일 가까이에 존재한다. 죽음을 매일 관조한다. 차곡히 쌓아올린 죽음은 아주 가까이에 있기 마련이다. 성찰하며 깊게 조우하는 하루가 된다.



언론의 속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통계와 오진, 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와 피라미드 구조에서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비극까지도 놓치지 않고 다루는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 작품도 꽤 흥미롭다. 미세 플라스틱의 습격은 우리들의 먹거리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식탁에서 제외된 식재료들이 제법 많아진다. 좋아하는 식재료이지만 무서운 독소는 우리들을 공격한다. 민감하게 읽은 플라스틱 섬에서 살아서 돌아온 인물의 이야기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왼>작품에서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적 규범은 정당한 것인가. 차별을 관조하게 한다. 부당한 것들을 둘러보게 한다. 우월하다고 규정하는 것의 기준은 정당한 것인지 진지하게 둘러보게 한다.

질문하는 소설이다. 우리가 암묵적으로 차별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살피게 한다. 호의와 호의가 만나는 악수가 멋지게 그려진다. 폭력과 혐오,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회는 정당한지 질문한다. <스위트홈 시즌1>작품이 떠오른다. 중첩되는 이유들이 선명해진다. 관습을 직시한 에밀리 디킨슨 시인도 생각나게 한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흰옷을 입은 여인>작품을 통해서 그녀의 관점을 떠올리게 한다. 당장 벗어야 하는 것들과 버려야 하는 것들이 분명해진다.​



<차오>작품도 꽤 흥미롭다. 멈추지 않는 욕망에 대해 냉철하게 다룬다. 건축업자와 개발업자들이 하고 있는 일들과 새 건물, 고층 건물, 고층건물의 전망까지도 현대사회를 향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전해진다. 건설중인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는 함축적이다. 위험하다고 울리는 경고음이다. 끊임없는 사고 소식들을 떠올리게 한다. 아파트 건설사의 사고소식, 식품회사, 제빵회사, 물류회사, 화학제품회사 등이 기억나는 소설이다. 관행의 답습과 무서운 부메랑, 안전한 대한민국은 헛된 희망이라고 답하는 사회가 아니기를 소망해본다. ​

버스 여행자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인 <휴가 중인 시체>도 꽤 인상적이다. 버스에 있는 문구 '나는 곧 죽는다' 이 글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눈길을 끈다. 문구때문에 질문 공세도 받는데 버스 여행자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고조를 향한다. 자학하는 아저씨의 모습과 사연들도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상처와 고통을 끌어안으면서 살아가는 버스 여행자 아저씨가 있다. 탐욕에 대해 언급하는 대화가 인상적이다. 죽음 이야기에는 무수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투영된다. 외면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우리들을 향한 이야기이다.



세상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뉘어 있는 게 아니라,

중요한 사람과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뉩니다.

죽을힘을 다해서 중요한 사람이 되도록 해요.

중요한 사람이 되면 당신이 방에 갇혀 있을 때

누군가 도와주러 달려올 겁니다...

그 방을 탈출한 다음부터,

나는 중요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15



그게 언론의 속성. 예전에는 뉴스에서...

매일 떠들더니 이런 건 왜 보도를 안 한대? 63​


플라스틱 독소가... 지방과 근육에 쌓였겠지만,

그 물고기를 먹으면... 몸속에도 독소가 축적 64​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답은 늘 있는데,

우리가 놓치는 걸 거야.

아니면 무시하거나. 113​


호의와 호의가 만날 때처럼...

손을 놓치지는 않되

상대방이 아프지는 않게,

오랫동안 악수했다. 114​


돈은 오른손이 벌고

이득을 취하는 것은 왼손 80​


땅에서 멀어지지 말지어다. 142​


고층은 짓지 말지어다. 규제를 시행.

개발업자들과 싸울지어다?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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